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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드 이야기36

15. 병자호란(病者好亂) 요즘 우리 유치원에서는 한참 병자호란(病者好亂) 중이다. 몇 아이들이 집에서 다치거나 아파서 결석을 했다. 공주라는 이름을 가진 ‘Princesse’는 손톱이 거의 빠질 지경이 되었다. ‘엠마누엘’은 머리가 온통 곪아서 보기조차도 너무 끔찍한 모습으로 며칠만에 나타났다. 다음 날은 털모자까지 쓰고 나타났다. “이렇게 더운데, 게다가 온통 머리가 곪아 진물이 줄줄 흐르는데, 부모님이 도대체 정신이 있는 사람이야, 없는 사람이야? 신선한 공기가 통하게 해야~지. 이게 뭐야.” 속으로 투덜거리며 모자를 벗겨주려고 했다. “아~ 아!” 죽는다고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곯아터진 곳에서 진물이 흘러나왔고 그 진물이 마르면서 접착제가 되어 모자를 머리통에 붙여놓았던 것이다. 모자를 벗길 때 딱지가 같이 당겨지니 죽.. 2020. 4. 21.

14. 나의 아비가일 나의 보아스여 오랜 광야 생활 속에서 다윗은 서서히 잊혀져 갔다. 자신이 누구인지 다윗도 서서히 망각해가기 시작했다. 그의 모습에서 기름부음 받은 왕의 모습은 조금씩 지워져 갔다. 이제는 그것을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어 보인다. 그저 광야의 떠돌이들을 이끄는 우두머리일 뿐이다. 그러한 다윗에게 나발이란 어리석은 사람이 돌을 던졌다. 그 돌은 다윗의 정수리에 꽂혔고 다윗은 이전처럼 반응하지 못했다. 이전에 다윗은 자신을 죽이려고 미친 개처럼 달려드는 사울에게 관대함이 무엇인지 세상에 보여주었다. 다윗은 두 차례나 자신을 미친듯이 죽이려고 덤벼드는 사울을 살려주었다. 부하들의 충동질과 간청에도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사울의 생명을 보존해 주었다. 그러나 나발에게 반응한 다윗의 모습에서 그러한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2020. 4. 21.

13. & 세렌디피티 ‘세렌디피티’(Serendipity)라는 단어가 있다. 위키피디아사전은 이렇게 정의한다; ‘완전한 우연으로부터 중대한 발견이나 발명이 이루어지는 것을 말하며……’ 일반사전에서는 ‘기대하지 않았던 것을 뜻밖에 찾아내는 재능, 행운’이라고 정의한다. 이 단어를 내 방식으로 정의하면, 그것은 나의 18번이다;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그것은 우리의 바램이었어, 운명이었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우연 같지만 하나님의 섭리 속에 이뤄진 아름다운 만남 말이다. 그 만남이 지금 여기로 우리를 이끌었다고 지난 삶을 노래하고 싶다. 이번 파리포럼이 내겐 그런 만남의 광장, 세렌디피티였다. 남보다 늦게 돌아 돌아 간 파리. 베트남 항공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던 건 순전히 절약을 위해 사서 하는 고생이었다. 갈 땐 .. 2020. 4. 21.

12. 남자 그리고 여자 주일 아침 창가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나더니, 라헬(Rachel)이 왔다고 경비가 말을 한다. 그녀의 사정을 잘 알고 있기에 이른 아침 이렇게 불쑥 찾아 온 이유도 잘 알 수 있었다. 라헬, 그녀는 우리 유치원의 첫 교사들 중 하나였다. 남편에게 버림받고 어린 아들과 함께 힘겹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가련한 이 땅의 여인이다. 간단한 인사말이 오고 갔다. 그리고 나자 준비된 대사처럼 주저 없이 찾아온 이유를 쏟아 놓았다. 그녀의 눈빛 속에는 슬픔이 가득하다. 떠날 때 ‘좋은 날’ 되라는 말에 웃음으로 인사를 대신하는 그녀, 하지만 그 웃음에서도 슬픔이 묻어난다. 그녀가 우리 유치원에서 교사로 일할 때 혼자 중얼거리는 모습을 자주 보았다. 처음에는 이상하다 생각했다. 나중에 아.. 2020. 4. 21.

