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기(judges)

사사기는 여호수아의 죽음에서부터 사무엘의 등장에 이르기까지 이스라엘 역사를 기술한 책이며, 사사기라는 이름은 하나님께로부터 권능을 얻어 이스라엘을 구원하고 보호하였던 주인공들에게서 딴 것이다.
    
사사기는 "여호수아가 죽은 후에"라는 말로 시작한다. 이것은 본서의 서론적 표현으로서 사사기의 시대적 배경을 나타낸다. 이와 유사한 표현은 "모세가 죽은 후에"(수 1:1)라는 말로 시작되는 여호수아서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것은 곧, 전에 모세가 죽었을때와 마찬가지로 이제 여호수아의 죽음으로 인해 한 시대가 끝나고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음을 의미한다. 한편 여호수아는 110년을 향수하였는데(수 24:29), 그동안 모세의 후계자로서 이스라엘의 통치권과 지휘권을 행사하였다. 특히 그는 이스라엘 지파의 가나안 땅 분배에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였다(수 14-21장). 그로써 자신의 직임을 성공적으로 마친 여호수아는 백성들에 대한 권면을 마지막으로 평안히 죽음을 맞이하셨다(수 23:1 - 24:31). 그런데 문제는 막상 여호수아가 죽고나자 그를 이을 적당한 후계자가 없다는 점이었다. 사사기는 바로 이와 같은 상황을 정치적 배경으로 하여 기록되었다. 즉 여호수아 사후 강력한 통치자가 없던 이스라엘은 주변 열강들과 미처 정복치 못한 가나안 원주민들로부터 끊임없이 괴롭힘을 당하였다. 그러한 때 이스라엘의 구원자로 등장한 이들이 곧 사사인 바, 사사기는 이들의 활동을 중심으로 기술되고 있는 것이다. 한편 본서가 여호수하의 죽음에 대한 언급으로 시작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8,9에는 다시금 여호수아의 죽음에 관한 기사가 나온다. 이와 관련, 학자들 간에서는 1:1 - 2:9에 기록된 사건들이 여호수아의 죽음 이전의 사건들인지 아니면 그 이후의 사건들인지에 대하여 의견이 나뉘고 있다.



◆ 사사기의 내용
1. 여호수아의 죽음에 이어 발생한 사건들, 그 중에는 미정복지에 대한 정벌 및 실패, 특히 죄악에 대한 용인 등에 관한 기록이 포함된다(1:1-2:5).  

2. 사사들의 통치하의 이스라엘 역사. 저자는 이스라엘 민족의 신실함의 여부에 따라 하나님이 보상하시리라는 선지자적 통찰을 피력함으로써 본론을 전개시킨다(2:6-3:6). 사사기는 범죄, 이방인의 억압, 회개의 간구, 하나님께서 지명하신 사사들을 통한 구원 등의 순서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보여 준다. 사사기에는 여섯 차례에 걸친 억압의 기간과 열두 사사들의 활약이 소개된다(3:7-16:31). 히타이트 족속인 메소보다미아 왕 구산 리사디임의 침입과 옷니엘의 구원, 그 후 40년간의 평화(3:7-16:31); 모압의 에글론의 압제와 에훗을 통한 구출, 그후 80년간의 평화(3:12-31);하솔왕 야빈 2세와 그의 군대 장관 시스라의 공격으로부터 이스라엘을 구원한 드보라와 그 후 40년간의 평화(4,5장); 미디안 유목민들과 아말렉 족속들로부터 이스라엘의 왕이 되고자 했던 기드온의 아들 아비멜렉의 등장과 몰락, 그로 말미암은 혼란 사태를진정시킨  돌라와 야일의 활약(8:33-10:5); +암몬 족속과 블레셋 족속의 억압으로부터 이스라엘을 구해 낸 입다의 활약, 세 명의 소사사들, 마지막으로 등장한 삼손(10:6-16:31).

3. 옷니엘 사사 이전에 발생했던 이스라엘의 초기 배교 사건을 소개하는 부록 부분에서는, 이스라엘의 죄악의 심도를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그 당시에는 십계명 중 어느 하나도 제대로 지켜진 것이 없었고 사람들은 모두 자기 눈에 옳은 대로 행하였다(17-21장).
    


◆ 사사기의 저자와 저작 연대
드보라의 노래(5:2이하)는 기록된 사건이 발생했던  무렵에 쓴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사사기의 나머지 부분은 해당 사건의 발생 이후 두 세기가 지났을  무렵에야 비로소 책으로 엮어졌다.
  
사사기를 실로의 파괴를 언급하며(18:30,31;참고. 삼상 4장;BC 1080년경), 사무엘이 사사로서의 임무를 수행하기 불과 몇 년 전에 일어났던 삼손의 죽음을 기록하고 있다(16:30, BC 1063년경). "왕이  없었더라."는 구절이 반복되는 것으로 보아(17:6;18:1;21:25), 사사기는 사울이 즉위할 때인 BC 1043년경 이후에 그리고 BC 1003년 다윗의 예루살렘 점령 이전에 기록된 듯하다(삼하 5:6,7;참고. 삿 1:21). 이 책의 저자는 사울왕의 통치 초기에 활동했던 선지자였다(히브리어 성령에서는 이 책이 '전선지서'에 포함되어 있다). 사사기의 저자로 가장 유력한 인물은 유대의 탈무드에서도 시사된 것처럼 사무엘 또는 그의 선지자적 사역을 도왔던 사람들 중 하나이다. 이 책의 저자는 수 10:13에 언급된 영웅들의 무용담과 같은, 현재는 전해지지 않지만 구두로나 기록의 형태로 전해 내려 왔던 자료에  의 존하였던 것 같다.
    


