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야곱의 새해

[사하라의 별빛 아래서]

새해를 은자메나의 학교에서 홀로 맞이했다. 한 달여 만에 다시 오니 뿌연 먼지들이 말없이 나를 맞이했다. 세월이 남겨둔 빈 자리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쉼을 뒤로하고 쓸고 닦기를 반복해야 했다. 지친 몸을 침대에 눕혔다. 순간 밀려오는 적막감은 외로움을 불러냈고, 그 순간 내가 누웠던 방은 광야에 홀로 누웠던 야곱의 거처가 되었다.
야곱은 형 에서의 칼끝을 피해 도망길에 올랐다. 처음으로 아버지의 품을 떠나왔다. 처음으로 어머니의 그림자를 벗어났다. 광야에 들어섰다. 적막하고 두려운 그곳은 그의 내면을 보여주는 것만 같았다. 지친 몸을 눕히기 위해 주위를 둘러보니 덩그러니 놓여진 돌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마치 자신을 보는 듯한 착각은 그의 눈에만 비친 환영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그는 그 돌을 취하여 베개를 하고 누웠다.

성경은 말한다.

한 곳에 이르렀을 때 해가 진지라(창 28:11)

야곱의 밤이 시작된 것이다. 그 밤이 얼마나 길지, 얼마나 깊을지 그는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길고도 깊은 어둠의 터널을 지나야 하는 야곱의 미래가 그렇게 밤과 함께 시작되고 있었다. 그의 아침은 언제나 밝아올까? 야곱의 태양은 언제나 다시 떠오를까? 아침을 기약할 수 없는 그 밤에 그는 꿈을 꾸었다. 거기서 하나님을 만났다. 할아버지의 하나님, 아버지의 하나님이 야곱을 그 밤에 찾아오셨다. 할아버지의 하나님, 아버지의 하나님은 비로소 그 밤에 야곱의 하나님으로 자리매김되었다.

밤이 깊고 어둠이 강할 때 별빛은 더욱 빛났다.

야곱이 꿈에 보니 사다리가 땅에 서있고, 그 꼭대기는 하늘에 닿아 있으며, 하나님의 천사들이 그 위에 오르내리고 있었다(창 28:12)

그의 밤은 깊었지만 하나님께서는 그의 아침을 준비하고 계셨다. 하나님은 자신과 야곱을 연결하고 계셨다. 사다리, 앞으로 그가 올라야 할 영성의 길이었다. 사기꾼(야곱)의 길을 버리고 그가 가야 할 인생의 길이었다. 형과 아버지를 속이고 취한 로또(장자권)처럼 얻을 수 있는 것이 결코 아니었다. 한 계단 한 계단 차례로 올라야만 한다. 한걸음에 성큼 오를 수 있는 높이가 아니다.
그러나 밧닷아람에서 야곱은 그 길을 버리고 예전의 길을 다시 걸었다. 그리고 그가 원하는 것을 모두 얻었다. 예쁜 아내를 얻고 양떼와 많은 종들을 거느린 성공한 사람이 되었다. 이제 다시 고향으로 돌아갈 면목이 생긴 것이다. 그러나 그를 가장 먼저 맞이하는 사람들은 형 에서의 칼을 찬 무사들이었다. 그동안 형의 칼끝은 더욱 날카로워지고 많아졌던 것이다. 그 칼들은 야곱의 명치를 향해 폭풍처럼 질주해오고 있었다.

그 밤에 그는 여전히 혼자였다.

야곱이 홀로 남았는데(창 32:24)

아직 그의 아침은 밝지 않았다. 새날을 맞이하는 것이 두려웠다. 날이 밝으면 그가 일궈온 모든 것이 먼지처럼 날아갈 판이었다. 그동안 잊었던, 아니 무의식 속에 밀어 넣었던 약속이 다시 떠오른 건 그때였다.

보아라, 내가 너와 함께 있어서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너를 지켜 주겠고, 너를 이 땅으로 돌아오게 하겠으며 내가 네게 말한 것을 이루기까지 참으로 내가 너를 떠나지 않겠다(창 28:15)

야곱은 비로소 하나님의 얼굴을 구하기 시작했다.

그가 브니엘(하나님의 얼굴을 구하다)을 지날 때에 해가 돋았고(창 32:31)

비로소 그의 아침이 밝았다. 야곱의 태양이 다시 떠오른 것이다. 기나긴 어둠의 터널을 통과했다. 그는 다리를 절면서 새날을 맞이했다.

엉덩이(환도)뼈 때문에 절뚝거렸다(창 32:31)

그렇다. 더 이상 야곱(사기꾼)이 아닌 이스라엘로 첫날을 맞이한 것이다. 그의 인생의 진정한 새날이 밝은 것이다. 그의 찬란한 태양이 그와 그의 지팡이를 비취고 있었다. 그리고 그 빛이 점점 강해졌다.

의인들의 길은 동틀 때의 햇살 같아 점점 밝아져서 정오의 해같이 되지만(잠 4:18)

새해를 홀로 맞이하며 그 밤에 묵상해본 야곱의 기나긴 밤과 새 아침이다. 차드에서의 나의 지난날들을 돌이켜볼 때 결코 광명한 날들이었다고 말할 수 없다. 오히려 깊은 밤이었다. 이제 새해를 맞아 진정한 새날을 맞고 싶다. 하나님의 얼굴을 구하는 날들만이 진정한 새날이 밝아오는 아침이 될 수 있음을 깨닫는다. 진정한 새해가 될 수 있음을 다시 배우게 된다. 무수한 날들 속에서 아무리 많은 것을 소유하고 성공이란 이름의 명품을 가졌어도 하나님의 얼굴을 구하지 않은 날들은 결코 새날이 될 수 없다. 반면에 내가 처한 환경이 어둡고 상황이 어려워도 하나님의 얼굴이 내게 향해 있는 한 그날은 새날이다. 그는 복된 날을 지나고 있는 것이다. .

그는 여호와께로부터 복을 받으며, 그의 구원의 하나님께로부터 의를 받을 것이다. 이런 사람은 여호와를 찾는 족속이며, 야곱의 하나님의 얼굴을 구하는 사람이다(잠 24:5-6)

여호와께서 네게 복을 주시고 너를 지키시기를 원하며 여호와께서 그분의 얼굴을 네게 비추시고 네게 은혜 주시기를 원하며 여호와께서 그분의 얼굴을 네게 향하여 드시고 네게 평강 주시기를 원합니다(민6: 2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