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결혼 그리고 지참금

우리의 친구 아바카르가 드디어 결혼을 했다. 아바카르는 오랜 시간 나와 함께 성경을 나누고 모슬렘에서 예수님께로 발걸음을 옮긴 친구다.

그런데 신부의 나이는 신랑도 잘 모른단다. 이모의 중매로 이루어진 결혼이라 대충 16~17살 정도라는 것을 알 뿐 정확한 나이도 모른 채 결혼하는 것이다. 사실 나이야 중요하지 않다고 할 수 있지만(할머니만 아니라면), 얼굴도 잘 모르는 신부를 맞아 들이는 것이다. 이모님의 시력이 좋지 않거나, 취향이 그와 많이 다르면 어쩌려고. 아니 어떻게 그런 큰일 날 모험을 한단 말인가? 어쩌면 미모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아직도 믿고 있는 순진한 사람들이 이곳 차드에는 존재하는지도 모른다.

아주 먼 옛날까지 거슬러 가지 않아도, 우리나라도 상황이 많이 비슷했다고 들었다. 결혼 당일에서야 신랑 신부가 얼굴을 볼 수 있었다는 믿기지 않는 일, 그런 때가 우리에게도 있었단다. 차드는 아직도 과거의 많은 풍습이 생활 속에 남아 있다. 타임머신을 타지 않아도 여기서는 과거를 볼 수가 있다.

결혼을 위해 아바카르는 적지 않은 돈을 지불해야 했다. 바로 결혼지참금이다. 그리고 신부와 장인, 장모님을 위한 선물, 멀리서 올라올 축하객들을 위해 버스를 대절하고 음식을 장만하는 이 모든 것이 신랑이 해야 할 일이다.
차드에 언제부터 결혼지참금 풍습이 존재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이슬람의 영향으로 시작되었던지, 아니면 적어도 이슬람문화의 영향으로 더욱 굳어졌을 것으로 생각된다. 무하마드는 하디스(그의 언행록)에서 이렇게 말했다.

“너희 젊은이들아, 혼인 지참금이 있는 자는 누구나 결혼을 해야 하나니 결혼은 너희들을 성숙하게 하고 너희들의 생식기를 보다 잘 보호하기 때문이니라.”

결혼지참금제도는 이슬람 이전부터 가문 또는 부족과 연대를 위해서 시작되었다. 이슬람 사회가 되면서 무하마드의 말에 따라 그것이 법이 된 것이다. 지참금을 마련하기 힘든 가난한 청년들은 그래서 결혼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비교적 저렴한 신부를 찾기 위해 시골로 원정을 떠나는 청년들을 여럿 보았다.

결혼지참금과 전쟁
결혼지참금 때문에 301년 동안이나 싸운 사람들도 있었다. 프랑스의 왕 루이 7세는 ‘귀엔느’와 ‘프와투’, 두 지방을 마지막으로 다스렸던 공작의 딸 엘레나와 결혼했다. 그때 엘레나는 이 두 곳을 신부의 지참금으로 가지고 왔다.

왕비는 루이 7세의 구레나룻을 무척이나 맘에들어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만 십자군 전쟁에서 돌아온 루이 7세는 이제 구레나룻을 말끔히 면도하겠다고 말했다. 왕이 구레나룻을 없애자 엘레나는 더 이상 왕을 사랑하지 않는다면서 이혼을 통보했다. 그리고 영국의 헨리 2세와 재혼을 하게 되었다. 그녀는 자신이 결혼할 때 가지고 왔던 두 지방의 소유권을 다시 돌려달라고 요구하였다. 루이 7세는 그녀의 요구를 들어주는 대신 헨리에게 선전 포고를 했다. 이렇게해서 영국과 프랑스 사이에 전쟁이 일어나게 되었다(1152-1453).

차드에도 결혼지참금 때문에 벌어진 끔찍한 전쟁이 있었다. ‘나수르’는 ‘갈뤼넹’이라는 한 부자의 아들이다. 이웃의 ‘가에다’라는 종족의 한 딸과 결혼을 하였다. 두 부족이 다 부자였기 때문에, 지참금은 상당했다; 25마리의 낙타, 30마리의 암소, 3마리의 말, 50마리의 양, 10벌의 옷, 30규빗의 흰 옷감, 3마리의 소와 6마리의 양고기, 10마차와 3마리의 낙타의 등에 실린 수수. 전통에 따라, 갈뤼넹은 자기 혼자서 지참금을 치르지 않았다. 나수르가 가진 것은 단지 다른 젊은이들처럼, 몇 자루의 창과 단검, 그리고 옷이 전부였다. 그의 삼촌들과 사촌들이 지참금을 대신 지불했다.

에이테(Eïté), 그의 정혼자인 그녀는 성깔이 있고 이미 그 종족 중 한 사내를 좋아하고 있었다. 나수르보다 덜 부자이지만 더 잘난 사내였다.

그녀의 아버지는 자기가 선택한 사위를 얻기 위해 딸과 싸워야 했다. 음식을 금하고 그녀를 가두고 다리를 묶어 두었다. 결국 결혼은 아버지가 원하는 나수르와 이루어졌다.

