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울의 가르침

16세기 이후의 역사 연구에 따르면, 종교개혁은 바울의 신학이 무엇보다도 구원과 관계가 있다는 것을 인식했다. 예수님은 죽음과 부활을 통해 이 시대의 권세 즉 죄, 죽음, 마귀의 세력을 깨뜨리셨다(엡 6:12;골 2:15).
  
엡 6:12/ 우리의 씨름은 혈과 육에 대한 것이 아니요 정사와 권세와 이 어두움의 세상 주관자들과 하늘에 있는 악의 영들에게 대함이라

골 2:14,15/ 우리를 거스리고 우리를 대적하는 의문에 쓴 증서를 도말하시고 제하여 버리사 십자가에 못 박으시고 정사와 권세를 벗어버려 밝히 드러내시고 십자가로 승리하셨느니라


그리스도인들은 회심을 통해  '부활의 시대'로 들어가며 이로 말미암아 그들은 그리스도의 죽음, 부활, 그리고 영광에 참여하여 그와 연합하게 된다(갈 2:20;엡 2:5,6).
  
현재의 삶에서 이것은 그들이  성령 님의 내주하심을 통하여 변화될 것을 의미하는데, 성령님은 그들에게 부활의 삶을  미리 맛보게 하신다(롬 8:23;고후 5:5). 그들의 행동은 이와 같이 변화되고(골 3장), 그들의 세계관도 변화된다(롬 12:1이하).
    
롬 8:23/ 이뿐 아니라 또한 우리 곧 성령의 처음 익은 열매를 받은 우리까지도 속으로 탄식하여 양자 될것 곧 우리 몸의 구속을 기다리느니라

롬 12:1/ 그러므로 형제들아 내가 하나님의 모든 자비하심으로 너희를 권하노니 너희 몸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거룩한 산 제사로 드리라 이는 너희의 드릴 영적 예배니라

이러한 갱신에도 불구하고 그리스도인들은 이 시대의 한계에 따라 죽어야 할 존재로 남아 있다. 그들은 '아담 안에서'가 아니고 '그리스도 안에서' 고난을 나누며(고후 1:5), 여전히 죽어야 할 존재로 남아 있지만 '예수 안에서' 부활에 대한 소망을 가진다(살전 4:14;딤후 4:6이하). 그러고 나서 그들은 그리스도처럼 완전히  변화되고(롬 8:29), 죄로 인한 파괴는 마침내 회복될 것이다.
  
롬 8:29,30/ 하나님이 미리 아신 자들로 또한 그 아들의 형상을 본받게 하기 위하여 미리 정하셨으니 이는 그로 많은 형제 중에서 맏아들이 되게 하려 하심이니라

또 미리 정하신 그들을 또한 부르시고 부르신 그들을 또한 의롭다 하시고 의롭다 하신 그들을 또한 영화롭게 하셨느니라


바울이 언급한 구원은 죽음으로 부터의 영적인 도피가 아니고 예수님의 재림시에 전인격이 구원받음으로 말미암는 물리적 구원이다. 미래는 '그리스도의 몸' 즉 '교회'안에서 현재가 되지만 예수의 재림 때에 이루어질 새로운 실체는 그리스도인들과 피조물 안에서 영광 중에 개인적으로 실현된다(롬 8:19이하).


종교개혁은 개인적인 칭의(稱義), 즉 행위에 의해서가 아니고  하나님 앞에서 믿음으로 의롭게 된다는 것을 강조한다(롬 1:17). 그리고 이러한 사상은 다음 세기에도 계속되어 바울의 교리 해석에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문학 비평의 발달로 이러한 중심 주제가 사라지게 되자 일부 학자들은 바울 서신의 진정성에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 20세기 신학적 풍토에서 중요한 요소는 그리스도와의 연합에 관한  바울의 가르침이 그의 교리의 중심 주제라고 강조하는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한 토론의 장이 알베르트 슈바이처에 의해 마련되었는데, 그는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이 그리스도인들 안에서 반복될 수 있다는 의미에 대해서와, 그리스도인이 외적으로 변화된 모습을 보이지 않으며 어떻게 새로운 피조물이 될 수 있나에 대한 의문점을 풀어  가려고 했다. 그래서 그는 다음과 같은 개요를 마련했다.
  
(1)바울은 예수님의 죽음을 세상 사건의 종말로 해석했고, 하나님 나라와 부활을 모든 선민들에게 적용했다.

(2)세상은 아직 끝이 아니며, 그리스도의 부활과 신자의 부활 사이의 기간은 불확실하다.  

(3)바울은 성령께서 성찬식을 통해 그리스도의 부활을 신자들에게 중재하신다는 '육체적 신비주의'를 주장했다.

(4)이러한 성령안에서 이루어지는 현재의 그리스도와의 연합은 신자들이 그리스도의 재림 때 '메시아의 부활'에 동참하게 될 것을 보장해 준다.
    
슈바이처의 큰 공헌은 바울의 종말론(마지막 일에 대한 교리)의 중요성을 인식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의 단점은 바울의 종말론을 미봉적 방편으로 다루었다는 것이다,
  
바울의 종말론에서 주요한 주제는 예수님의 지연되는 재림이 아니고 모두가 경배해야 할 예수님의 높아 신분이다(참고. 빌 2:9이하).
  
빌 2:9-11/ 이러므로 하나님이 그를 지극히 높여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난 이름을 주사 하늘에 있는 자들과 땅에 있는 자들과 땅 아래 있는 자들로 모든 무릎을 예수의 이름에 꿇게 하시고 모든 입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주라 시인하여 하나님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셨느니라

반대로 도드(C.H.Dodd)는 바울의 임박한 종말론, 즉 실현된 종말론을 인식하고 강조했는데, 그것은 신자가 이미 하나님의 나라를 경험했다는 종말론이다(골 1:13). 그렇다면 도드는 바울의 미래에 대한 강조를 묵시적 유대주의의 잔존으로 간주하여 예수님의 가르침과는 먼 주장을 하는 것이다.
    

