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사하라의 계절은 이야기한다

[사하라의 별빛 아래서]

 

“나는 잘 알고 있어. 인생은 단 한 번뿐이라는 걸. 아주 진실한 한 번뿐이라는 걸……. 그래서 날이 갈수록 안타까워. 더 용감하고 유쾌하게 인생과 대면하지 못한 게 참 아쉬워.”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작가 싼마오가 사하라사막 한가운데서 쓴 글이다.
“사막의 집은 모두 지붕 한복판에 구멍이 나 있다. 우리집도 마찬가지다. 밥을 먹을 때는 물론 잠을 잘 때도 아이들이 옥상에 올라가 그 구멍을 통해 집 안을 들여다 본다. 또 모래바람이 미친 듯이 휘몰아칠 때면 집 안으로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그녀는 계속 이야기한다.
"사하라사막은 이토록 아름답건만 여기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엄청난 인내와 끈기를 대가로 지불하여 스스로 적응해 가야 했다. 나는 사막을 미워하지 않았다. 단지 사막에 익숙해져 가는 과정에서 작은 좌절을 겪었을 뿐이다."

차드는 일년 중 12월과 1월이 가장 지내기 좋은 계절이다. 한국의 가을 같은 날씨는 더위에 지친 마음에 여유를, 지친 몸에 활기를 불어넣어주기에 충분하다. 차드의 겨울이다.

그 좋은 계절이 지나가고 있다. 그 신선함은 어디로 가버렸을까? 곧 사하라사막의 덥고 건조한 바람이 밀가루 같이 고운 모래를 데리고 찾아올 것이다. 그땐 모래와 한판 승부를 가려야 한다. 조그마한 틈만 있어도 방안 구석구석까지 스며들어 모래 한 알 한 알의 존재를 알려준다. 고운 모래가 되기까지 지나온 세월을 누가 감히 헤아려 볼 수 있을까? 아침에 눈뜨면 뿌옇고 하얀 하늘은 이곳이 광야임을 일깨워준다. 매일 만나를 내려주어 당신의 백성을 먹이셨던 하나님의 보살핌 아래 그 옛적 시내광야 어디쯤에 우리가 서있는 듯하다. 차드의 봄이다.

이후 모래는 점점 사라지고 3월부턴 더위와의 전쟁이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4월은 죽음의 계절 사월(死月)이라 부르고 싶을 정도로 끔찍한 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몸에 열이 많은 나의 몸은 밤낮을 땀으로 목욕하며 지내야 한다. 온몸의 진액이 다 몸 밖으로 빠져나가는 듯하다. 대지 위의 모든 것이 메마르고 바싹바싹 타 들어간다. 지치고 힘겨워서 하늘의 창이 열리고 빗방울이 떨어지길 살아있는 모든 것은 간절히 기다리고 기다린다. 차드의 여름이다.

6월 말, 드디어 쏟아지는 한 줄기 빗물은 이 땅이 버림받지 않았음을 일깨워 준다. 떨어져가는 양식을 바라보며 간절히 비를 기다린 농부들은 들로 나가 곡식을 심는다. 풍성한 결실을 내다보며 우기를 수일처럼 지낸다.

그러나 감사하던 빗줄기도 작별하고 싶은 성가신 존재가 된다. 모기와 수인성 질환이 극성을 부리면서 사랑하는 이들을 아프게 하고 죽음으로 몰아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선한 대기를 기다리며 비 갠 후 떠오른 무지개를 바라본다. 무지개는 약속은 잊혀지거나 깨어지지 않았다고 일러준다.

무지개가 구름 속에 나타나면…… 내가 그것을 보고…… 영원한 언약을 기억하겠다(창 9:13-16)

이 땅에서 살아가는 게 쉽지 않은 이유는 너무 무미건조하기 때문이다. 계절의 변화도 적고 산이나 바다는커녕 올망졸망한 언덕도 보기 힘들다. 끝없이 펼쳐진 지평선은 잠깐의 우기를 제외하면 항상 잿빛이다. 그러나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면 이곳에도 변화가 존재한다. 이곳에서도 계절이 바뀌면서 만들어내는 작고 세미한 변화를 느낄 수 있다.

사하라의 현실은 속삭인다. 인생은 결코 동화 같지만은 않다고. 그러나 깨끗한 영혼의 소유자는 현실에 대해 눈 감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직시하면서 그 속에서 희망의 물을 길어낼 줄 아는 사람이라고.
때와 계절을 아는 것이 철드는 것이라 하니, 이제는 이 땅의 작은 계절의 변화도 느낄 수 있으니 철들어가는 것일까? 그렇다면 좋겠다.

해 아래의 모든 것에는 시기가 있고 모든 목적에는 이룰 때가 있으니, 태어날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으며, 심을 때가 있고 심은 것을 뽑을 때가 있으며, 죽일 때가 있고 치료할 때가 있으며, 헐 때가 있고 지을 때가 있으며, 울 때가 있고 웃을 때가 있으며, 슬퍼할 때가 있고 춤출 때가 있으며……(솔로몬이 쓴 전도서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