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육신(成肉身 Incarnation)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그의 육신으로 오심(성육신)과 육신으로 죽으심(속죄를 이룸)을 통해 우리의 구원을 확증하셨다(롬 8:3;골 1:22;요일 4:2).

"율법이 육신으로 말미암아 연약하여 할 수 없는 그것을 하나님은 하시나니 곧 죄를 인하여 자기 아들을 죄 있는 육신의 모양으로 보내어 육신에 죄를 정하사 육신을 좇지 않고 그 영을 좇아 행하는 우리에게 율법의 요구를 이루어지게 하려 하심이니라"(롬 8:3-4 )

기본적으로 '육'이란 말은 사람이나 동물의 물질적 유기체를 의미하고, 성경에서는 하나님으로부터 비롯되며 하나님께 의존하는 피조된 생명을 상징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므로 '육'은 비교적 짧은 시간만 이 땅에 생명을 가지고 사는 생물을 총칭하는 용어가 된다(예. 사 40:6). 그러므로 예수 그리스도께서 '육신으로' 오셨다는 것은 피조된 생명의 조건과 신분으로 오셔서 죽으셨음을 말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그는 인간이셨다는 뜻이다. 또한 신약은 과거에도, 또한 앞으로도 계속 하나님이신 그 분, 즉  끊임없이 하나님이신 그 분이 인간이 되셨음을 단언한다(요1:1이하,14).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시매 우리가 그 영광을 보니 아버지의 독생자의 영광이요 은혜와 진리가 충만하더라"(요 1:14)

정통 유대주의는 창조주 하나님이 피조물 중의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개념은 신성 모독이거나 부조리한 것이라고 항상 주장했다. 학자들은 초인적 메시아에 대한 유대적 사색과 구원신에 관한 이교 신화에서 어떤 병행점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성육신 교리의 기원에 대한 유일한 설명은 제자들에게 끼친 예수님의 삶, 사역, 죽음과 부활의 영향력 안에 있었다(요 20:28이하). 초기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을 신성을 지닌 주(主)로 여기고 그에게 기도했으며(행 7:59), 그가 죄를 용서해 주시는 분으로 선포했다(행 5:31). 성육신 신앙은, 비록 신학적인 형태가 갖추어져 있지는 않았다해도 이미 그 곳에 존재했다.
    


신약 기자들은 성육신의 양식 혹은 성육신하신 예수님의 구체적인 인격 등에 관해 이의를 거론하지 않는다. 그들은 예수님의 인격의 신비를 분석하려 하지 않고 다만 성육신을, 하나님이 죄인을 구원하시려는 위대한 사역의 결과들중 하나로만 선포할 뿐이다. 이것이 신약 기자가 동정녀 탄생을 숙고하지 않은 이유이며, 동정녀 탄생을 기록한 마태와 누가는 신비스럽게 태어난 독특한 인격을 강조한 것이 아니라 이러한 기적에 의해 하나님이 자신의 약속을  성취하셨다는 사실을 강조하였다(마 1:21이하;눅 1:31이하, 68이하;2:10,11,29이하). 그러나 모든 신약 기자들은 예수님의 인성과 신성 양자가 그의 구속 사역에 근본적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예수 그리스도의 나심은 이러하니라 그 모친 마리아가 요셉과 정혼하고 동거하기 전에 성령으로 잉태된 것이 나타났더니"(마 1:18)

마리아에게서 잉태된 징조가 '나타났다'는 사실은 숨기고 있던 수치나 죄악이 비로소 발각되었다(알아내었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이것은 하나님의 특별하신 역사(役事)로 잉태되었음이 '분명해졌다'는 의미이다. 한편 이 잉태는 성령을 통해 이뤄진 것으로서 누가복음에서는 이 잉태에 대한 기사를 훨씬 더 자세히 그려내고 있다(눅 1:26-56). 그런데 '성령을 통한 잉태'라는 말속에는 이교도들의 사상처럼 신과 인간이 한몸을 이룬 결과라는 뜻이 전혀 개입되어 있지않다. 그 대신 메시야를 대망하던 시대에 돌연히 나타나리라 기대되었던 지극히 높으신 자, 곧 여호와의 권능이 성령 안에서 기적적으로 마리아를 잉태시켰던 것이다. 즉, 하나님은 당신의 아들을 이 세상의 구원자로 보내시면서 인간의 어머니는 주셨지만 아버지를 주시지 않았다. 결국 그분은 하나님의 아들이며 동시에 인간의 아들, 곧 완전한 신(神)이시자 완전한 사람이셨던(God-Man) 것이다(A. T. Robertson). 실로 이와 같은 성육신(Incarnation)의 비밀은 '예수는 육신을 입으시고 나셨으나, 육신적 이유 때문에 탄생하신 것은 아니다'라는 데에 있다. 즉 그가 육신의 모양으로 나심으로 육신을 지배하던 죄와 사망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고,또한 제 3의 하나님이신 성령의 완벽하신 신적(神的) 준비를 통해 나심으로 인간들이 지닌 본원적 죄성(罪性)을 물려받지 않으실 수 있었던 것이다(Plummer). 실로 예수의 처녀 탄생문제는 예수께서 성육신하시기 전에 이미 실제적으로 선재(先在)하셨음을 믿는 자에게는 의심할 만한 크나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예수의 성육신은 모든 신앙인들의 마음의 근거요 출발점이 된다(요 1:14;17:5;고후 8:9;빌 2:5-11;골 1:15-19).

