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하나님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사하라의 별빛 아래서]

올 새해 아침도 하나님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출발한다. 우리보다 항상 앞서 가시며 인도하시는 하나님, 때때로 믿음 없는 우리의 눈을 열어 당신의 뒷모습을 보여주시는 하나님. 그 뒷모습을 보고 비로소 희망의 아침을 맞이 한다.

하나님의 뒷모습을 보는 순간은 무의미했던 지난 날들이 일순간에 새로운 의미로 되살아나는 순간이다. 가치 없어 보였던 지난 날들이 새로운 가치로 건져 올려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혼자였던 것 같았던 지난 날들 가운데 거기 우리와 함께 계셨던 하나님을 확인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함께 우시고 함께 웃으시고 모든 일에 동참하시고 모든 길에 동행하셨던 하나님을, 비로소 뒷모습을 보여주실 때 알게 된다.

작년도 내게는 그러한 한 해였다. 아니 지난 모든 날들이 그러했다. 이 땅에서 강산이 변하고, 사람들이 변하는 모습 속에서도 여전히 동일한 성실함으로 한발 앞서 동행하셨던 하나님의 뒷모습을 보았다. 지난 날의 모든 어려움과 고통의 시간들이 나를 나답게 만드는 자양분이 되었고 나의 속사람을 새롭게 하는 주님의 도구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그동안, 우리는 모나미 라디오방송국을 이끄시며 앞서가셨던 하나님의 뒷모습을 보았다.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은 곳에 송신탑을 세우고 전파를 쏘아 올리게 하신 하나님께서 전파가 닿는 곳마다 생명의 역사가 물결치게 해주셨다. 전파의 물결은 국경을 넘어 이웃나라 카메룬에도 닿았고 그곳에도 생명의 젖줄은 흘렀다. 그러나 아직은 그 물이 발목을 적시는 얕은 수준이다. 무릎, 허리를 지나 사람이 능히 건너지 못할 강이 되어 이 척박한 땅에 생명의 강물이 넘쳐흐르기를 소망한다.

어디 방송국만 그러한가? 횃불초등학교도 무에서 하나님의 손으로 빚어진 건 마찬가지이다. 지나간 발자취마다 주님께서 앞서 가셨고 우리는 그 뒤를 따르며 영광의 하나님을 보았다. 데이케어센터도 왈리아교회도 cdp(어린이개발사역)도 마찬가지이다.

광야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은 황금으로 송아지를 만들고 그것에 절하며 말하기를 ‘우리를 애굽에서 인도한 신’이라고 외쳤다. 앞으로도 자신들을 가나안으로 인도하고 책임져줄 신이라고 여겼다. 그때 하나님께서는 모세에게 말씀하신다. “내가 너희를 약속한 대로 가나안에 들어가게 하겠지만, 난 너희와 함께 그곳에 들어가지 않겠다.” 그때 모세는 죽을힘을 다해 기도한다. “악인의 장막에 천 날을 거함보다 내 하나님의 집에 문지기로 하루를 거하는 것이 내게 낫습니다. 우리와 함께 가시지 않으시려거든 우리도 그 땅에 들여보내지 마십시오. 그 땅의 풍요도 하나님과 비할 순 없습니다. 하나님께서 함께하시지 않으시면 그 모든 것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아닙니다. 하나님께서만이 우리의 영원한 유업이 되실 수 있습니다.”

그러자 하나님께서 마음을 돌이키시고 그 땅에 함께 들어갈 것을 약속하신다. 그러자 모세가 증거를 구한다. 감히 하나님의 영광(얼굴)을 보여달라고 한다.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위해 자신의 모습을 모세에게 보이신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모세 앞을 지나가시며 모세의 얼굴을 손으로 덮는다. 하나님의 얼굴을 보고 살 자가 없기 때문이다. 지나가신 후, 손을 거두자 모세는 하나님의 뒷모습만을 보게 된다. 그러나 그것으로 족하다. 앞서가시는 하나님의 뒷모습을 보는 것이 더 낫다. 우리가 뒤를 돌아보아 우리 뒤에 계신 하나님의 얼굴을 보는 것보다 앞서 가시는 하나님의 뒷모습을 보는 것이 낫다. 먼저 가시며 길을 여시고 필요를 예비하시는 하나님의 뒤를 따르는 것이 우리의 특권이다.

루터는 그리스도의 십자가만이 모든 지식과 지혜의 중심이라고 역설했다. 이유는 하나님께서 자신을 그리스도의 십자가에서 나타내시어 보이셨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다른 모든 사상들은 곁가지나 잘라진 가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인간은 오직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통해서만 하나님의 뒷모습만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온 땅이 칠흑같이 어두웠던 날,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십니까?”라는 아들의 외침에도 침묵하셨던 하나님. “네가 십자가에서 내려오면 너를 믿겠다.”며 증거를 찾던 이들에게 아무런 역사도 행하시지 않던 하나님께서는 그날 거기 아들과 함께 계셨다. 그리고 무지하고 악한 죄인들과도 함께 계셨다. 그날 우리와 함께하셨던 것이다. 부활은 그것을 증명하는 증표였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통해 하나님의 뒷모습을 이미 보았다. 그래서 나사렛 예수를 나의 주 나의 하나님으로 받았다.

때론 너무도 힘들어 혼자라 느꼈던 지난 날들 속에서도 지지 않고 피어나는 믿음의 꽃봉오리를 보며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앞서가셨던 하나님의 뒷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오늘도 하나님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새 아침을 맞이한다. 15년 동안 차드에서 우리를 앞서 가신 하나님을 추억하며, 남은 날들도 앞서 가시는 하나님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하루하루 성실과 정직으로 한 땀 한 땀 길쌈하며 나아가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