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잃어버린 그들을 찾아서

[사하라의 별빛 아래서]

‘왈리아’의 우리 집에 같이 사는 ‘따프’라는 9살 먹은 현지인 아이가 있다. 아픈 허리 때문에 몸을 움직일 수가 없어서 따프에게 면도칼을 사오라고 했다. 며칠 동안 면도를 하지 못한 얼굴은 아파서 가뜩이나 파리한 얼굴을 더욱 처참하게 만들어 주었다. 거울을 통해 비치는 내모습에서 유령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서 싫었다. 한참 후에 나타난 그의 손에는 가위가 들려져 있었다. 비슷한 용도로 쓰이긴 하지만 결코 대신 할 수 없는 영역이 있지 않은가? 아무리 유능한 일식 요리사도 가위로 사시미를 뜰 순 없을 것이다.
다시 몸짓을 통해 꼼꼼히 설명해주었다. 이번엔 머리 빗을 사왔다. 오호통재라. 산골짜기에 자라서 불어를 전혀 못하는 그를 탓할 수는 없었다. 120개가 넘는 차드 언어를 탓할 수도 없었다.

하나님과 우리 사이의 커뮤니케이션도 이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우리와 눈높이를 맞추어 말씀하시는 하나님 아버지이시기에 고맙다. 태초부터 있던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게 됨으로 우리는 비로소 하늘의 아버지와 소통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 마지막 떼에는 아들을 통해 우리에게 말씀해주셨습니다(히 1:2 현대인의 성경)

이 땅엔 182개 종족이 있다. 그들과 소통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시골로 갈수록 언어의 장벽이 얼마나 높은지를 더욱 실감하게 된다. 복음을 들어야 할 사람들은 그곳에 숨겨져 있다. 바벨탑 너머로 흩어진 이들의 오랜 후손이다.

이 사람들이 종족과 언어와 지역과 부족을 따라서 갈라져 나간 셈의 자손이다(창 10:31 표준새번역)

바벨탑은 하나님께서 ‘헤쳐-모여’를 인류를 향해 명령하신 사건이다. 그날 그들은 흩어진 것만이 아니다. 그들은 종족과 언어와 지역과 부족을 따라 다시 모였던 것이다. 흩으심이 결코 목적이 아니었던 것이다. 바벨탑 너머로 이렇게 흩어진 사람들을 하나님은 그 아들 안에서 다시 하나로 모으시길 원하셨다. 이 오랜 꿈이 마침내 성취됨을 하나님께서는 요한에게 먼저 보여주셨다.

아무도 그 수를 셀 수 없을 만큼 큰 무리가 있었습니다. 그들은 모든 민족과 종족과 백성과 언어에서 나온 사람들인데, …… 보좌 앞과 어린 양 앞에 서 있었습니다(계 7:9 표준새번역)

하늘의 커튼을 여시고 하나님께서는 밧모섬의 요한에게 이 완성된 그림을 미리 보여주셨다. 그리고 그것을 기록하라 하셨다. 우리도 보게 하시려는 것이다. 왜 우리에게 그것을 미리 보여주셨을까? 이유는 단 한 가지이다. 이것을 위해 힘쓰라는 것이다. 흩어진 퍼즐 조각들을 찾아 그림을 완성하라는 것이다. 이것이 선교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큰소리로 “구원은 보좌에 앉아 계신 우리 하나님과 어린 양의 것입니다.” 하고 외쳤습니다(계 7:10 표준새번역)

그들은 각기 자기들의 방언으로 하나님과 그리스도를 찬양하며 외쳤다. 이것이 선교의 최종 목표이다. 선교가 드디어 끝나는 순간이기도 하다. 이 일이 되어지기까지 쉬지 않고 일하시는 분이 우리 하나님이다.
나는 선교를 하나님 나라의 퍼즐 맞추기라고 생각한다. 퍼즐을 보면, 뒷면에 완성된 그림이 그려져 있다. 퍼즐은 원래 완벽하게 맞춰진 상태로 공장에서 출고된다. 하나님의 계획도 이 퍼즐과 같다. 이 계획은 하나님의 뜻에서 출고될 때 이미 완성된 그림을 가지고 있었다. 창조의 목적은 아담의 후손들이 다양성 안에서 하나가 되는 것이다.

바벨탑은 다양성을 빼버린 상태에서 잘못된 하나가 되기를 원했던 사람들, 하나가 되어 하나님을 대적하려 했던 어리석은 인간들의 벽돌무더기일 뿐이다. 그들이 자신들의 이름을 새겨 쌓은 벽돌은 비록 하나하나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하나의 건물로 만들어지기 위해 동일한 크기로, 획일적인 모양으로 만들어진 벽돌의 집합일 뿐이다.

‘바벨’(혼잡)은 하나님께서 인류가 다양성을 향해 나아가도록 일하신 결과이다. 하나님께서 언어를 나뉘게 하시니 그렇게 되었다. 그들은 언어를 따라 흩어졌다. 그러나 그때 하나님은 ‘헤쳐’라고 외치신 것이 아니라 ‘헤쳐-모여’를 외치셨다. 그리고 그 즉시로 스스로 모으시는 일을 시작하셨다. 그 첫 퍼즐 조각이 바로 아브라함이다. 그는 시작에 불과하다. 흩어진 모든 족속이 뒤를 이어 모여들 것이다.

땅의 모든 족속이 너로 말미암아 복을 얻을 것이라(창 12:2-3)

바울처럼 그리스도의 이름을 부르는 곳에는 복음을 전하지 않고 동역자로 남기를 힘쓰며(롬 15:20), 오히려 흩어진 많은 조각들 중에서 한 조각을 찾기로 했다. 그들이 보로로(Mbororo)족속이다. 그들도 우리처럼 바벨탑 너머로 흩어진 퍼즐 중 하나이다. 퍼즐의 완성된 그림을 보았고, 내가 맞춰야 할 퍼즐을 알았으니 그것이 찾아져 제자리에 맞춰질 때까지 나의 달려갈 길을 다 마치고 싶다. 이것이 주님 오실 길을 예비하는 길이라 믿는다. 땅끝에서 주님을 맞는다는 말의 진정한 의미일 것이다. 선교의 궁극적인 목표를 향해 나아가련다. 그 발걸음을 떼게 하신 주님께 감사 드린다(라디오방송선교를 시작하게 된 배경이다).

바벨탑 너머로 흩어진 인류는 언어라는 공통분모를 중심으로 하나가 될 수 있다. 흩어진 그들을 다시 모으려면 난 곳 방언으로 그들에게 복음을 전해야만 한다.

우리가 우리 각 사람의 난 곳 방언으로 듣게 되는 것이 어찜이뇨?(행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