예수 그리스도는 하나님이기 때문에 성부의 마음과 생각을 최종적으로 완벽하게 드러내셨다(요 14:7이하;히 1:1,2). 그의 죽음은 죄인에 대한 하나님의 사랑의 최상의 증거이다(요 3:16). 그는 악의 세력을 몰아 내셨다(히 2:14,15). 예수님만이 '둘째 사람'(롬 5:15이하;고전 15:47)으로서 하나님과 사람 사이를 중재할 수 있었다(딤전 2:5). 또한 그는 인류의 죄를 위해 육신을 가진 인간만이 갈 수 있는 죽음의 길을 갔다. 그러기에 신약은 성육신을 부인하면 복음을 파괴하는 이단으로 취급된다(요일 2:22,23;4:1이하;5:5이하).
    
"거짓말 하는 자가 누구뇨 예수께서 그리스도이심을 부인하는 자가 아니뇨 아버지와 아들을 부인하는 그가 적그리스도니"(요일 2:22)


신약 성경에서 다음과 같이 성육신의 세 가지 측면을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예수님은 유일무이한 의미에서 하나님의 아들이시다(막 1:11). 어떤 유대인도 하나님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나는...이다'라는 강조적 표현을 입에 올릴 수조차 없었지만, 예수님은 스스로 그렇게 말씀하셨다(막 14:62;참고. 출 3:14과 요 6:35;8:12의 '나는...이다'라는 문구).

"예수께서 이르시되 내가 그니라 인자가 권능자의 우편에 앉은 것과 하늘 구름을 타고 오는 것을 너희가 보리라 하시니"(막 14:62)

"하나님이 모세에게 이르시되 나는 스스로 있는 자니라 또 이르시되 너는 이스라엘 자손에게 이같이 이르기를 스스로 있는 자가 나를 너희에게 보내셨다 하라"(출 3:14)

그래서 예수님은 '신성 모독'으로 정죄당했다. 하나님의 아들로서 그는 아버지와 완벽한 교제를 이루며 살았고 항상 아버지의 뜻을 따라 행하셨기에(요8:28,29) 아버지를 완전하게 계시하셨다(요14:7이하). 예수님이 인간적인 평가나 경배의 의미에서 아버지께 복종해야 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가 자유롭게 또 기꺼이 아들로서 행했다는 의미에서 아들보다 아버지가 더 크다.
  
또한 신약은 하나님과  예수님의 관계를 언급하면서, 예수님의 완전한 신성을 강조하는 의미에서 그를  말씀(요 1:1이하) 또는 하나님의 형상(히 1:3)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는 하나님의 영광의 광채시요 그 본체의 형상이시라 그의 능력의 말씀으로 만물을 붙드시며 죄를 정결케 하는 일을 하시고 높은 곳에 계신 위엄의 우편에 앉으셨느니라"(히 1:3)


성육신의 둘째 측면은 예수님이 이 땅에 계실 때 자신의 신성을 버리지 않으셨다는 것이다. 자연 질서를 유지하는 그의 역할을 제쳐놓았던 것이 아니다(골 1:17;히 1:3). 그가 외적인 영광을 버리시고 자신을 비우셨으나(빌 2:7), 이것이 그의 신적 능력을 박탈당했음을 의미하는것은 아니다. 그의 성육신은 신성의 감소가 아니라 완전한 인성의 획득이다(딤전 2:5).

"하나님은 한 분이시요 또 하나님과 사람 사이에 중보도 한 분이시니 곧 사람이신 그리스도 예수라"(딤전 2:5)  


셋째, 성육신 때문에 아버지께 대한 예수님의 순종과 의존의 관계가 변화된 것은 아니다. 예수님의 재림의 시기에 관해 그 자신도 알 수 없다고 한 것은, 예수님이 그 시기를 아는 것이 아버지의 뜻이 아님을 알려 준다. 그는 아들로서 아버지가 바라는 것 이상을 구하거나 알기를 원치 않으셨다. 그의 삶은 죄를 범치 아니한 완전한  삶이 었으며(벧전 2:22) 그 자신에게는 죽음에 처할 죄가 하나도 없다(히 7:26). 그래서 그는 불의한 자를 위해 대신 죽을 수 있었던 것이다(고후 5:21). 예수님은 신성을 지니신 분으로서 그의 완전한 상태로부터 벗어나기를 원치 않으셨지만, 또한 인간으로서 그는 격렬한 시험을 맞아 이를 극복하기 위해 싸워야만 했다. 예수님은 순종의 값비싼 희생을 치르심으로 승리를 거두셨기 때문에 시험을 당해 괴로워하는 그리스도인들을 동정하시고 그들을 능히 도와 주실 수 있는 것이다(히 2:18;4:14이하).

"자기가 시험을 받아 고난을 당하셨은즉 시험 받는 자들을 능히 도우시느니라"(히 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