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남자 그리고 여자

주일 아침 창가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나더니, 라헬(Rachel)이 왔다고 경비가 말을 한다. 그녀의 사정을 잘 알고 있기에 이른 아침 이렇게 불쑥 찾아 온 이유도 잘 알 수 있었다. 라헬, 그녀는 우리 유치원의 첫 교사들 중 하나였다. 남편에게 버림받고 어린 아들과 함께 힘겹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가련한 이 땅의 여인이다. 간단한 인사말이 오고 갔다. 그리고 나자 준비된 대사처럼 주저 없이 찾아온 이유를 쏟아 놓았다. 그녀의 눈빛 속에는 슬픔이 가득하다. 떠날 때 ‘좋은 날’ 되라는 말에 웃음으로 인사를 대신하는 그녀, 하지만 그 웃음에서도 슬픔이 묻어난다.

그녀가 우리 유치원에서 교사로 일할 때 혼자 중얼거리는 모습을 자주 보았다. 처음에는 이상하다 생각했다. 나중에 아내를 통해 혼자 사는 여인들이 그렇게 끝없는 독백으로 삶의 무게를 덜어낸다는 말을 듣고 나서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녀의 남편은 아내와 어린 아이를 버리고 젊은 여인과 함께 잘도 살고 있다. 여전히 교회에 나가고 있고 여전히 한 기독교 학교에서 교사로 일하고 있다. 그 주일, 그의 아내가 우리 집에 찾아온 날, 그는 교회에서 누구를 예배하였을까? 그가 섬기는 하나님은 누구일까?

안타까운 것은 오직 그만이 그러한 삶을 살아가는 유일한 그리스도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가까이에서 바라본 차드의 많은 그리스도인들은 여러 명의 부인을 거느리고 있고 또 쉬 버리고 바꾼다. 도대체 이것이 어디에서 왔을까? 고민해보았다. 나는 인류학자도 아니고 차드의 역사나 전통도 잘은 모른다. 짐작으로는 차드 기독교인들이 무슬림들의 생활 방식을 그대로 모방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전통과 문화라는 핑계로 아무런 여과 없이, 이슬람과 세속 문화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렇게 하는데 나는 왜 그렇게 하면 안 되는가? 성경조차도 자신들의 필터로 거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성경에도 다처를 거느린 사람들이 있지 않은가 말이다.

돕는 배필
얼마 전에 한 세미나를 인도하면서, “왜?……”
“하나님께서 여자, 돕는 배필을 만들 때에 아담의 갈비뼈가 엄청 많은데도 불구하고 단 하나의 갈비뼈만을 취하여 한 여인만을 만들었는지 아느냐?”고 물었다.

“남자에게 여러 명의 돕는 배필이 필요하다면 처음부터 여러 개의 갈비뼈로 여자를 만들어주면 되지 않겠는가?”

그러자 한 사람이 격양된 목소리로 외치듯 말하였다.
“성경에도 그런 사람들(여러 명의 아내를 거느린 사람들)이 많이 있다고요. 그리고 여기는 차드라고요.”

그러자 여기 저기서 반대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갑론을박이 한동안 오고갔다. 그리고 목소리가 큰 사람이 이기고 말았다. 누구의 목소리가 더 컸는지는 말하지 않으련다.

이슬람 사회와 이슬람에 대해서 호의적인 사람들은 일부다처제가 여성에 대한 특별한 관심의 필요성과 보호를 위해 출발하고 있다고 말한다. 일부다처제는 이슬람 이전부터 중동에서 전통적인 결혼관습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풍습을 이슬람 사회가 적극적으로 이어받은 것은 전쟁과 열악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다수의 고아와 미망인을 구제하기 위해서 필연적이었다는 것이다.

