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사람들, 그러나 행복한 사람들

피터 멘젤(Menzel)이란 유명한 사진 작가 -뉴욕타임스, 내셔널 지오그래픽 등 유수 언론의 사진기자- 는 그의 부인이자 작가인 달뤼시오(D'Aluisio)와 함께 24개국 30개 가정이 1주일간 '무엇을 어떻게 얼만큼 먹을까'에 5년을 매달려 지구별 구석구석을 다니며 지구별 사람들의 식탁을 사진에 담았습니다. ‘헝그리 플래닛-세계는 지금 무엇을 먹는가’(김승진·홍은택 옮김, 윌북 펴냄)는 이 부부가 함께 발로 뛰며 펴낸 식탁에 얽힌 지구별 사람들에 대한 생생한 보고서이다. 둘은 북으로 얼음땅 그린란드부터 남으로 태양의 도시 호주 브리즈번까지, 그리고 하루 식비가 160원인 배곯은 아프리카 차드 난민촌부터 가족 모두 뱃살과 전쟁 중인 미 노스캐롤라이나주 가정까지 식탁에 투영된 사람들의 삶의 모습 보여주고 있다.

 

 

독일 바르그르하이드의 멜란더씨 가족 일주일 식비는 46만원.

일본의 한 가정은 29만원이 식품비로 사용된다. 섬나라답게 해산물이 가공식품보다 많다.

풍요의 땅으로 대변되는 미국은 31만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호주의 한 가정은 평균 34만원이 식탁을 채우기 위해 필요하다.

아프리카 차드의 한 가족의 일주일 치 밥상은 우리 돈 천2백원이면 채워진다.

 

가난은 저주가 아니라 단지 불편할 뿐이다. 한 때는 이 말로 위로를 받기도 했다. 단지 불편함만 존재한다면 가난을 얼마든지 친구로 삼을 수도 있다. 그러나 가난 곁에는 죽음이 가까이 있음을 차드에서 보았다. 할 수만 있다면, 사진 속으로 손을 뻗어 다른 나라 사람들의 식탁에 있는 넘치는 음식물을 한 움큼 집어 차드 사람들 손에 쥐어 주고 싶다. 하나님도 그러고 싶지 않을까?

 

'아프가니스탄·방글라데시·차드·소말리아·수단·짐바브웨.' 지난해 12월 세계식량계획(WFP)은 이들 6개 나라를 2008년 한 해 동안 지구촌이 지원을 집중해야 할 '7대 핵심국가'로 꼽았다. 나머지 한 나라는, 북한이었다.

 

‘세이브 더 칠드런’은 어머니와 아이들에게 좋은 최고·최악의 나라를 조사한 ‘2008 어머니보고서’를 발표했다. 조사대상 146개국 중 최하위인 146위는 니제르였으며, 그 위로 차드, 예멘, 시에라리온, ……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 나라에서는 평균 21명의 산모 중 1명은 임신관련 질병으로 사망하며, 아동 6명 중 1명은 5세가 채 되지 못해 사망한다. 또 아동 3명 중 1명은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으며, 남여 어린이의 초등학교 입학비율은 3대 4로 나타났다.

이런 좋지 않은 보고서에 차드 이름이 자주 거론되는 것을 볼 때 차드에 사는 우리는 너무 마음이 아프다. 속상하다.

 

 

왜 이렇게 굶주림이 이 땅을 갉아 먹고 있는 것일까?

서부 아프리카 기아위기의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분석된다. 가장 잘 알려진 이유는 가뭄과 메뚜기 떼 공격이다. 지구온난화는 호수를 마르게 하고 빙하를 녹인다. 아프리카 차드호수는 지난 40년간 수면의 93%가 자취를 감췄다. 차드호수는 우리나라 영토의 1/9 수준이었다. 여기에 기대에 사는 나라만 4개나라, 사람들은 셀 수 없이 많았으나 이제 그들은 희망을 잃고 정처 없이 기댈 곳을 찾아 떠나고 있다.

 

가뭄은 단지 굶주림만을 야기하지 않는다. 3일 굶어 도둑질하지 않을 장사 없다고 했던가? 차드의 오랜 가뭄은 끝내는 내전의 또 다른 불씨가 되었다. 이 주장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주장으로 세계에 주목을 끌기 시작했다. 1980년대부터 시작된 기후 변화와 지구온난화 등으로 너무 가물자 북부 이슬람계의 유목민들이 남부 기독교계의 농작물과 물을 놓고 분쟁이 야기된 것이다. 식수와 식량이 넉넉할 때는 남부 농민들은 북부 목동들이 가축을 몰고 와 물과 풀을 먹이는 일을 너그럽게 봐줬다. 그러나 가뭄이 심해지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남부 농민들이 북부 아랍계가 식수와 곡물을 축낸다고 비난(?)하면서 양측 간 대립이 시작됐던 것이다. 이런 반목이 점차 거세져 2003년부터 본격적인 내전이 벌어졌다.

 

아프리카 기근의 또 다른 원인은 잘못된 정치체제에서 찾을 수 있다. 대부분의 아프리카 주민은 독재자의 장기집권과 내전으로 고통 받고 있다. 차드와 코트디부아르, 토고 등이 그 대표적인 나라다. 뉴욕타임스는 이들 지역의 정치체제가 왜곡된 상황에서 독재자가 구호품 배분의 권리를 독점하고 있는 이상 아무리 외부에서 지원 물품이 쏟아져 들어와도 지배층의 배만 불릴 뿐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될 리 없다고 지적했다.

 

 

우리가 사역하는 행복 유치원에서 얼마 전부터 아이들에게 급식을 시작했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선생님들도 너무 좋아라 했다. 그런데 한 달이 채 안되어 중단해야 할 위기 가운데 있다. 어렵게 얻은 유엔 구호 곡물은 아직 사무실에 여러 포대가 있는데, 설탕 등 함께 넣어야 할 부재료와 땔감, 일하는 아주머니 품삯을 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대로 주저 앉자니 속상해서 차드의 상황과 우리의 상황을 이렇게 자세히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