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깊은 곳에 전파를 던지며

[사하라의 별빛 아래서]

차드는 3월부터 더위와의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된다. 4월, 죽음의 달 사월(死月)이라 부르고 싶을 정도로 더위가 맹위를 떨친다. 열이 많은 이내 몸은 땀으로 목욕을 해야 한다. 몸 안의 진액이 다 몸 밖으로 빠져나가는 듯하다. 대지 위의 모든 것이 메마르고 바싹바싹 타 들어간다. 지치고 힘겨워 하늘이 열리고 빗방울이 떨어지길 살아있는 모든 것은 간절히 기다리고 기다린다. 차드의 여름이다.

6월 말, 드디어 쏟아지는 빗방울은 이 땅이 버림받지 않았음을 일깨워준다. 떨어져가는 양식을 바라보며 간절히 비를 기다린 농부들은 들로 나가 곡식을 심는다. 내일의 풍성한 결실을 내다보며 오늘의 허기와 싸우는 때이다. 들판을 적시는 빗줄기는 하늘의 선물이다. 그러나 감사하던 빗줄기도 서서히 작별하고 싶은 성가신 존재가 되고 만다. 말라리아 모기와 수인성질환이 극성을 부리며 사랑하는 사람들을 아프게 하고 죽음으로 내몰아 가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있는 남쪽은 빗줄기가 거의 매일 양철지붕을 두드린다. 씨앗들을 깨우는 ‘난타’를 공연하고 있는 것이다. 바람이 뿌려놓은 씨앗들이 빗소리를 듣고 깨어나듯 그동안 ‘모나미’ 라디오방송국을 통해 울며 뿌린 씨앗들이 새싹을 틔우고 점점 자라고 있다.

비가 갠 후 떠오른 무지개를 바라본다. 무지개는 그것을 하늘에 걸어두신 분께서 결코 약속이 깨어지거나 잊혀지지 않았다고 일러준다.

내가 구름으로 땅을 덮을 때에 무지개가 구름 속에 나타나면, 내가 내 언약을 기억하리니……(창 9:14-15)

전파가 닿는 곳에 이는 변화의 물결
차드에는 아직도 주술과 미신이 삶을 지배하는 곳이 많다. 해마다 성인식이란 이름으로 귀신을 부르는 의식이 곳곳에서 진행되며 이로 인해 목숨까지 잃는 젊은이들이 속출한다. 전통과 축복이라는 명분으로 사람들의 건전한 생각을 짓밟고 기독신앙마저 거세한다.

모나미 라디오방송국이 있는 ‘바이나마르’ 지역에도 이러한 의식에 종사하며 사람들을 미혹하는 주술사들이 많다. 그래서 방송국과의 영적전투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때론 민감한 부분에 대해서 방송에서 절대로 말하지 말라고 협박까지 한다. 방송국은 영적전투의 최전방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등불을 켜고 집을 쓸며 잃어버린 동전 한 닢을 찾기까지 부지런히 찾는’ 한 여인의 심정으로 전파를 쏘아 올리고 있다.

얼마 전 이 전투에서 두 명의 무당이 백기를 들고 주님께 투항했다. 어떻게 그들이 무장해제를 할 수 있었을까? 자신들의 삶이 옳은 줄 알고 다른 이들의 영적인 안내자로 자처하며 살았는데, 방송을 통해 자신이 소경임을 깨달았다고 한다. 빛 되신 주님의 말씀을 통해 눈을 가렸던 비늘이 벗겨진 것이다. 그래서 우리를 자신들의 집으로 청하여 예수님을 영접하였다. 얼마나 기뻐하던지. 묶여있던 것으로부터 풀어져 자유하게 되었다. 그 후 마음이 너무 평안하고 가정에도 평화가 가득하다고 고백해왔다. 그들이 누리는 자유와 평안은 진리가 주는 자유요, 회복이 주는 평안이다. 전파에 담긴 복음이 닿는 곳마다 주의 말씀이 달음질하여 영광스럽게 되고 있다.

우리가 바이나마르에 라디오방송국을 세운 것은 그곳에 정착해 사는 보로로종족을 주님께 인도하기 위함이었다. 그들은 회교도이다. 등불을 켜고 집을 쓸며 잃어버린 동전 한 닢을 찾기까지 부지런히 찾는 한 여인의 심정으로 전파를 쏘아 올리고 있다. 그들 가운데서도 주의 말씀이 달음질하여 영광스럽게 되고 있다. 방송을 듣고 예수님을 영접했다고 우리에게 은밀하게 연락해온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들은 계속적으로 우리 방송을 듣고 믿음을 키워가고 있다.

그러므로 믿음은 들음에서 나며 들음은 그리스도의 말씀으로 말미암았느니라(롬 10:17)

또 하나의 사명은 이미 예수님을 알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멀어진 이들을 다시 말씀 위에 세우는 일이다. 믿음은 들음에서 난다. 많은 이들이 우리가 전파에 담아 보내는 말씀을 듣고 다시 주님께 돌아오고 있다. 꼬리에 꼬리를 문 간증이 계속해서 라디오 전파를 타고 사방으로 울려 펴지며 또 다른 사람들을 세워간다. 주님께서 그 말씀을 보내어 저들을 고치사 위경에서 건지시는 것을 보는 것은 우리의 특권이다.


열매가 있기까지
믿음은 기다림과 동의어이다. 회교가 우세한 나라에서 기독교선교방송국을 세우는 일은 욥의 인내와 아브라함의 기다림을 필요로 하였다. 방송국 설립 허가를 받기까지 사 년이란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보장된 사 년은 짧을 수 있으나, 아무런 보장도 약속도 없이 기다려야 했던 사 년은 참으로 기나긴 세월이었다. 다른 모든 것이 준비되어도 방송국허가서를 받지 못하면 한걸음도 앞으로 나갈 수 없다. 관계자들은 주지 않으려고 결심한 사람들처럼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애를 먹였다. 지치고 힘들어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일어날 때 우리를 붙잡아 준 것은 하나님의 약속이었다. 보로로종족에게 복음을 전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세상에서 가장 큰 무지개를 보았다. 하늘 이 끝에서 저 끝까지 펼쳐진 무지개는 황홀함 그 자체였다. 지평선이 보이는 들판 위에 펼쳐진 무지개를 향해 달려가는 마음은 천국을 향해 여행하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하나님의 음성이 들리는 듯 하였다.
“내가 너를 기뻐한다. 내가 너희의 사역을 즐거워한다.”
그리고 때가 차매, 하나님께서는 관계자들의 마음을 움직여서 허가서를 받게 하셨다.

재정은 넘어야 할 높은 산이었다. 기술은 건너야 할 깊은 물이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예비한 손길들을 통해 하나씩 뛰어 넘을 수 있었다.

믿음은 도전이며 믿음은 기다림이다. 우리에게 약속하신 이는 미쁘시기 때문에 우리가 믿는 도리의 소망을 움직이지 말고 굳게 잡고 서로 격려하며 나아갈 때 주께서 이루시고 영광받으신다.

언어가 없고 들리는 소리도 없으나, 그 소리가 온 땅에 통하고 그 말씀이 세계 끝까지 이르도다(시 19: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