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나쁜 고래들의 싸움에 등 터지는 어린 새우들

[사하라의 별빛 아래서]

 

반군들이 몰려오고 있다는 불안한 소식을 들으며 가족이 모여 저녁식사를 하고 있었다. 갑자기 ‘뽀옹’ 하는 소리가 들렸다. 평소 대담해 보이던 아빠가 소스라치게 놀란 모습으로 벌떡 일어나며 “대포 소리다! 드디어 반군이 왔나 보다!”라고 외치며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아이들과 아내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비로서 소리의 실체를 감지한 아빠, 무안함을 떨치기 위해 “아니…… 저…… 장난인데. 아, 아무도 놀라지 않네.”라고 어색한 변명을 늘어놓는다. 소리의 정체는 부인의 방귀소리였고, 아빠는 그 소리를 순간 실제 반군들이 몰려오며 쏘는 대포소리로 알았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이 이야기는 차드의 한 한인 선교사님 가정에서 일어난 역사적(?)인 사실이다.

흔히들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라고 한다. 그러니 인류의 역사는 부끄러운 역사이다. 그 부끄러운 역사의 뒷장에는 기록되지 않은 끔찍한 이야기들이 더 많을 것이다. 직접적으로 헤아릴 수 있는 물질적 피해뿐만 아니라 평생을 따라다니는 악몽 같은 정신적, 심리적 피해는 또 얼마나 크겠는가? 부인의 예고 없는 ‘뽕’ 소리에도 반군이 오는 줄 알고 어쩔 줄을 몰랐던 선교사님은 잦은 내전의 현장에서 살아가면서 자기도 모르게 그렇게 예민해졌던 것이다. 어른 남자가 그 정도라면 성경에서 더 연약한 그릇으로 표현된 여자들은 어떻겠는가? 또 그 연약한 그릇들의 돌봄을 받아야만 하는 더 연약한 아이들은 어떠하겠는가? 늘 그럴듯한 명분을 앞세운 전쟁의 뒷마당에서는 힘없는 아이들, 그리고 여자들이 가장 큰 희생을 겪어야 했던 것도 사실일 것이다.

‘고래싸움에 새우등이 터졌더라’는 옛 증언처럼, 엄마 아빠가 다툴 때 가장 피해를 입는 것은 아이들인 것처럼, 이번에도 차드와 수단의 힘없는 아이들이 어른들이 일으킨 불장난에 많이 죽고 데이고 그슬렸다.

아! “이리가 어린 양과 함께 거하며…… 젖 먹는 아이가 독사의 구멍에서 장난하며…… 해 됨도 없고 상함도 없을” 그날이 언제 오려나!
우리 모두 그날이 속히 오도록, 그리고 우리 모두가 ‘평화의 도구’가 될 수 있도록 기도드려야 할 것 같다. 역사의 수레바퀴는 하나님의 전능하신 손에 붙잡혀 있음을 믿으며 우리 거룩한 두 손을 모으자.


* 인권단체 ‘웨이징 피스(Waging Peace)’는 다르푸르 사태로 인해 수단을 떠난 어린이들이 차드 난민촌에서 납치되어 소년병으로 매매되고 있다고 주장했다(2008년 6월). 보통 9∼15세 소년들이 전쟁을 위해 납치, 매매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납치행각은 대낮에 이루어진다고 한다. 물론 이런 일이 대낮에 버젓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은 차드 정부가 보고도 못 본 척하기 때문이란다. 유엔은 2007년 한 해 동안에만 차드 동부에서 소년병으로 차출된 어린이들이 7천∼1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