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내 사랑 차드를 향해

[사하라의 별빛 아래서]

 

조용히 눈을 감았다. 갑자기 흐르는 눈물을 억제할 수 없었다. 어디서부터 이 눈물이 쏟아지는 것일까?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손으로 훔치며 눈물의 의미를 생각해보았다. ‘하나님의 뜻에 더욱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는 의미의 눈물일까?’ ‘그동안 기도로 뜨겁게 품었던 땅을 향해 날아가고 있음에 대한 감격의 눈물일까?’

메마르지 않은 가슴으로 아프리카 미지의 땅 차드에 첫발을 내디딜 수 있다는 사실이 감사했다. 2001년 11월 27일 내 사랑, 주님의 땅 차드를 향해 그렇게 나는 날아가고 있었다. 

14시간 30분의 긴 비행에 에어버스도 지쳤는지 굉음을 내며 미끄러지듯 파리의 샤를 드골 공항에 내려앉았다. 차드에 가려면 프랑스에 반드시 들려야 한다. 차드에 들어가는 유일한 비행편이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차드 입국을 위한 비자를 받기 위해서도 프랑스는 들려야 했다. 파리에서 유학 중인 지인이 공항까지 나와 따뜻하게 맞이해주었다. 그들 부부는 말할 수 없는 친절함으로 나를 정성껏 섬겨주었다. 그리고 자원하여 하나밖에 없는 방을 나에게 기쁨으로 내어주었다.

파리는 그 자체가 커다란 박물관이요 한 장의 그림 엽서와 같았다. 하나님께서 당신의 예비하신 손길들을 통해 그림을 그리듯 하나하나 세밀하게 차드 정탐을 준비해 가셨다. 그래서 어렵지 않게 비자도 받을 수 있었다.

너도 가서 이와 같이 하라
차드 입국을 허락하는 비자를 손에 들고 공항을 향하는 발걸음은 신방에 들어가는 신랑의 발걸음처럼 설렘과 묘한 감정으로 구름 위를 걷는 것 같았다. 

샤를 드골 공항에서 뜻밖에 한 사람을 만났다. 캐나다에서 어학연수 중 유럽여행을 하고 다시 캐나다로 돌아가는 한국인 여대생이었다. 잠시 방학을 맞아 견문을 넓히기 위해 유럽여행을 왔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파리 여행을 마치고 다시 캐나다에 귀국하려고 공항에 왔으나, 캐나다에서 예약했던 티켓이 항공사의 부도로 쓸모 없게 되었다고 하였다. 가지고 온 돈도 다 쓰고 파리에 특별히 아는 사람도 없다고 했다. 어려운 이웃을 도와야 한다는 단순한 생각에 도울 수 있는 일들을 찾아 도와주었다. 그리고 그녀에게 복음을 나누고 기도해주었다. 비행기 시간에 쫓겨 “자매님 걱정하지 마세요. 하나님께서 자매님을 사랑하세요. 다 잘 될 것입니다.”라는 작별인사를 하고 급히 차드행 비행기를 탈 수 있는 게이트로 몸을 향했다. “기도해주세요!”라는 말이 등뒤에서 들려왔다. 그 말을 들을 때 문득 스치는 마음의 음성이 있었다. ‘선한 사마리아인’.

비행기 안에서 이내 나도 모르게 성경 속의 ‘선한 사마리아인’ 이야기로 빨려 들어갔다. 주님께서 내게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 “차드에 있는 영혼들은 강도 만나 거만 죽게 된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필요한 사람은 제사장, 레위인도 아니며 기꺼이 자기를 희생한 사마리아인이다. 그가 강도 만난 자의 진정한 이웃이다. 너도 차드 땅에 들어가서 이와 같이 하여라.”

내가 차드 땅에 들어가 선교사로 살아갈 이유와 목적이 분명해지는 순간이었다. 그 땅 사람들의 아픔에 집중하고 그들의 영적인 필요를 채워주는 것이야말로 내가 그 땅에서 해야 할 사역이었다. 주님께서는 특별한 사건을 통해 나에게 차드에서의 나의 사역의 원리와 자세를 그렇게 가르쳐 주셨다.