결혼식이 끝난 다음, 땀땀(북) 소리가 몇 날 며칠을 사방에 울려 퍼졌다. 가족들은 축하연에 만족하였다. 나수르는 신부 에이테를 자신의 숙소로 데리고 갔다. 한 번 잠자리를 같이한 다음, 그녀는 그와 함께하는 잠자리를 거부했다. 그녀의 남편은 윽박지르며 그녀를 때렸다. 어느 날 저녁 그는 아내가 없는 빈 숙소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녀는 도망하여 결혼식 때 선물을 하지 않은 외삼촌 중 한 사람의 집에 은신하여 있었다. 외삼촌은 그녀를 돌려주길 거부하고 싸움을 원했다.

나수르는 장인을 설득하려고 찾았다. 결혼이 무효이니 지참금을 돌려달라고 했다. 그러나 그의 장인은 이미 지참금 중 일부를 청부 살인자에게 주어야 할 연체금을 치르기 위해 써버렸다. 지참금을 돌려주면 이혼이 성립될 수 있다. 그는 이것이 두려웠다. 그래서 그는 부부 사이에서 서로를 중재하며 설득하려고 애썼다. 그러나 조금도 꼼짝하지 않는 딸과 비겁한 사위 사이에서 그는 무기력했다.

사태는 점점 지연되었다. 그러는 동안 에티에는 그녀의 사랑하는 옛 애인과 함께 살고 있었다. 늙은 갈뤼렝은 화가 나서 비겁한 아들을 불렀다.

“무엇을 기다리고 있냐? 내가 너에게 준 여자는 우리 가족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네 아버지, 네 삼촌들, 너에게 그녀를 얻어주기 위해 지참금을 낸 모든 사람들 말이다. 네 사촌 중 하나가 그녀를 죽이는 것을 우리가 지지하며 또 그렇게 하도록 네가 내버려 둘 것을 약속하느냐? 만약 네가 그를 죽인다 해도 나는 그의 피 값을 치를 만큼 충분히 부자이다. 그러나 만약 네가 죽는다 해도 나는 너를 대신할 자식들이 있다.”

3일 후 나수르는 그녀의 정부(情夫)를 죽였다.
아름다워할 결혼이 이렇게 돈과 복수로 얼룩져 버렸다. 그들이 과연 이후에 행복할 수 있었을까? 믿음, 소망, 사랑 이 세 가지는 항상 부부 사이에 있어야 할 것이로되 그 중의 제일은 사랑이라.

축복으로서의 결혼
결혼은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최고의 축복이라 믿는다.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한다’고들 이야기하지만, 할 수 있어서 감사, 못해서 안타까운 것, 그것이 결혼이라고 말하고 싶다.

여호와 하나님이 가라사대 사람의 독처하는 것이 좋지 못하니 내가 그를 위하여 돕는 배필을 지으리라 하시니라(창 2:18)

‘사람의 독처하는 것이 좋지 못하니’에서 좋지 못다하는 말은 점잖게 표현된 것이라고 한다. 원문의 내용은 ‘악질’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결혼하지 않는 것은 하나님에게 악질로 보인다는 것이다. 예수님께서 분명히 운명적으로 혼자 살아야 할 사람들이 있음을 말씀하셨으니(마 19장) 모든 독신자가 다 하나님에게 악질은 아니다.

결혼은 말 그대로 신성(神性)한 것이다. 하나님께서 직접 재정하시고 직접 짝을 만들어 하나로 맺어 주셨다. 창조의 절정은 결혼식이었다. 성경에 기록된 인간 최초의 말은 바로 결혼식 때 신랑이 신부를 향해 외친 기쁨의 탄성이었다.

이는 내 뼈 중의 뼈요 살 중의 살이라(창 2:23)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짧지만 결혼의 의미를 가장 잘 정의한 주례사가 있었으니, ‘이러므로 남자가 부모를 떠나 그 아내와 연합하여 둘이 한 몸을 이룰지로다’(창 2:24)이다.

최초의 인간 아담과 하와의 결혼은 인류 최후에 있을 우주적 결혼식의 모형이었던 것이다. 성경의 마지막 책 계시록은 결혼식으로 그 마지막을 장식한다. 그 결혼식 다음에 펼쳐질 신혼 생활이 바로 우리가 그토록 꿈꾸고 갈망하는 가장 행복한 삶인 것이다. 우리는 이 땅을 떠나 천국으로 신혼 여행을 가서 돌아오지 않고 거기서 영원히 눌러 사는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결혼이란 부부관계를 통해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하나님의 사랑을 알고 삼위 하나님의 연합과 독립의 비밀을 배우며 천국에서의 삶을 연습하는 것이다.
이제 아바카르는 힘들지만 행복한 항해를 떠났다. 폭풍우 치는 거친 바다에서도 믿음의 주요 온전케 하시는 주님께 믿음의 닻을 깊게 내리고, 흔들리지 않는 그 나라를 소망하며, 멋지게 항해하는 행복한 가정이 되기를 간절히 축복한다. 그리고 주님을 자녀들에게 전하는 아브라함 같은 복의 근원이 되도록 축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