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과 그의 후손(창세기 5장)

창세기 5장은 ‘죽었더라’는 반복된 표현으로 인해 ‘죽음의 종소리’라 불리어왔다. 그것은 아담에서 노아의 아들 셈에 이르기까지 메시야의 혈족 계보를 기록하고 있다. 예수님의 족보를 기록하고 있는 누가복음 3장 38절은 이렇게 마무리된다.

"그 이상은 에노스요 그 이상은 셋이요 그 이상은 아담이요 그 이상은 하나님이시니라"(눅 3:38)

인간의 생명과 구원의 시작과 끝에 하나님이 계신다. 다른 것은 상상할 수도 없다. 이 족보는 인간의 모든 것(생명, 권리, 행위, 의사)의 출발은 창조주 하나님이시며, 죽을 수 밖에 없는 존재(에노스)를 다시 살게 하는 구원자도 하나님(예수 그리스도)이심을 가장 간결하면서도 설득력있게 서술한 역사이다.


• 하나님의 형상을 잃어버리다, 죄성의 전가
5장 1절에서 아담 족보을 서술하면서 모세는 "하나님께서 사람을 창조하실 때에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으셨다"고 밝힌다. 그러나 아담은 하나님의 형상을 자손에게 유전시켜주지 못하고, 자신의 타락한 형질을 대물림해준다.

"아담이 일백 삼십세에 자기 모양 곧 자기 형상과 같은 아들을 낳아 이름을 셋이라 하였고"(창 5:3)

"모양"이란 단어의 원어 '첼렘(צלם)'은 원래 성질이나 성격상에 있어서의 유사성 또는 환영(幻影), 그림자, 착각 등을 뜻하는 말이나(시 39:6) 여기선 '형상'(데무트, דּמוּת)이란 말과 교호적(交互的)으로 사용되었다(1:26).

아담은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되었다. 셋은 아담의 형상대로 태어났다. 그 사이에 타락이 발생했고 인간에게 있는 하나님의 형상이 죄로 말미암아 손상되었다. 아담은 타락 후 필연적 죽음을 선고받은 존재이니(2:19) 그가 자기 모양과 같은 아들을 낳았다는 것은 곧 죽음이란 죄책(罪責)이 후손에게 전가되었다는 의미가 된다(롬 5:12).

"한 사람을 통해 죄가 이 세상에 들어왔고 죄를 통해 죽음이 온 것처럼 모든 사람이 죄를 지었기 때문에 온 인류에게 죽음이 퍼지게 되었습니다."(로마서 5:12)


• 정녕 죽으리라- "죽었더라"
*창 5:4-5/ 아담이 셋을 낳은 후 팔백년을 지내며 자녀를 낳았으며 그가 구백 삼십세를 향수하고 죽었더라

2장 17절에서 하나님이 “정녕 죽으리라”고 말씀하신 일의 ‘육체적이’ 성취를 기록하고 있다. 그 ‘영적인’ 성취는 아담이 범죄한 그 날 일어났다. 육체의 죽음은 유보되었을뿐이며 결국 육체도 본래 곳 으로 돌아간다(먼지로 인간의 몸을 빚으심).

*한편 "정녕 죽으리라"는 원문근 "죽고 죽으리라(מ֥וֹת תָּמֽוּת)"이다. "죽다(무트, מוּת)"라는 단어가 두 번 반복되었다. 히브리어의 특성상 '죽고 죽으리라'를 강조형으로 해석하여 "반드시(정녕, 진실로)"로 해석하였다. 그러나 문자 그대로 "죽고 죽으리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면 사람이 선악과를 따 먹있을 때 일어나는 일은 두 번의 죽음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는 인간이 영혼과 육체로 구성되었다는 것과도 연관이 있다. 선악과를 따먹는 순간 인간의 영혼은 죽있고 인간의 육체는 창세기 5장에서 밝히듯 잠시잠깐 생명을 유지하다가 결국 죽게 된것이다[선악과를 따먹으면 (영혼이)'죽고', (육체도)'죽으리라')]. 선악과를 따먹고 인간이 보인 반응(하나님을 두려워하여 숨는 모습과 결국 에덴 동산의 생명나무에 이르지 못하도록 쫓겨난 것은 이미 인간의 영혼이 죽었음을 의미한다).