강도 만난 자들
차드에 밤늦게 도착하였다. 차드는 겨울이었다. 섭씨 30도가 넘는 겨울. 건기에다 모래바람이 불어서 입이 바짝바짝 마르고 콧속이 갑갑해졌다. 이곳이 사하라사막에 가깝다는 것을 피부로 실감할 수 있었다.

차드는 아프리카의 중북부에 위치하고 있다. 면적은 남북한을 합친 면적의 약 5배, 잉글랜드의 5배이며, 북으로는 사하라사막이 위치하고, 중앙은 건조한 초원, 그리고 남으로는 다소 수풀이 우거져있다. 이것은 이 땅의 영적인 지형도이기도 한다. 사하라사막이 지나는 북부는 거의 복음을 접하지 못한 영적으로 빈곤한 땅이다(99%이상이 모슬렘이다). 중부는 다소 기독교의 선교가 이루어지고 있는 지역이며, 다행이 남부를 중심으로 기독교 선교가 활발하게 이루어져 전체인구의 약 12%에 달하는 그리스도인이 이곳에 집중하여 살고 있다.

오랜 전쟁으로 국토는 개발이 거의 되지 않은 상태이다. 인구는 7백만이며 많은 사람들이 모슬렘이다. 182종족과 120개의 다른 언어그룹을 가지고 있다. 인근 나라 중에서도 사망률이 가장 높은 나라이며, 평균 사망연령이 45세이다. 또한 이 땅은 아직 외부 세계에 그 처참함과 어려움이 알려지지 않아 상대적으로 소말리아나 이디오피아에 비해 원조도 적은 나라이다. 그만큼 많은 도움의 손길이 절실한 땅이다.

은자메나(N’Djamena, 차드의 수도) 어디에서나 보일 만큼 높이 솟은 모스크는 이 땅의 절반이 넘는 사람들이 모슬렘이라는 사실을 알려주는듯 하였다. 라다만 금식을 하며 여기 저기서 누워있는 사람들, 메카를 향해 기도하기 위해 한 손에 물병을 들고 쭈그리고 앉아 발을 씻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확성기로 울려 퍼지는 코란소리에 홀린 듯 썰물처럼 모스크에 몰려들어가는 사람들, 그리고 여기 저기서 코란을 배우는 코흘리개 아이들을 볼 수 있었다. 내가 본 차드의 사람들은 분명 ‘강도 만난 자들’이었다. 오래 전부터 모슬렘에 의해 생명과 진리를 빼앗긴 사람들, 거짓에 묶여 자유를 잃어버리고 영적으로 옥에 갇혀있는 사람들, 유럽의 열강들에 의해 주권을 빼앗겼던 사람들, 세계에서 가장 못 사는 사람들, 그리고 독재자의 장기 집권에 한 가닥 희망마저 빼앗긴 사람들이었다. 

그렇다 이들에게 이웃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들에게 필요한 이웃은 제사장도 레위인도 아니다. 생명 없는 종교나 섬김 없는 신앙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 보였다. 선한 사마리아인이 필요하다. 그들에게 참 이웃이 필요하다. 선한 사마리아인, 예수님의 사랑이 절실히 필요한 땅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심장과 손을 가진 사람을 간절히 기다리는 강도 만나 거반 죽게 된 자들이 바로 이 땅에 있다. ‘너도 가서 이와 같이 하라’는 주님의 말씀이 왜 내게 주어졌는지 깨닫게 되었다. 

일주일을 보내고 다시 파리로 돌아왔다. 6시간 30분만에 지옥과 천국을 오고 갔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너무나 크게 대조되는 모습이다. 화려한 파리의 모습을 보는 순간 갑자기 차드의 모습이 떠오르며 가슴이 뭉클해져 왔다. 차드의 사람들이 한없이 불쌍하게 느껴지며 금방이라도 눈물이 터질 것 같았다. 이것이 차드 사람들을 향한 하나님의 아버지의 마음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