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성육신적 선교를 꿈꾸다

[사하라의 별빛 아래서]

학교사역을 하면서 교사들과 갈등이 있었다. 그것은 교사들이 주입식교육의 달인들이었기 때문이다. 이해도 못하는 아이들을 붙잡고 무조건 외우게 하였다. 그것을 가만히 보고만 있는 것이 나에겐 너무나 큰 고통이었다. 원리를 가르쳐서, 이해를 시키면 외우지 말라고 해도 저절로 외워진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바로 나다.

그러나 그들은 수백 년, 아니 수천 년을 그렇게 가르쳐 왔다. 이유는, 여러 가지이겠지만, 그들에게 글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글이 없으니 후대에 가치를 전해주기 위해서 암기하게 하는 방법밖에 달리 뾰족한 수가 없었을 것이다. 흥미를 가지고 쉽게 암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야기의 형태로 전하였을 것이다. 또 춤과 노래와 같은 음악적인 요소를 포함한 이야기가 훨씬 효과적인 형태라는 것도 알고 그렇게 하였을 것이다.

그래서 나의 눈높이를 내리기로 했다. 예수님께서 그렇게 하셨으니까.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시매……(요 1:14 개정개역)

성육신, 하나님께서 사람이 되셨다. 예수님께서는 이 세상 속으로 어른으로서 성큼성큼 걸어 들어 오지 않으셨다. 아기로 태어나셔서 자라셨고 그리고 어른이 되시었다. 그렇게, 느린 걸음으로 우리 안에 들어오셨다. 인간의 문화를 배우시고 익히셨다. 그래서 오히려 예수님을 잘 안다고 하는 이들은 그를 하나님의 아들로 받지 않았다. 그의 형제 야고보도 예수님께서 부활한 후 특별한 만남으로 그를 세워주시기 전까지 믿지 않았다.

성육신은 그 자체가 아이러니이다. 성육신을 통해 하나님의 아들은 우리의 탁월한 대제사장이 되었다. 성육신을 통해 그가 우리를 체휼하신 것이다(히 4:15). ‘체휼하다’에 해당하는 헬라어는 ‘함께 수난 당하다’라는 의미의 단어에서 파생된 말로서 ‘동정하다’(to sympathize, NIV)라는 의미를 지닌다. 이는 단순히 감정을 공유한다는 의미로서의 ‘동정(同情)’뿐만 아니라 실제적인 도움의 행위를 내포하는 의미이다. 예수님께서 진정으로 우리를 도우실 수 있는 대제사장이 되실 수 있었던 것은 성육신하심으로써 우리를 경험하여 알기에 가능한 것이다. 죄가 없으시며 우리를 온몸으로 체휼하시어 아시기 때문이다.

성육신적인 선교사가 된다는 것은 마음의 태도나 자세만이 아니라 사역방법도 철저히 현지인들에 맞추는 것이라 믿는다. 예수님의 부활을 믿지 못하는 제자들에게 주님은 먹을 것을 가져오라 하셨다(눅 24:41). 그리고 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남겨진 음식을 먹었다. 부활하신 주님의 몸은 벽을 통과하는 신령한 몸이다. 먹을 필요가 없으시다. 예수님께서 음식을 청하여 먹으신 것은 허기를 달래기 위해서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오직 그 한 가지 이유는 부활을 믿지 못하는 제자들에게 그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몸의 부활을 증명해 보여주시기 위함이었다.

미디어 사역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예수님을 생생하게 전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시작하게 되었다. 글이 없고, 있어도 읽을 줄 모르는 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시작된 것이다. 차드에서는 보여주고 들려주는 것이 최고의 교육방법이요, 복음을 전하는 길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영화상영과 오디오성경(복음 Mp3)으로 복음을 전하였다. 라디오 사역도 이것의 연장이었다. Mp3는 차드 국경을 넘어 나이지리아까지 전해졌다. 어떤 이는 우리에게 “이것은 포켓 속 목사님이다.”라고 말하였다. 바울 사도가 “그러므로 믿음은 들음에서 나며 들음은 그리스도의 말씀으로 말미암았느니라.”라고 한 말의 의미를 많이 실감하게 된다(롬 10:17).

모나미 라디오방송국과 양치기소년
양치기 소년이 있었다. 너무 따분하고 지루했다. 그런데 어느 날 관목이 심하게 흔들리더니 어린 양들이 울어대며 달아나기 시작했다. 늑대가 나타났음을 직감했다. “늑대다! 늑대가 나타났다!”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 근처에서 일하던 농부들이 연장을 들고 나타났다. 그러나 알고 보니 누군가 돌멩이를 던져서 나무가 흔들렸고 이에 양들이 놀라 달아난 것이었다. 한바탕 요란한 해프닝이 있은 후 모두 돌아갔다. 그러나 소년은 좋았다. 재미를 찾았다…… 우리는 이 이야기의 결말을 알고 있다.

FM 모나미의 허가가 또 늦춰졌다. 나는 양치기 소년이라도 된 것처럼 송구하다. 나의 기도의 분량이 더 채워져야만 되나 보다. 믿음은 기다림이고 기다림은 믿음이다. 때가 차매 반드시 이루실 것을 믿고 다시 무릎을 앞세운다. 그리고 방송국이 들어설 자리에 곧 우물을 팔 것이다. 이삭의 심정으로 소망의 우물을 판다(창 26장). 마을 주민들과 방송국을 위한 공동우물이 될 것이다.


* 회교가 대다수인 이 나라에서 기독교방송국을 개국하려고 하니 방해하는 세력이 너무 많았다. 최종 결재를 하는 이들은 주지 않으려고 작정한 사람들이라는 표현에 딱 어울리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다윗의 열쇠를 가지신 이 곧 열면 닫을 사람이 없고 닫으면 열 사람이 없는 그분께서 멋지게 여셨고 그 열린 문으로 복음이 출입하며 깊은 곳을 향해 전파의 그물을 던지고 있다. 지금 모나미 라디오방송국(98메가헤르쯔)가 활발히 사람을 낚는 어부의 그물이 되어 사용되고 있다. 전파는 국경을 너머 카메룬까지 날아가 그곳에서도 사람들의 귀를 열고 마음을 열며 자유롭게 출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