한 발 더 나아가 일부다처제는 매우 효과적인 복지 제도라고 말한다. 즉 일부다처제는 특별한 경우에만 공공의 유익을 위해서 시행되도록 장려하고 또 그렇게 실행되기 때문이란 것이다. 코란은 어떤 부인이든 평등하게 대우할 것을 말하고 또 첫째 부인이 허락이 없으면 남편은 임의로 새 부인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이유도 들고 있다. 오늘날 대부분 이슬람 사회가 다처를 세속법으로 금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또 일부 아랍 왕정국가에서조차도 일부다처의 비율은 전체 국민의 1% 미만이고 일부의 사람들만이 일부다처를 결혼에서 실행한다고 말한다. 그것도 4명이 아닌 보통은 2명만을 아내로 거느린다는 것이다.

그러나 내가 차드에서 본 무슬림들의 가정과 결혼, 그리고 여자에 대한 인식은 그들이 주장하는 것들과는 상당히 다른 것 같다. 많은 무슬림들은 대화 중 자연스럽게 내게 부인이 몇이나 되냐고 묻는다. 내가 하나라고 이야기하면, 그들은 자랑스러워하며 묻지도 않은 자기 부인의 숫자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덧붙여 곧 또 다른 아내를 얻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당장 오늘 끼니가 없는 사람도 부인은 여럿이다. 머리에 하얀 눈이 가득 내린 할아버지가 증손녀 같은 아내를 맞이하기 위해 비아그라를 찾는다. 뱀을 잡아 뽀얀 국물을 우려낸다.

상당수의 차드 그리스도인들이 이러한 무슬림 이웃들의 결혼과 삶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로써 여러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세상에 어둠을 더하는 먹구름이 되었다. 왜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가나안에 정착하거든 이방 풍습을 철저히 멀리하라 하셨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너는 그들의 신을 숭배하지 말며 섬기지 말며 그들의 소위를 본받지 말며…… 너희는 그 거하던 애굽 땅의 풍속을 좇지 말며 내가 너희를 인도할 가나안 땅의 풍속과 규례도 행하지 말고 너희는 나의 법도를 좇으며 나의 규례를 지켜 그대로 행하라. 나는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니라(출 23:24)

이 말씀 후에 하나님께서는 다양한 성적인 범죄들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언급하시며 엄히 금할 것을 말씀하신다. 그렇다. 하나님께서 금하신 애굽과 가나안 땅의 풍속은 결혼생활과 관련된 것이었다.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말씀을 마음에 새기고 살아갈 때 그들은 가나안 땅의 소금과 빛이 되었다. 그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쳤던 것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그 땅의 바르지 않은 것들을 자신들의 삶에 받아들이기 시작했을 때, 그 배후에 있던 것들이 밀물처럼 함께 밀려오게 되었다. 이른바 영적인 역삼투현상이 일어났다. 그리고 이스라엘 사회는 홍수 때의 호수처럼 흙탕물이 가득하여 혼탁하게 되었다. 그 대표적인 시대가 사사 시대인 것이다.

사사 시대, 사람들이 저마다 자기 소견에 옳은 대로 살아가던 시대이다. 진리의 절대적 의미와 가치를 버리고 상대적인 진리를 믿고 살아가는 시대는 그렇게 오래 전부터 사람들의 삶의 중심에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자기 멋대로, 자기 맛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더 이상 진리니, 법규니 하는 것들은 귀찮고 거추장스러운 무거운 짐이 되었다. 아니 과거의 쓰레기에 불과했다. 사람들은 길을 잃고 제멋대로 제맛대로 살아가면서 그것이 옳다고 최선이라고 스스로를 속이며 깊은 어둠의 수렁 속으로 빠져들어갔다. 자기 멋대로의 삶은 도화지 위에서 하나로 섞인 물감들처럼 짙은 회색 빛을 발하며, 그대로의 고유한 색깔이 되어버렸다. 그들의 문화가 되고 라이프스타일이 되어버린 것이다.
사사 시대의 그 혼란의 중심에 가정과 결혼생활의 파괴가 자리하고 있었던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사회가 병들고 무너진 이유는 그 기초인 가정이 무너진 결과일 뿐이다. 삼손의 인생이 무엇 때문에 무너졌는가?

