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경륜

'경륜'이란 말은 오이코노미아(οἰκονομία)라는 헬라어를 번역한 것으로서, 고린도전서 9:17, 에베소서 1:10, 3:2,9, 골로새서 1:25에 나온다. 또한 이오이코노미아는 누가복음 16:2,3,4에도 나오는데, 여기에서는'청지기'(관리인)로 번역되어 있다. 또한 이 단어가 디모데전서 1:4에도 나오는데, 대부분 사본들의 본문에는 오이코노미아로 나오지만, 영어 흠정역에는 오이코도멘(οἰκοδομὴν)으로 나오는 사본의 본문을 따라서 '계화(啓化)함'(edifying)으로 번역되었다. 챨스핫지(Charles Hodge)는 이 단어에 다음과 같은 두가지의 뜻이 내포되어 있음을 지적했다. (1) 권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의 '계획'과 '경륜'을 의미함. (2) 권위 아래 있는 사람의 '직분'과 '관리'를 의미함. 이 용어에 대한 신학적인 관심은 첫번째 용법에 있다. 하나님을 '경륜자'(經륜者)라고 할때, '경륜'이란 용어는 하나님의 의중(意中)에 가지고 계신 '목적'(혹은 '뜻')과 그 목적을 이루시는 '방법'을 가리킨다. 죄인에 대한 하나님의 언약적인 의지는 언제나 은혜로운 것이었다. 그런데 그 은혜 언약은 이중적인 계획에 근거해 있었다. -성경적인 용어로 표현하자면 '두 가지 경륜'으로 계시되었다(보통은 '두가지 언약'이라고 함=역자 주). 이 두 가지 경륜 중의 첫째의 것은 '모세의 경륜'(모세를 통해서 나타내신 경륜)으로서 때때로 '구약'(옛 언약)으로 불리어지며, 두번째 것은 '기독교적 경륜'으로서 보통 '신약'(새 언약)이라고 불린다. 엄격히 말해, 구약과 신약이라는 이 '언약'(covenant 항목 참조)은 동일한 하나의 '은혜언약'이다(이에 관해서는 바울이 갈라디아서 3장에서 논한 율법과 은혜의 관계를 보라).
  
그리고 구약과 신약이라는 것은 '옛 경륜'(구경, 舊經)과 '새 경륜'(신경, 新經)이라고 일컫는 것이 더욱 적절한 것이다. 근래에 '세대주의'(世代主義, dispensationalism ; 엄격히 말해서는 경륜주의(經綸主義)로 알려진 것은 성경에서 '옛 경륜'과 '새 경륜'보다도 훨씬 더 많은 '경륜들'을 주장하는 신학사상이다. 예컨대, 스코필드(Scofield)는 다음과 같은 일곱 가지나 되는 경륜들을 주장했다. 천진한 경륜(무죄 세대), 양심적 경륜(양심 세대), 세속적 통치의 경륜(세속적 통치의 세대), 언약적 경륜(언약 세대), 율법적 경륜(율법 세대), 은혜적 경륜(은혜 세대), 천국적 경륜(천국 세대), 세대주의자들은 이 세대주의가 경륜들과 관련하여 '진리의 말씀을 올바르게 구분한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이 견해에 의하면 한 '경륜'(세대)이란 "일정한 기간을 가리키는 것으로서, 이 기간 동안에 하나님께서는 인간들이 하나님의 뜻을 나타낸 어떤 특별한 계시를 순종하는지의 여부를 시험하시는 것"이라고 한다([스코필드 관주 성경](Scofield  Reference  Bible),  p.5).
  
그러나 이 단어(경륜, 혹은 세대)가 엄격히 성경적인 의미로 사용되려면, 성경의 내용을 단 한 가지로 구분하도록 사용되어야 할 것이다. 즉, 그것은 하나님의 은혜가 그리스도의 성육신 이전에 나타났던 방법과 그리스도의 구속 사역이 성취된 이수에 나타났던 방법만을 구분하는 데 사용되어져야 할 것이다. 이처럼 성경의 내용을 단 한 가지로 구분하는 것은 '경륜'이란 말에 대한 바울의 의미(감각)와 부합한다. 바울은 에베소서 1:10,3:2,9, 골로새서 1:25에서 하나님의 '경륜'에 대해 말하고 있다.

"내가 교회 일군 된 것은 하나님이 너희를 위하여 내게 주신 경륜을 따라 하나님의 말씀을 이루려 함이니라"(골 1:25)

이처럼 바울이 말한 하나님의 '경륜'은 '때가 참'(the fulness of time)에 해당하는 하나님의 '계획'을 가리킨다. 다시 말해서 이러한 '경륜'(계획)은 하나님의 은혜를 나타내는 방법으로서,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계시되었다.

바울이 이상과 같은 맥락 속에서 언급하고 있는 '비밀'이란, 어떤 사람들이 주장하고 있는 '이방인을 부르심'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성취하신 구속'을 가리킨다. 따라서 '경륜'이 '(한) 세대(기간)'를 가리킨다는 주장은 이 단어의 의미를 전혀 도외시한 것이며, 하나님의 두 가지 계획-'모세의 계획'(모세를 통한 계획)과 '기독교적 계획'-이 연속성(계속성)을 가지고 집행되었다는 사실을 등한히 한 처사에 불과하다. 모세의 경륜, 즉 옛 경륜 하에서는 복음이 모형과 그림자로써 예표되었다. 그리고 히브리서에는 이 옛 경륜과 복음사이의 관계가 기록되어 있다. 이 옛 경륜에서는, 하나님께서 인간을 구원하시고자한 방법이 제사장, 제단, 희생물, 성막, 시은죄의 형식들로 나타났었다. 이러한 형식들을 통해서 나타난 하나님의 은혜의 경륜을 믿는 '믿음'은 율법의 요구를 충족시켜 주었다. 믿음은 그리스도의 구원 사역을 예표한 하나님의 계획이었을 뿐만 아니라, 구약 시대의 회개한 성도들이 이로써 의롭다 함을  받은 하나님의 계획이었다. 그러나 "그는 둘째 것을 세우기 위하여 첫째  것을 폐하셨다"(히 10:9). 그리하여 이 두번째 새 경륜 속에서 참 것의 그림자인 옛 경륜은 제거되었다(히 9:24). 또한 그리스도께서는 염소와 송아지의 피로써가 아니라, "자신의 피로써 거룩한 곳에 단번에 들어가심으로 우리를 위하여 영원한 구속을 이루셨다."(히 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