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나무를 심은 사람

[사하라의 별빛 아래서]

 

“사람은 희망을 가져야만 일을 할 수 있다.”
‘장 지오노’가 《나무를 심은 사람》이란 작품에서 한 말이다. 나도 크게 동감한다. 그래서 나는 말하고 싶다. ‘꿈이 없는 사람들은 가장 불쌍한 사람이다’라고. 꿈이 없으면 식욕이 없는 사람보다 더 비참한 삶을 살게 된다. 맛없는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을 보았는가? 그가 꿈을 도둑맞았기 때문이다.

나는 예수님께서 이 땅에서 하신 가장 큰일은 바로 사람들에게 꿈을 찾아 준 것이라고 단언한다. 예수님께서 ‘나인’성의 한 과부의 죽은 외아들을 살려 그녀의 품에 되돌려 주었을 때, 꺼져버린 소망의 촛불은 다시 타오르기 시작했다. 상한 갈대가 모진 바람을 이기고 다시 자라기 시작한 것이다.

나무를 심은 사람, ’엘제아르부피’는 혼자서 황무지를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만들었다. 고독 속에서 그는 버려진 황무지에 나무를 심었다. 그가 심은 것은 자작나무, 너도밤나무, 단풍나무가 아니라 희망이라는 나무를 황량한 사람들의 마음 밭에 심은 것이다. 처음 이 마을에는 단 세 사람만이 살고 있었다. 그들은 야만스러웠고 서로 미워했으며 덫으로 동물을 잡아서 먹고 살아갔다. 동물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덕을 실천하고 사랑을 나누는 삶을 살아갈 상태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제 모든 것이 변했다. 나무는 숲이 되고, 숲은 시냇물을 만들어 노래를 불렀다. 그 노래 소리에 새들이 모여들고 동물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마음도 조금씩 부드러워져 갔다. 마침내 그곳을 떠나갔던 사람들도 다시 그곳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활기가 넘치고 웃음이 떠나지 않게 되었다. 이 모든 축복의 열매는 한 사람이 황무지에 나무를 심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모두 자신들이 누리는 행복의 빚을 엘제아르부피에게 지고 있는 것이다.

어느 날 이 땅에서 살아가는 것이 힘든 이유를 찾다가 사라져 가는 소망의 뒷모습을 보게 되었다. 등 돌렸던 소망이 다시 얼굴을 비취고 미소를 보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 땅에 희망을 심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나도 나무를 심기로 했다. 바로 이 땅의 진정한 소망, 어린아이들을 말씀의 토양 속에 심는 것 말이다.

지금 차드에서는 무슬림이 교육을 통해 역 선교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많은 아이들이 기독교에서 회교도로 개종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우리 학교에서 많은 회교도가정의 아이들이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하나님께 예배하며 구주로 고백하는 모습은 더 없이 아름답고 귀한 모습임에 틀림없다. 학교를 시작하며 진행하는 동안 겪은 어려움과 외로움은 너무도 컸지만 그 열매는 너무 달고 신선하다.

“누군가 나무를 자르는 데 여섯 시간을 나에게 준다면 나는 그 중 네 시간을 도끼를 고르는 데 쓰겠다.” 링컨이 한 말이다. 준비의 중요성, 도구의 유용성을 잘 아는 지혜자가 들려주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는 도끼를 고를 선택의 여지도, 준비할 여유도 없이 학교사역을 시작해야만 했다. 재정도 경험도 없이 그렇게 무디고 이빨까지 나간 도끼로 나무를 잘라야 했다. 그저 한해 한해 내 손에 있는 그 무딘 도끼로 최선을 다할 뿐이었다. 한해 한해 늘어나는 학생수만큼 교실 하나 하나를 얼기설기 만들어야만 했다. 그때의 형편이 만들어주는 대로 만족해야만 했다. 그래서 모양도 제각기, 크기도 제 각각이다. 잘 가꿔준 정원이 아닌, 버려진 공터에 자리잡은 들꽃들처럼 흩뿌려진 건물들이 여기저기 자리잡고 있다. 그래서 감사의 노래는 더 절절하다. 정원의 꽃은 사람이 가꾸지만 들꽃은 하나님께서 가꾸신다는 누군가의 말이 진실임을 알기 때문이다. 들꽃정원을 가진 우리는 행복하다.

왈리아학교가 신입생을 받고 새 학년을 시작했다. 좋은 소문이 민들레 홀씨처럼 사방으로 날아가 인근 각처에서 구름 같은 학생들을 몰아왔다. 열악한 교육환경과 조악한 시설을 생각하면 기적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3, 4학년 과정은 두 반이 되어 새롭게 교실을 만들어야만 할 상황이다. 임시로 햇빛만을 가리고 수업을 시작해야만 했다. 가슴 한 편이 아련히 아파온다.

마음껏 지원해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을 뒤로 하고 다시 문두(Moundou)로 내려오는데 앞이 흐려 운전하기가 어려웠다. 어느새 두 눈이 촉촉해졌기 때문이다. 감동은 눈물을 타고 흘러 가슴을 적시고 감사는 고백을 타고 올라 하늘을 수놓았다. 내 힘의 능력과 지혜로 세워졌다면 이런 감동은 결코 없었을 것이다. 쉽고 편하게 이 사역이 이루어졌다면 이런 감사는 결코 드려지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에게 이러한 감동을 선물로 주신 주님께 감사드린다.

여호와여, 우리에게 영광을 돌리지 마옵소서. 오직 주의 이름만 영화롭게 하옵소서. 주는 사랑이 많으시고 신실하신 분이십니다(시 11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