• 낳고.... 낳고
여기에 나오는 족장들의 계보는 (1)이름 (2)장자를 낳은 아이 (3)그 후의 여생 (4)죽었을 때의 나이 순(順)의 일정한 틀에 따라 기록되었는데 이는 죽을 수 밖에 없는 인간의 운명과 함께 그 가운데서도 중단없이 이루어져 가고 있는 '여자의 후손'(3:15)에 대한 하나님의 약속을 상기시켜 준다.


• 한줄기 빛: 에녹
"에녹이 하나님과 동행하더니 하나님이 그를 데려 가시므로 세상에 있지 아니하였더라"(창 5:24)

"데려가시므로"의 원어 '라카흐(לקח)'는 '취하다', '받아들이다', '택하다'는 뜻이다. 엘리야의 승천을 가리킬 때도 사용된 말로 에녹이 죽음을 맛보지 않고 낙원(눅23:43)으로 옮겨졌음을 의미한다(히 11:5).

믿음으로 에녹은 300년간 하나님과 동행하며 여호와를 기쁘시게 했다(히 11:5). 그의 아들의 출생이 그의 삶을 성결케 하고 고결케 하는 영향을 끼친 것 같다(22절 상): "므두셀라를 낳은 후 삼백년을 하나님과 동행하며 자녀를 낳았으며"(창 5:22)

잘 시작하는것도 좋은 일이나, 끝까지 꾸준히 지속하는 것은 더욱 좋은 일이다.


‘동행하다’(walk, 할라크, הלך)라는 단어는 우연히 알게 된 관계가 아니라 꾸준하고 점진적인 관계를 암시해준다. 하나님과 동행하는 것은 평생에 걸친 과제이지 그저 한 시간 정도 시행하는 그런 일이 아니다. 즉, 제목은 하나님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인격적 교제'를 나누는 삶을 살았다(미 6:8). 이처럼 죄악이 관영한 가운데에서도 오직 하나님만 바라보며 그의 뜻을 좇아 산 자로는 또한 노아가 있는데 그 역시 '하나님과 동행한 자'라 칭함받았다(6:9).

에녹은 홍수 이전에 하늘로 옮기었는데 그것은 마치 교회가 환란이 시작되기 전에 하늘로 휴거되는 것과도 같다(살전 4:13-18; 계 3:10).


• 무두셀라 구름위
"므두셀라"는 '창 던지는 자'란 뜻이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동물을 인간의 식물로 주신 때는 노아 홍수 이후이니(9:3) 므두셀라가 창을 사용한 용도는 짐승의 모피(毛皮)를 얻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한편 그는 인류 역사상 최고의 장수자인데 이는 그가 들판을 쏘다니며 사냥하는 동안 체력이 단련된 탓도 있겠지만 원천적으로 하나님께서 그에게 건강을 허락하셨기 때문으로 이해해야 한다. 왜냐하면 모든 생명의 주인은 하나님으로서 그분께선 당신의 뜻대로 생명을 취하실 수도(눅 12:20), 연장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사 38:5).

세월이 흐르면서 인간의 수명이 감소되었다. 시편 90장 10절은 70세를 정상적인 연령으로 말하고 있다.

비록 무두셀라가 죽음을 면치 못하였긴 하나 1000여년 가까운 세월을 살았다는 것은 장차 회복될 인간의 영원한 생명(딛 1:2)을 기대케 해준다.

한편 그의 아들 라멕은 경건치 못한 가인의 후예 라멕(4:19,23)과는 동명이인(同名異人)으로 하나님을 경외한 대조적인 인물이다.

*참고/ 만일 윌리암스의 말대로 ‘므두셀라’라는 이름이 ‘보냄 받을 것이다’라는 뜻이라면, 그것은 일종의 예언일 수도 있는데, 왜냐하면 그가 죽은 해에 홍수가 임했기 때문이다. 아마도 라멕이 아들을 낳고 노아라고 이름 지으며 한 예언은 노아의 위대한 아들이신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세상에 임할 위로를 대망했을 것이다. 노아의 이름은 ‘안식’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