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유목민의 후예

[사하라의 별빛 아래서]

이곳에서는 자연스럽게 유목민들을 만나게 된다. 그들은 문명의 이기에 젖어 사는 우리가 쉽게 흉내 낼 수 없을 만큼 단순한 삶을 살아간다. 모든 가재도구들, 심지어 그들이 머물 집까지 낙타의 등에 싣고 비를 따라 이동하며 살아간다. 우리네의 인생이 무엇인지 웅변해주는 듯하다. 우리는 모두 나그네로, 이 땅에서의 삶이란 잠시 지나가는 여정이라고 성경은 말하지 않는가?

너희의 나그네로 있을 때를……(벧전 1:17)

“아브라함이 이렇게 살았겠지?”라고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차드에 살다 보면 성경 속으로 걸어 들어온 듯한 느낌을 종종 받는다. 어, 성경이 보이네!

‘노블레스 노마드’라는 말이 있다. 유형의 재산보다 경험의 축적을 더 중요시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더 큰 집, 더 큰 차’에 연연하기보다는 각국을 여행 다니며(패키지 여행을 다니는 것과는 또 다른) 의미 있는 현재를 만들어가는 라이프스타일을 뜻하는 것이다.

‘노마드(유목민)’라는 개념을 처음 만든 프랑스 철학자 들뢰즈의 설명처럼 노마드는 공간적인 이동만을 가리키지 않는다. 한 자리에 앉아있을 지라도 주체적으로 정한 삶의 방식에 따라 끊임없이 자신을 가꾸는 사람도 넓은 의미의 ‘노마드’이다(여성중앙 2006년 신년호, p 148).

하나님께서 믿음의 조상으로 부른 아브라함도 노마드였다. 그는 가나안이라는 땅을 약속으로 받았지만 단 한 뼘의 땅도 차지하지 못하였고 아내 사라를 장사 지내고 자신이 묻히기 위해 약간의 땅을 소유했을 뿐이다. 거기 아들 이삭이 묻히고 손자 야곱이 묻히고 요셉이 묻혔다. 영원한 나라, 본향을 바라보고 사는 사람들이 거기 묻혔다.

아브라함에게 가나안은 본향인 하나님 나라로 들어가기 위한 문이었지 거처가 아니었다. 그가 왜 붙박이 집을 짓지 않고 계속해서 장막을 치고, 거두고, 이동하는 노마드로 그 땅에서 살아갔는지 알게 된다. 영원한 가나안을 소망하는 사람들은 이 땅에서 노마드로 살아간다. 그 정신을 값지게 여기고 그 가치를 소유하기 위해 치열한 나아감을 실천한다. 그 정신에 멋지게 연결된 사람이 바로 갈렙이다. 그는 평지의 좋은 땅이 아닌 거인족이 사는 산지를 요구했다. 거기에 바로 조상들의 묘, 막벨라 굴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니 그곳을 간절히 사모하며 이 땅에서 철저히 나그네로 살아간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가 원한 것이 무엇인지, 그가 추구한 것이 무엇이지 잘 보여주는 선택이다. 갈렙이 이방인 출신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그의 선택이 더욱 빛나 보인다.

헤브론이 ‘그니스’ 사람 ‘여분네’의 아들 ‘갈렙’이 되어 오늘날까지 이르렀으니 이는 그가 이스라엘 하나님 여호와를 온전히 좇았음이며(수 1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