삼손이 가사에 가서 거기서 한 기생을 보고 그에게로 들어갔더니(삿 16:1)

그는 삶의 진정한 의미와 목적을 상실하고 불나방처럼 보이는 것에 현혹되어 죽음을 향해 온 몸을 던졌다. 가서, 보고, 들어갔다. 단지 세 개의 동사로 그의 온 삶이 특징지어졌다. 정욕에 눈이 멀었던 삼손은 두 눈이 뽑히고 나서야 비로서 자신의 삶을 밝히 볼 수 있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형제인 베냐민 지파와 끔찍한 살인극을 벌이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 한 레위인의 무너진 결혼생활과 베냐민 지파 속에 누룩처럼 번진 동성연애가 아니던가(삿19장).

하나님께서는 세상을 치유하고 회복시키시는 일도 그래서 가정과 결혼을 새롭게 하시는 일로부터 시작하신다. 이 아름다운 이야기가 바로 사사기서 다음의 룻기에서 펼쳐진다. 하나님께서는 유머의 대가시다. 하나님은 신실한 한 이방 여인을 통해 이스라엘의 흙탕물을 정화시키기 시작하셨다. 연약하지만 가정과 결혼의 신성함을 생명처럼 지켜나가는 여인을 통해 하나님께서는 영원한 한 가정의 기초를 놓으셨다. 그녀는 다윗의 증조부가 되었다. 그리고 예수님이 다윗의 후손으로 불려지며 세상을 치유하였다.

예수님의 첫 번째 기적은 한 가정이 탄생하는 결혼식에서 행해졌다. 위태로웠던 결혼 축제를 예수님께서 구하셨다. 물을 변화시켜 만든 최상급 포도주를 넘치도록 공급해주심으로 향연을 계속하게 하셨다. 가정들마다 예수님의 손길로 변화될 때 축제는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세상은 조금씩 변해갈 것이다. 그 포도주가 어디서 왔는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알지 못하지만 주님을 도와 수고한 사람들은 알 것이다(요 2:9). 오늘도 그리스도인의 가정들마다 이런 축제의 향연이 가득하길 기도해 본다.


* 이슬람에서는 여자가 남자보다 덜 지적이라고 믿는다. 한 사람의 여성 증인은 남자의 반값에 해당한다. 이슬람의 이런 남성위주의 세계관은 그들의 내세관에도 잘 나타나 있다. 그들이 죽어서 간다는 파라다이스(성경이 말하는 하나님의 나라와 그 성격이 너무 달라 이슬람의 사후세계를 그렇게 부른다)에서 남자는 여러 명의 여성을 부인으로 갖게 된다. ‘후르 알아인’(흑백의 대조를 보이는 아름다운 눈을 가진 처녀)가 독실한 남자 무슬림들에게 주어진다고 믿는다. 후르 알아인은 잠을 자지도 않고 임신과 월경도 없고 침도 뱉지 않고 질병도 없다. 후르 알아인과 성관계에서 얻는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결국 독실한 무슬림은 지상에서 만난 부인과 70명의 후르 알아인과 살게 된다. 왜냐하면 지하드를 하다가 죽으면 70명의 부인을 갖기 때문이다. 지상에서 만난 부인 중 남편이 지목하는 여인만 파라다이스에게 갈 수 있다고 한다. 일부 이슬람 신학자들은 무슬림 여성이 남자보다 더 많이 지옥에 인도 된다고 주장한다. 이유는 여성들이 말이 많아서라고 한다.

* 지하드(Jihad)는 이슬람식 전투이며 이슬람을 전하는 데 부딪치는 물리적인 장애를 제거하는 것이다. ‘지하드는 구원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하고 안전한 길이다’(수라 3: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