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참으로 멋진 돌상을 대신 받고

[사하라의 별빛 아래서]

동기 목사님한테 편지 한 장을 받았다.

할렐루야!
영적 전투의 최 전방에서 수고하고 있는 조목사님 잘 계시죠?
이번 저희 교회 새로운 신자 한 분이 세례를 받았습니다.
이 부부에게 아이, 정희서가 태어나 돌이 되었습니다.
돌이 될 동안 하루 만 원씩 모아서 일백사만 원을 모았다고 합니다. 생일이 1월 4일입니다.
돌잔치를 하지 않고, 그 금액을 유니세프나 아니면 어린이를 위해 사용 되는 것을 원하여서 선교사님을 소개하고, 그곳에 보내기로 했습니다.
한 가지 원하는 것은 이 아이가 자라서 돌잔치를 하지 않고, 이렇게 돈을 사용했다는 의미 있는 글을 남겨주고 싶다고 합니다. 선교사님께서 희서를 위해서 짧은 글이라도 보내 주시면 제가 전달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늘 승리하세요! 뒤에서 기도하고 있습니다. 힘내세요!

답장
놀라우신 하나님의 섭리에 그저 입을 열어 찬양할 뿐입니다.

요즘 저를 기도의 골방으로 몰아 넣은 작은 사건이 있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제게 보로로(M’Bororo)족에 대한 마음을 주셨습니다. 이들은 차드, 중앙아프리카, 나이지리아, 카메룬북부에 걸쳐서 사는 미전도 종족으로서 총 인구수는 2백7만에 이르는 거대한 종족입니다. 차드에도 상당수가 이미 정착하여(이들은 유목민족)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복음화율은 겨우 0.02%에 불과합니다.

얼마 전 저희가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 라디오방송국을 하려는 곳에서 2km 정도 떨어진 곳에서 살아가는 이들과 연결되어 조용히 다녀왔습니다. 좀 외진 숲속에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마을을 이루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시대의 변화 앞에 부모 세대들은 교육의 필요성을 느끼고 힘을 모아 불어교육을 시작한지 벌써 7년째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말이 학교이지 사실은 움막 같은 교실에서 30여 명의 어린이들이 외국어를 배우고 있었습니다. 이들에게 불어는 외국어와 같습니다.

인근의 여러 마을에서 온 아이들은 우물이 없어서 개울물을 마시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 물을 마시는 이들은 동물과 사람 모두입니다. 그들에게 거의 모든 것을 제공해주는 소들이 와서 마시고 아낙들이 빨래하고 설거지 하는 물입니다. 그 물을 아이들이 마시고 있습니다. 마을에도 우물이 없어서 사실 인근의 모든 주민들이 이 개울물을 마시고 있습니다. 소들이 물만 마시는 것이 아니고 그곳에서 볼일도 보고 있습니다.

그나마 우기가 지난 지 얼마 안 되는 지금은 형편이 좀 낫습니다. 위생이니 건강이니 이런 것들은 이들에게 사치스러운 말입니다. 영적인 생수(복음)을 나누기 위해 다가간 저였지만, 그런 현실 앞에서 그저 제가 할 수만 있으면 우물 하나 파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마음뿐 저는 그럴만한 재정이 안 되는 선교사입니다. 그렇다고 일일이 이런 것들을 기도편지에 나누고 도움을 청하는 모습이 왠지 구걸하는 것 같이 처량하여 그저 마음속에 꾹 눌러 놓았습니다. 이제껏 주님께만 탄식처럼 아뢰었답니다. 오늘 목사님 메일을 읽고 바로 하나님의 응답이구나 하는 생각이 번개처럼 머리 속을 가르고 지나갔습니다.

하나님은 크고 측량할 수 없는 일을 행하시며 기이한 일을 셀 수 없이 행하시나니(욥 5:9)

지구 반대편 한 사람의 헌신이 많은 사람들에게 생수를 나누는 아름다운 결실을 맺게 되어 너무 기쁩니다. 내 아이에게는 더 좋은 것을 주고 싶고 남들보다 더 잘하고 싶은 게 모든 부모의 마음일 것입니다. 그런 마음을 조용히 내려 놓고 더 큰 마음으로 남의 아이들을 생각하고 품는 넓은 마음을 가지신 ‘희서’ 부모님의 아름다운 뜻이 이들에게 잘 전달되고 나아가 그들에게 생수 되시는 예수님이 마셔지길 두 손 모아 간절히 기도합니다.
참으로 멋진 돌상을 희서를 대신하여 제가 받은 듯합니다. 이 돌상을, 의미를 고스란히 간직하여 이 땅의 말씀에 목마르고 굶주린 이들에게 대신 전해주겠습니다.

정희서에게 쓴 편지
정희서에게
희서야, 반가워.
먼저 이 편지를 쓰는 사람을 소개해야겠지. 나는 아프리카의 차드(Chad)라고 하는 나라에서 주님의 사랑을 나누고 있는 조승호 선교사란다. 내가 살아가는 차드는 물이 아주 귀한 나라란다. 위로는 사하라사막이라는 물 없는 곳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고, 또 사람들은 가난하여 우물을 팔 수가 없어서 더러운 개울물을 그냥 마시는 사람들도 아주 많단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아프고 또 죽기도 한단다. 특별히 많은 아이들이 더러운 물을 마시고 병들어 잘 자라지 못하거나 죽는 아이들도 참 많단다.
나는 희서의 아빠, 엄마로부터 참으로 멋진 돌상을 너를 대신해서 받았어. 예로부터 우리나라에서는 아이가 태어나고 첫 번째 생일을 ‘첫돌’이라고 해서 잔치를 한단다. 아기가 건강하게 잘 자라주어서 감사하고 훌륭한 사람으로 자라갈 수 있도록 축복하는 잔치란다. 그런데 희서 부모님은 이 희서의 첫돌잔치를 하지 않았단다. 희서를 위해 돌잔치를 하는 대신 그 돈을 차드의 목마른 아이들을 위해 우물을 파는 일에 쓰도록 보내주었단다. 이곳 어린이들이 희서의 돌상에 올라갈, 그리고 곧 사라질 음식들 대신 아주 오래도록 마실 귀중한 우물을 가지게 되었단다. 희서의 돌상을 이곳 아이들이 대신 받은 거야. 이 아이들이 자라서 어른이 되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도 물 때문에 걱정할 일은 없게 되었단다. 모두가 희서 부모님의 훌륭한 결정 때문이란다.

희서가 이 다음에 “엄마, 왜 나는 돌 때 찍은 사진이 없어요?”라고 물어볼 만큼 자라면 아저씨가 쓴 글도 읽을 줄 알게 되겠지. 첫돌상을 받지 않은 것에 대해 조금도 섭섭하지 않지? 희서는 첫돌상을 받지 못했지만 대신 많은 아이들이 마음껏 물을 마실 수 있어서 목마르지도 않고 깨끗한 물을 마셔서 아프지도 않단다. 희서야 앞으로도 더욱 건강하게 잘 자라서 시원하고 깨끗한 우물물 같은 사람이 되길 축복한다.

또 누구든지 제자의 이름으로 이 소자 중 하나에게 냉수 한 그릇이라도 주는 자는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그 사람이 결단코 상을 잃지 아니하리라 하시니라(마 10:42)

2010년 12월 25일 우리의 생수가 되시는 아기 예수 오신 날에. 아프리카 차드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