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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드에서의 삶20

에필로그/눈에 밟히는 사람들 [사하라의 별빛 아래서] 그들이 예수님의 눈에 들어왔다. 목자 없는 양처럼 방황하는 그들에게 선한 목자의 마음은 한없이 슬프고 아팠다. 눈에 밟히는 그들을 주님은 외면할 수 없었다. 벳세다 광야, 오병이어의 기적은 눈에 밟히는 이들을 향한 하나님의 아버지 마음이 빚어낸 창조의 재현(再現)이다. 처음 차드 땅을 밟았을 때 내 눈에 비친 이 땅의 사람들은 강도 만난 사람의 모습과 같았다. 너무 힘들 땐 좀더 수월한 곳에서 사역하고 싶다는 유혹의 파도가 마음에서 일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이들이 매일 내 눈에 밟혀 왔기 때문이다. 강도 만난 사람을 외면한 제사장과 레위인처럼 그냥 떠날 수는 없었다. 차드는 내게 줄로 재어 준 구역이요, 나의 기업이기에 이 곳에서 주님을 섬기고 싶었다. 그러나 차드라는 .. 2020. 4. 26.

39. 하나님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사하라의 별빛 아래서] 올 새해 아침도 하나님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출발한다. 우리보다 항상 앞서 가시며 인도하시는 하나님, 때때로 믿음 없는 우리의 눈을 열어 당신의 뒷모습을 보여주시는 하나님. 그 뒷모습을 보고 비로소 희망의 아침을 맞이 한다. 하나님의 뒷모습을 보는 순간은 무의미했던 지난 날들이 일순간에 새로운 의미로 되살아나는 순간이다. 가치 없어 보였던 지난 날들이 새로운 가치로 건져 올려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혼자였던 것 같았던 지난 날들 가운데 거기 우리와 함께 계셨던 하나님을 확인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함께 우시고 함께 웃으시고 모든 일에 동참하시고 모든 길에 동행하셨던 하나님을, 비로소 뒷모습을 보여주실 때 알게 된다. 작년도 내게는 그러한 한 해였다. 아니 지난 모든 날들이 그러했다.. 2020. 4. 26.

38. 본토 친척 아비 집을 떠난다는 것 [사하라의 별빛 아래서] 본토, 친척, 아비 집을 떠난다는 것은 그 이유가 어떠하든 힘든 길이다. 특히 광야를 지나야 한다면 그 여정은 더욱 힘들 수밖에 없다. 도시가 더 고향 같고 빌딩숲이 더 친근하고 편안한 사람들에게 광야는 말 그대로 생존을 위한 전쟁터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차드는 아프리카의 내륙국가로 사하라사막을 머리에 이고 있다. 매년 10킬로미터씩 성장하는 사하라는 지금도 성장판이 열려있는 사막이다. 지구온난화로 메말라가는 차드호수가 날려보내는 먼지는 멀리 카리브해까지 날아가 차드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아이들의 호흡기질환을 일으키고 있다. 사하라의 힘은 이처럼 대단하다. 사하라 주변에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그 영향력은 또 얼마가 크겠는가? 이곳 차드에서 살기 위해 울고, 또 사역하기 위해 .. 2020. 4. 26.

37. 태어나 처음 수영장에 가다 [사하라의 별빛 아래서] 요즘 차드는 너무 더워 숨쉬기도 만만치 않다. 문 앞에 심겨진 한 송이 채송화를 보며 대견하다 말해준다. 이 더위를 힘겹게 이겨내는 너를 보며 생명의 위대함을 배운다고 속삭인다. 어김없이 찾아온 살인 더위는 하나님을 더욱 더 의지하게 만든다. 살아내자, 생명을 보전하자! 들에 핀 풀 한 포기에서도 하나님의 손길을 느낄 수 있는 곳, 여기는 광야다. 더위에 지친 아이들을 보며 이벤트를 베풀어 주기 위해 고심한다. 수영이 최고인데, 여기선 쉽지 않다. 이곳 ‘문두’(Moundou)엔 딱 두 곳에 수영장이 있는데(여기가 ‘차드’(Chad) 두 번째 도시 맞는 거지?), 하나는 호텔에 있다. 이곳은 너무 비싸서 시도도 못하고 포기한다. 정부에서 운영하는 면화공장에 작은 수영장이 딸린 클.. 2020. 4. 26.

