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의 비유

비유:  '어떤 것을 다른 방식으로 말한다'

비유를 뜻하는 헬라어 파라볼레(παραβολή)는 '곁에'라는 뜻의 '파라'와 '던지다'는 뜻의 '발로의 합성어이다. 즉 이는 '옆에 던지다'는 뜻으로 한 사물을 또 다른 사물 곁에 놓아두고 대조, 비교함으로써 그 사물의 실체를 정확히 파악하게 하는 진리 교육의 한 방법이다.

비유란 일반적으로 하나의 진리를 가르치거나 하나의 질문에 답변하기 위해 사용되는 연장된 직유나 짧은 이야기이다. 이것은 '우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기는 하지만 우화는 대부분 혹은 모든 세부 사항들이 적용할 만한 상징들을 담고 있는 이야기이다. 예수님의 비유 중에 많은 부분들이 다른 방식으로는 표현될 수 없는 메시지를 구체화하고 있다. 예수님은 친숙하지 않은 하나님 나라의 메시지와 개념을 비유를 사용해서 적절하며 친숙한 형태로 표현하셨다.


"무엇으로 비유할꼬 비유컨대..."(마 11:16)

이는 비유를 이끌어내기 위해 랍비들이 흔히 사용하던 교육기법이다(눅 7:31). 그런데 '비유할꼬'(ὅμοιος 호모이오소)의 원뜻은 '무엇을 닮게 하다', '비교하다'로서 어떤 사건이나 사물에 대해 그 닮은 것을 곁에 두어 비교한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실로 예수께서는 영적인 지혜를 일상 생활의 사건들과 비교하여 설명하심으로써 무지한 백성들에게 깨달음을 제공하시고자 했던 것이다(Stier). 이처럼 예수는 그 당시 사람들의 생활상에 큰 관심을 가지고 목도(睦睹)하였다. 그랬기 때문에 예수께서는 본문에서 아이들의 놀이까지 빠뜨리지 않고 비유로 사용하여 이 세상의 성격을 규명하신 것이다
    


◆ 비유의 해석
헬라의 단순한 속담(예. 눅 4:23)이 실제로 비유에 사용되었다. 씨 뿌리는 자에 관한 비유도 이와 마찬가지이다(마 13:3이하;13:18이하). 그 비유의 말씀은 비문자적인 언급을 나타내기 위해 사용되었다. 설교자들 가운데, 원래 우화가 아닌 것을 우화적으로 해석하여 그 비유의 세부 사항에 무리하게 진리를 적용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어떤 학자들은 모든 비유에서 어떤 한 가지만을 강조하기 위하여 이러한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비유들은 분명히 여러 가지 것들을  설명한다.
  
잃어버린 아들(탕자)의 비유는 자녀를 용서해 준 하나님의 기쁨, 회개의 본질, 시기와 자기의 의를 내세우는 죄를 강조하는 것이다(눅 15:11-32). 어떤 비유들은 원래의 배경이 잊혀져도 오랫동안 기억되기도 하며, 복음서 자자들은 그것을 이용하여 자신들의 가르침을 적절히 전달했다. 또 다른 비유들은 분명히 특수한 사건들과 연관되어 있다(예.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의 경우, 눅 10:25이하).
  
비유의 목적은 종종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어떤 사실을 다른 관점에서 보게도 하고, 예수님을 향하게도 하여 그 분과 새로운 관계를 맺게 하는 것이다. 아무도 비유가 예수님의 복음의 전부라고 말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것은 속죄 사역에 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기 때문이다.
    

◆ 비유의 특징
예수님은 자연(마  13:24이하), 일상 생활(마  13:13), 최근의 사건(눅 19:14), 있음직한 일들(눅 18:2이하)을 통해 설명하셨다. 비유의 교훈은 때때로  너무도 뚜렷하여 아무런 설명이 없다. 그런데 자신의 부를 누리지 못하고 죽은 부자 이야기에는 어떤 도덕적인 설명을 덧붙이셨다. 때때로 예수님은 질문을 통해 의미를 끌어 내셨다(눅 7:42). 많은 비유가 특별히 하나님과 하나님 나라의 속성, 도래, 가치, 확장, 그것이 요구하는 희생과 관련되어 있다. 비유의 해석은 부분적으로 주석가들이 하나님 나라를 어떻게 여기고 있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그리고 비유들이 미래의 소망(막 13:28이하)과 현재의 수해(마 9:37,38) 사이에 포함하고 있는 것을 주목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비유의 대부분이 현재 예수님을 통해 밝혀진 하나님의 은혜를 제시하고 '새로운 시대'가 이미 도래했다는 것을 알려 주며, 그 외의 것들은 하나님의 백성들이 마지막 날까지 기도하고, 이웃을 섬기며 용서하고, 하나님이 그들에게 주신 은사를 사용하며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 주기도 한다.


"예수께서 이 모든 것을 무리에게 비유로 말씀하시고 비유가 아니면 아무 것도 말씀하지 아니하셨으니 이는 선지자로 말씀하신바 내가 입을 열어 비유로 말하고 창세부터 감추인 것들을 드러내리라 함을 이루려 하심이니라"(0마 13:34-35)
    
위의 "말씀하지 않았다"는 뜻의 동사 '엘랄레이(ἐλάλει)'는 미완료 과거형으로서, 과거의 단 한 번의 동작을 나타내는 부정 과거형과는 달리 습관적인 행위를 나타낸다. 그런데 이 말이 ' ... 을 제외하고', '밖에'라는 부사 '코리스(χωρις)'와 연결됨으로써 본문이 예수께서 오로지 비유로만 이야기하고 다른 말씀은 전혀 하시지 않았다는 뜻으로 오해할 수 있다. 그러나 예수의 생애를 통해 볼 때, 그분께서 하신 모든 말씀이 비유였던 것은 결코 아니었다. 본문은 단지 그날은 '천국'을 이해시키고 깨닫게 하기 위해 특별히 비유로만 말씀하셨다고 하는 해석이 더욱 적절하다.


◆ 비유의 목적
막 4:10이하를 보면, 예수님의 비유가 믿지 않는 자들을 깨우치기보다 오히려 강퍅하게 하려고 하신 말씀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마음이 강퍅하게 되는 것이 비유를 들은 결과는 될 수 있지만, 비유의 목적은 될 수 없다(마 13:13에서처럼). 예수님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그의 비유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비유는 예수님과 분리할 수 없는 것이다. 예수님의 사역을 메시아의 사역으로 보지 않는자들에게 비유는 예수님의 깊은 의미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단순한 이야기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