◆ 사사기의 배경과 연대
여기서는 출애굽에 관한 초기 연대설<BC 1450년경>에 근거를 두기로 한다. 여호수아가 가나안을 정복하였지만 가나안의 원주민들이 잠재적 저항력을 잃어버린 것은 아니었다. 여호수아가 죽을 무렵인 BC 1400년경에, 팔레스틴에 대한 애굽의 통제력이 약화되었으며, 얼마 후 수리아 너머로부터 히타이트의 활동이 재개되기 시작했고 가나안 족속들은 하비루(Habiru)의 습격에 반기를 들었다. BC 1318년경 팔레스틴은 다시 애굽의 통제에 들어갔다. BC 1191년경 애굽의 세력에 밀려 나온 블레셋 족속은 사사 시대 말기에 이르러 가나안에서 그들의 입지를 공고히 하였다. BC 1216년에 있었던 드보라의 승리는 하솔을 근거지로 하였던 것이다. 삿 11:26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300년 동안 팔레스틴에 거주해 왔다. 이방 세력의 첫 번째 억압에서부터  사무엘의 등장에 이르기까지 기간은 BC 1382-1063의 319년간인듯하며, 이는 가나안  정복이 BC 1406-1400년에 이루어졌음을 시사함과 아울러 사사들 중에는 공동으로 사역한 자들도 있었음을 가리킨다.
    

한편, "여호와께 묻자와 가로되"는 곧 인간이 하나님의 뜻을 구하는 것을 가리킨다. 이러한 표현은 사사기 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많이 나타난다(별18:5;20:18,23,28:삼상 10:22;22:10;23:2). 구약시대에는 주로 대제사장들이 우림과 둠밈으로 여호와의 뜻을 구했는데(출 28:30;민27:21;삼상28:6), 아마 이때에도 이와 같은 방법으로 여호와께 물었을 것이다(Keil,Delitzsch). 한편, 이처럼 이스라엘 백성들이 여호수아 사후 하나님의 뜻을 물은 이유는 여호수하가 남긴 유업을 마저 성취하기 위해서였다. 즉 비록 여호수아가 가나안 땅을 정복하고 이스라엘에 안식을 가졌다 주었지만(수11:23;21:44;23:1) 아직도 가나안 땅에는 미정복지와 잔존 원주민들, 그리고 그들의 우상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때문에 가나안 땅을 마저 정복하고 그것들을 제거하는 것은 여호수아의 사후 이스라엘이 당면한 가장 시급한 문제였던 것이다(수24:22-24). 따라서 이스라엘의 각 지파들이 이 일을 의논하기 위해 모였고 하나님께 그 뜻을 물은 것이다.


"우리 중 누가 먼저 올라가서...싸우리까", '올라가서'에 해당하는 원어 '알라'는 단순히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나아가는 것'을 뜻하는 단어가 아니다. 대신 이는 수 8:1에서 보는 바와 같이 '싸움터로 나아가는 것'을 의미한다(Lange,Keil & Delitzsch Commentary,Vol. II, p. 250) 때문에 Living Bible은 이를 '전쟁에 나가다'(go to war)로 분명히 번역하고 있다. 아무튼 이스라엘 백성들의 이러한 질문 속에서 당시의 상황이 얼마나 심각했는가를 가히 짐작할 수 있다. 즉 하나님께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던 모세나 여호수아와 같은 지도자가 없는 상황에서 이스라엘이 아직도 여전히 미정복 상태로 남아 있는 많은 지역(수 13:1-7 등)을 정벌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힘든 민족적 대과업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누가 먼저 가나안 족속의 정벌에 나서서 백성들의 사기를 복돋워 주느냐 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었다. 때문에 이스라엘은 이에 대한 하나님의 뜻을 물었는데, 하나님께서는 유다 지파가 선봉에 나서라고 일러주셨다(2절).

'가나안 사람'은  정확히 얘기하면 이스라엘의 가나안 정복 당시 그곳에 거주하고 있던 '가나안 후기 원주민들'을 의미한다. 이들은 아브라함 당시 가나안에 거주하던 '초기 원주민들'(창 2: 5, 6)과는 엄연히 구별된다.


◆ 사사기의 교훈
사사기는 다음 세 가지 사항을 강조한다. 죄에 대한 하나님의 진노; 회개하는 자들에 대한 하나님의 자비이전의 죄악된 방법으로 끊임없이 되돌아가는 데서 적나라하게 드러난 인간의 타락성. 사사기 저자는 단지 역사를 기록한 것만이 아니라 그것을 해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