36. 민중의 곰팡이 [사하라의 별빛 아래서] 차드의 모든 학교가 벌써 두 달째 파업이다. 정부가 월급을 몇 달째 주지 않자 공립학교 교사들이 정부를 압박하기 위해 행동에 나선 것이다. 파급력을 키우기 위해 사립학교에도 파업에 동참하도록 압력을 넣고 있다. 일부 과격한 자들은 수업을 진행하는 학교는 불을 지르겠다는 협박도 마다하지 않는다. 사실은 서민들의 주머니가 텅텅 비어서 올해는 유난히 등록생이 많지 않아 많은 사립학교가 자연스럽게 파업에 동참하는 우스운 꼴이 되고 있다. 지금 차드 경제가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하루하루가 불안하기만 하다. 죽겠다는 신음소리가 사방에 가득하다. 원유값이 하락하자 정부의 돈이 바닥났다고 한다. 경찰과 군인들도 애꿎은 시민들에게 삥을 뜯는 일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 선교사님은 골목길에 들어서.. 2020. 4. 26.

34. 아프니까, 아프리카? [사하라의 별빛 아래서] 지옥을 경험했다. 아내와 작은 일로 다퉜다. 자존심이 상해서 먼저 화해하기 싫었다. “왜 매일 나만 먼저 화해해야 하는가?” 말도 안 되는 자존심이 바른 태도를 이겼다. 그래서 버텼다. 아내가 시장바구니를 챙겨 나갔다. 시장바구닌 시장 갈 때 가지고 가는 것이니, 당연히 시장엘 가는 줄 알았다. 근데 저녁 때가 다 되도록 들어오지 않았다. 시장을 만 바퀴를 돌고도 남을 시간이 지났다. 여긴 한국 사람은 우리밖에 없고, 가깝게 지내던 미국선교사님 부부도 수도로 올라가서 안 계신데. 갈 데가 달리 없는데……. 미친 사람처럼, 뉘엿뉘엿 저물어가는 해를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앞이 캄캄하고 내일이 영영 올 것 같지 않았다. 그날, 지옥을 경험했다. 지옥은 관계가 깨어진 곳에, 화해가 사.. 2020. 4. 25.

35. 도둑이 남기고 떠난 교훈 [사하라의 별빛 아래서] 찌는듯한 더위가 며칠 기승을 부리더니, 아내의 몸에 부착된 기상청(산후 관절염)의 일기예보 시스템(신경통)이 강력한 신호를 보내더니, 아니나 다를까 한밤중에 양철지붕을 강타하는 빗줄기가 한참 동안 쏟아졌다. 한밤중에 찾아 온 빗줄기가 지붕을 때리는 소리는 아득한 꿈결에 누군가의 외침 같기도 하고 절규 같기도 하였다. 빗소리에 잠을 설쳐 아직도 비몽사몽인데……. 이른 아침에 신학교교장한테 전화가 걸려왔다. “폴(내 이름이다), 니네 데이케어센터 대문이 열렸더라. 혹시 어제 수업 마치고 안 잠갔니?” “어라, 확실히 잠갔는데. 좀 있다 갈게.” 필경 도둑이 들었구나! 다년간 여기서의 경험이 한치의 주저함도 없이 즉각적인 해석을 내놓았다. 밤새 이른 비가 억수로 쏟아지더니, 도둑님이 .. 2020. 4. 25.

31. 숨 고르기 [사하라의 별빛 이야기] 차드로 돌아갈 날짜가 정해졌다. 벌써부터 마음 한 구석이 걱정과 기대감으로 출렁인다. 이제 출발선에 선 선수처럼 숨 고르기를 할 때이다. 호흡은 생명을 유지하는 것 이상이다. 생각과 감정을 지키는 것은 숨 고르기로부터 시작된다. 먼저 날숨을 통해 긴장, 염려를 털어 내고 들숨으로 성령을 채운다. 오직 충만함만이 안에 있는 불안과 염려를 몰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정신과 육체, 영혼이 진리 안에서 일치하여 평안하도록 돕는 분께서 우리의 ‘숨’이 되시는 성령이시다. 술 취하지 말고 오직 성령의 충만을 받으라(엡 5:18) 고대 그리스-로마에서 술 취함은 신과 합일에 이르는 길로 여겨졌다. 축제와 종교의식마다 술이 중심에 자리하는 이유이다. 이것을 잘 아는 바울 사도는 “술 취하지 말.. 2020. 4.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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