11. 결혼 그리고 지참금 우리의 친구 아바카르가 드디어 결혼을 했다. 아바카르는 오랜 시간 나와 함께 성경을 나누고 모슬렘에서 예수님께로 발걸음을 옮긴 친구다. 그런데 신부의 나이는 신랑도 잘 모른단다. 이모의 중매로 이루어진 결혼이라 대충 16~17살 정도라는 것을 알 뿐 정확한 나이도 모른 채 결혼하는 것이다. 사실 나이야 중요하지 않다고 할 수 있지만(할머니만 아니라면), 얼굴도 잘 모르는 신부를 맞아 들이는 것이다. 이모님의 시력이 좋지 않거나, 취향이 그와 많이 다르면 어쩌려고. 아니 어떻게 그런 큰일 날 모험을 한단 말인가? 어쩌면 미모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아직도 믿고 있는 순진한 사람들이 이곳 차드에는 존재하는지도 모른다. 아주 먼 옛날까지 거슬러 가지 않아도, 우리나라도 상황이 많이 비슷했다고 들었다. 결혼 당.. 2020. 4. 21.

10. 유목민의 후예 [사하라의 별빛 아래서] 이곳에서는 자연스럽게 유목민들을 만나게 된다. 그들은 문명의 이기에 젖어 사는 우리가 쉽게 흉내 낼 수 없을 만큼 단순한 삶을 살아간다. 모든 가재도구들, 심지어 그들이 머물 집까지 낙타의 등에 싣고 비를 따라 이동하며 살아간다. 우리네의 인생이 무엇인지 웅변해주는 듯하다. 우리는 모두 나그네로, 이 땅에서의 삶이란 잠시 지나가는 여정이라고 성경은 말하지 않는가? 너희의 나그네로 있을 때를……(벧전 1:17) “아브라함이 이렇게 살았겠지?”라고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차드에 살다 보면 성경 속으로 걸어 들어온 듯한 느낌을 종종 받는다. 어, 성경이 보이네! ‘노블레스 노마드’라는 말이 있다. 유형의 재산보다 경험의 축적을 더 중요시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더 큰 집, 더 큰.. 2020. 4. 20.

9. 나귀를 타신 분 [사하라의 별빛 아래서] 차드의 도로는 조심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무수히 깨진 아스팔트는 지뢰밭처럼 자칫 방심하면 부실한 허리를 강타하기 일쑤다. 혼돈과 무질서에 점령당한 도로는 그것 말고도 위험천만한 것들이 많다. 온갖 것들이 뒤엉킨 도로는 유일신을 믿는 사람이 실수로 잘못 들어간 만신전 같다.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오리, 개, 염소, 양, 닭, 비둘기, 낙타, 말, 당나귀 등 다 열거할 수도 없을 만큼 다양한 동물들도 한 몫 단단히 한다. 그래도 유목민이 이동할 땐 그 모습이 실로 장관이다. 구약성경 한가운데에 들어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이다. 오늘도 한 무리의 소떼를 보았다. 삼백여 마리는 족히 넘어 보였다. 어렵게 길을 열며 앞으로 나아 갔다. 소떼의 맨 앞에 이르자, 뜻밖에도 그들을 .. 2020. 4. 20.

8. 설렘으로 비가 오길 기다린다 [사하라의 별빛 아래서] 양배추김치에 진력이 나서 한국에서 오신 지 얼마 안 되신 선교사님에게 한국씨앗을 부탁했다. 고맙게도 열무, 얼갈이 배추, 청경채 씨앗을 나눠주셨다. 마음은 어느새 김칫국부터 마셔본다. 여덟 시간을 달려 집에 오자마자, 열일 제쳐놓고 씨앗들을 맛있게 먹어줄 흙을 준비했다. 경비아저씨에게 용돈을 주고 동네에 널려진 소똥을 모아오게 했다. 옆 동네 양계장에 들려 줄다리기 끝에 결국 적잖은 값을 치르고 닭똥을 넉넉히 사왔다. 그리고 평소 안면이 있는 동네 목공소 아저씨에게 얘기하고 톱밥을 얻어왔다. 쓰레기 소각장에 쌓여진 흙에 소똥과 닭똥, 톱밥을 언고 참기름을 듬뿍 뿌리듯 물을 뿌려가며 삽으로 잘 섞어주었다.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손등으로 몇 번 훔치고 나니 푸짐한 오물비빔밥이 만들어.. 2020. 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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