• 바울 사상의 배경

1905년 브레데(W.Wrede)는 중요한 학적 논쟁을 불러일으켰는데, 그는 바울이 예수님의 제자는 아니지만 기독교의 제2설립자라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랍비 예수님의 개인적인 경건과 미래의 구원은 신학자 바울에 의해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통한 구원이라는 현재의 교리로 변형되었다. 불트만 같은 후대의 학자들은 바울과 이방인들과의 관계를 검토하였고, 바울은 헬라 사상 특별히 영지주의의 영향을 받았다고 제안했다.

그랜트(R.M.Grant)는 영지주의의 영적 신비를 묵시적 희망에 대한 실패의 결과로 간주하면서 바울을 유대의 묵시적 사상과 후기의 완전히 발달된 2세기 영지주의 사이에 있는 사람으로 보았다.
  
이러한 제안의 주요 약점은 바울의 사상과 이교도의 사상을 동일시하고, 이교의 사상이 바울의 사상에 영향을 주었으며 그것은 곧 바울 사상의 배경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바울은 자신이 1세기 유대적 배경을 가졌다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데이비스(W.D.Davies) 같은 학자들은 쿰란 종파와 랍비적 유대주의가 이전에 헬라의 영향을 받았던 바울의 많은  개념들을 형성했다고 보았다.

바울은 인간을 헬라 사상의 이원론 안에서 보는 것이 아니라 구약-유대 사상의 틀 안에서 본다. 그리고 이것으로부터 그의 구원 교리와 종말론이 발전했다.
    

• 바울 신학 비평의 발달

19세기 튀빙겐 학파는 바우어(F.C.Baur)의 주도 아래 한동안 바울 신학 연구에 몰두했다. 그러고 나서 그들은 다섯 개의 신약 문서 즉 요한계시록, 갈라디아서, 로마서, 고린도전후서만이 사도 시대부터 있었으며, 초대 교회에는 바울-이방인과 베드로-유대 분파가 있었는데 이것은 2세기 후반에 보편적인  기독교로 통합되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견해는 자연히 다른 학자들에게 상당히 많은  비평을 받았다. 특별히 영미 계열의 학자들은 그들의 주장을 거의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다수의 여론이 다시 목회 서신, 데살로니가후서 그리고 에베소서를 바울의 저작으로  받아 들였다. 하지만 바우어는 적어도 신약 연구가 무익한 전통에서 벗어나 귀납적인 역사연구에 우선권을 두고 이루어지는 데 도움을 주었다.
    
20세기에도 튀빙겐의 역사적 복원을 주장하는 학자들 중 일부는, 그것의 문자적 추측이 무시되고 있음에도 그 관점을 계속 견지했다.
  
바울의 선교가 다른 사람들의 선교와 다른 어떤 것이라기보다, 그 차이는 이방 신자들에게 의식을 강요하는 유대주의자들(행 11:2,3;갈 2:12)과 같은 그의 적들과의 갈등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바울은 유대인 기독교 지도자들과 협의하고(갈 2장), 유대 기독교인들과 함께 일하며(골 4:11), 예루살렘 교회에 헌물을 보냄으로써(행 11:27이하) 전체 교회의 연합을 추구했다.
    
전통적으로 바울이 쓴 것으로 간주되어 온 신약 서신서의 저자, 기록 시기, 기록 장소는 자세히 검토되어야 한다. 이러한 문제들은 각 서신서에 관한 항목에서 다루어졌지만, 다음과 같은 주요한 언급은 이루어져야 한다.
  
옥중 서신(엡, 빌,  골,  몬)은 전통적으로 로마에서 기록된 것으로 간주되어 왔으나, 학자들은 그것들이 에베소에서 기록되었다는 제안에 이끌리게 되었다. 바울이 에베소에서 옥중 생활을 했다는 것은 암시만 되어 있을 뿐, 신약에 기록되지는 않았다(예. 고전 15:32 등). 하지만 서신서의 배경이나 여행 경로, 언급된 사람들은 로마보다는 에베소가 더 적당하나, 그렇다고해서 이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문체 비평을 통해 서신서의 저작권을 결정하려는 초기의 노력은 문제점이 많은데, 바울은 대필자를 통해 자신의 사상을 글로 옮겼고 이로 인해 문체와 어휘가 달라졌을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참고. 롬 16:22;살후 3:17). 게다가 바울은 이전에 기록했던 찬양(빌 2:5-11), 주해(고전 2:6-16), 신조(고전 15:3-7) 같은 것들을 서신서에 합쳐 놓았기 때문이다. 서신서들이 바울의 감독과 부분적으로는 친필이나 대필자를 통해 기록되었다는 의미에서 바울은 서신서의 저자인 것이다. 따라서 문체 비평(어휘, 문체 등)을 사용하여 바울의 저작권을 결정하는 것에는 그리 부중을 두지 않는 것이 합리적이다.
    

서신서와 관계 있는 다른 문제들 중에 로마서가 원래는 두 개의 서신이었다는 제안이 있으나(1-15장이 하나의 편지인데, 그것에 뵈뵈를 에베소 교회에 소개하는 내용의 16장이 덧붙여진 것이다), 로마서의 전통적인 통일성에 대한 학자들의 지지가 많다.
  
에베소서는 몇몇 학자들에게 그것이 과연 바울의 저작인지 계속 의심을 받아 왔다. 그러나 문체 비평에 근거한 주장은 위의 언급들에 대한 관점으로 볼 때 미약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