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나귀를 타신 분

[사하라의 별빛 아래서]

차드의 도로는 조심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무수히 깨진 아스팔트는 지뢰밭처럼 자칫 방심하면 부실한 허리를 강타하기 일쑤다. 혼돈과 무질서에 점령당한 도로는 그것 말고도 위험천만한 것들이 많다. 온갖 것들이 뒤엉킨 도로는 유일신을 믿는 사람이 실수로 잘못 들어간 만신전 같다.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오리, 개, 염소, 양, 닭, 비둘기, 낙타, 말, 당나귀 등 다 열거할 수도 없을 만큼 다양한 동물들도 한 몫 단단히 한다.

그래도 유목민이 이동할 땐 그 모습이 실로 장관이다. 구약성경 한가운데에 들어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이다. 오늘도 한 무리의 소떼를 보았다. 삼백여 마리는 족히 넘어 보였다. 어렵게 길을 열며 앞으로 나아 갔다. 소떼의 맨 앞에 이르자, 뜻밖에도 그들을 이끄는 건 사람이나, 우두머리 황소가 아니었다. 두 마리의 당나귀가 늠름하고도 당당한 모습으로 자기들보다 훨씬 크고 많은 무리의 소떼를 이끌고 있었다. 뜻밖의 모습에 나도 아내도 놀라서 ‘어 당나귀네’라고 동시에 말을 뱉었다. 참 신기한 모습이었다. 당나귀가 앞서 간다 해도 보통은 주인을 태우고 있는데 등 위엔 아무도 없었다. 그 모습에 놀랐는지 아내가 불쑥 묻는다.

“왜 근데 예수님은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 성에 입성하셨을까? 말 같은 것을 타면 훨씬 더 폼 날 텐데.”

“글쎄 왜 그랬을까? 자, 여기서 퀴즈 들어갑니다. 다음에 괄호 안에 들어가는 말은 무엇일까요? ‘나귀는 주인의 ( )를 알건마는……’(사 1:3상) 정답은 ‘구유(먹이통)’입니다. 다른 동물과 달리 나귀는 주인의 먹이통을 아는 동물이라고 성경은 말하지요. 나귀는 누가 자기에게 먹이를 주는지 잊지 않고 주인에게 언제나 묵묵히 순종하는 동물입니다. 예수님께서 맘만 먹으면 탈 수 있는 다른 짐승들이 있었지만 꼭 집어서 나귀를 고른 것은, 주인의 구유를 아는 짐승을 통해 주인의 구유를 저버린 이스라엘 백성을 그 자체로 책망하는 것이 아닐는지.”

열 시간 가까이 사투를 벌이듯 달려온 길, 빼어난 경관도 없고 마땅한 휴게소 한 곳 없지만 마음을 열고 귀 기울이면 방해꾼 같은 동물들도 소중한 교훈들을 주기 위한 장치 같다. 우리 인생의 무대에 스쳐 지나가듯 들어와 사라지는 모든 것들이 실은 하나님의 연출은 아닐는지 생각하는 여행이었다.

“하나님께서는 가장 큰 것에서 가장 미미한 것에까지 일어나는 모든 일을 다스리신다. 그 무엇도 하나님의 주권적 섭리의 통치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 하나님께서는 비가 내리게 하시고 해가 비치게 하신다. 나라를 일으키기도 하시고 멸하기도 하신다. 우리의 머리카락 수를 세시며 우리 평생의 날수를 세신다. 하나님의 섭리의 빛 아래서는 운명, 숙명, 운수 따위의 비인격적 힘이 존재하지 않는다.” - R. C 스프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