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하라의 별빛 아래서]
잠자던 방에서 열 걸음도 되지 않는 곳으로 총알이 지붕을 뚫고 들어왔다. 앞이 뭉텅해진 것을 보니 굉장한 위력을 가지고 돌진하다 양철지붕을 뚫고 부엌 콘크리트 바닥에 충돌한 것 같았다. 아찔한 순간을 지난 밤에 보내야 했다. 산성이 되어주시고 당신의 날개로 우리를 품어주셔서 부엌에 불시착한 총알로부터 우리를 보호해주신 주님을 노래한다.
그러나 여전히 불안한 차드가 마음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다. 대통령선거 결과 발표를 앞두고 차드가 술렁이고 있다. 현 대통령이 일차투표에서 62%의 지지로 결선투표 없이 당선되었다고 비공식적으로 발표했다. 그러나 대다수 국민들은 믿지 않는다. 그는 26년째 차드를 통치하고 있다. 다시 5년 임기의 대통령에 당선된 것이다. 현 대통령 지지자들은 매일 시내를 돌면서 축하 시위를 하고, 밤엔 축포(celebration gun fire)를 쏴대고 있다. 바로 이 총알 중 하나가 우리가 머무는 집 부엌에 떨어졌던 것이다. 바로 싱크대 앞에 떨어졌다. 총알이 떨어지기 전까지 음식을 준비하고 설거지를 하던 선교사님 내외를 생각하면 정말 정말 다행이다.
명예영사 집에도 한 발이 떨어졌는데 바로 침대 위로 떨어졌다. 오늘 밤부터 잠자기로 한 바로 그 침대다. 사실 어제 밤부터 그곳에서 자려고 했는데 이곳 선교사님이 섭섭할 것 같아 여기서 하룻밤을 먼저 보낸 것이다. 만약 예정대로 거기서 내가 잠을 잤다면, 장거리여행에 몹시 피곤하고 허리가 부실한 나는 분명히 총알이 떨어지는 순간 침대에 누워있었을 것이다. 현장에 서보니 더욱 아찔해진다. 그래서 다시 이곳 선교사님 댁에 계속 머물기로 했다. 부엌이 공격 당한 이곳이 침대를 공격 당한 그곳보다 안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니 주님께 모든 걸 맡기고 여기에 있다.
딸이 방학을 마치고 케냐로 좀 전에 떠났다. 바로 아이를 배웅하고 또 왈리아 학교와 교회를 돌아보기 위해 아직은 아픈 몸을 이끌고 여기에 와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안전한 남쪽으로 피난을 떠났고 남아 있는 사람들도 떠나려고 한다. 우린 남쪽에서 여기 폭풍의 눈으로 왔다. 현 대통령지지세력과 반대세력이 공식적인 선거결과 발표를 앞두고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폭풍전야처럼 고요한 시간을 보내는 것 같아 조금은 마음이 불안하다. 여러 번 내전을 겪으며 쌓인 내공(?)으로 불안한 마음을 잠 재우고 있다. 주님의 각별하신 간섭과 돌보심이 필요다.
비자 때문에 참 힘들었지 말입니다
천국엔 비자 없이 오직 믿음(Sola fide)으로 갈 수 있어 얼마나 감사한지. 이방인으로 이 땅에 사는 것은 많은 서러움과 차별, 그리고 불편과 싸워야 하는 전쟁의 삶이다. 대통령선거로 정부재정이 바닥이 났는지 여권에 붙이는 비자스티커(수입인지)가 동나고 다시 인쇄할 수 없어서 수도에선 비자를 줄 수 없다고 했다. 빛터는 다시 케냐로 가야하고 이전 비자 만기일은 턱 앞에 이르렀고…….
그래서 우리가 거주하는 이곳에서 받기로 했다. 이곳에선 처음 해보는 것이고, 갖춰야 할 서류를 준비할 시간이 없어 먼저 이곳 담당자(최종 승인자)에게 찾아가 문의했더니 스티커도 다 있고 우리에게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 여권만 가져오면 바로 주겠다고 했다. 그래서 사람을 시켜 수도에 있는 여권을 ‘문두’(Moundou)까지 여행하도록 했다. 이틀을 기다려 받은 여권을 들고 그 담당자에게 갔더니 태도가 180도 돌변하여 스티커도 없고 바자도 줄 수 없다고 한다. 분명히 내 눈으로 스티커를 확인했는데 말이다. 사람을 갖고 노는 것 같아 분노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천만다행으로 빛터가 케냐로 좀 전에 출발할 수 있었다. 삼 일 동안 찾아가 사정하고 설득하고 잔무를 도와주고 결국 어렵사리 받았다. 비자 때문에 고통 받은 다른 선교사님의 애환을 직접 겪어 보았다. 주님이 빨리 이 땅에 새하늘과 새땅을 가지고 오시면 참 좋겠다. 이 일을 위해 우리 모두가 땅끝에 있음을 감사한다. 타성에 젖은 믿음, 누더기 같은 종교적 습관을 벗어버리고 순결한 주의 신부들로 그날을 고대하는 모두를 축복하며 격려한다.
마라나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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