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민중의 곰팡이

[사하라의 별빛 아래서]

차드의 모든 학교가 벌써 두 달째 파업이다. 정부가 월급을 몇 달째 주지 않자 공립학교 교사들이 정부를 압박하기 위해 행동에 나선 것이다. 파급력을 키우기 위해 사립학교에도 파업에 동참하도록 압력을 넣고 있다. 일부 과격한 자들은 수업을 진행하는 학교는 불을 지르겠다는 협박도 마다하지 않는다. 사실은 서민들의 주머니가 텅텅 비어서 올해는 유난히 등록생이 많지 않아 많은 사립학교가 자연스럽게 파업에 동참하는 우스운 꼴이 되고 있다.

지금 차드 경제가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하루하루가 불안하기만 하다. 죽겠다는 신음소리가 사방에 가득하다. 원유값이 하락하자 정부의 돈이 바닥났다고 한다. 경찰과 군인들도 애꿎은 시민들에게 삥을 뜯는 일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 선교사님은 골목길에 들어서기 위해 차를 회전하다가 도보블록을 뒷바퀴로 살짝 건드렸다고 한다. 경찰이 기물파손 죄로 오만 원을 뜯었고, 그래서 억울해 한다고 한다. 말도 안 되는 것들로 외국인을 들들 볶고 있다. 나도 며칠 전에 이민국에 다녀오는 길에 경찰의 수신호를 받고 좌회전했는데 신호위반을 했다고 붙잡혀 벌금폭탄을 맞았다.

밖에서 듣는 분들은 그저 ‘허허’ 하고 웃을 일이지만 이것을 매일 당하는 이곳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밥 먹듯 먹고 살아야 한다. 오죽하면 경찰 제복과 같은 색 옷을 입은 사람만 봐도 아내가 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겠는가? 검문한답시고 대낮에 술 취해서 총을 들이대며 위협하는 군인도 만난 적이 있다. 밖에 나가기가 두려울 정도다. 조금의 과장이나 거짓말이 아니다. 일일이 열거할 수 없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 이쯤 되면 민중의 ‘지팡이’가 아니라 ‘곰팡이’라는 말이 맞는 것 같아 씁쓸하다.

본디 있어야 할 자리에 있고, 본디 쓰여져야 할 용도로 쓰여질 때 사람이든 물건이든 아름다운 것 같다. 매일매일이 은혜가 아니면 살아내기 쉽지 않다.

평강의 주께서 친히 때마다 일마다 너희에게 평강을 주시기를 원하노라 주는 너희 모든 사람과 함께 하실찌어다(살후 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