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가서 얻으라(신명기 1:19-46)

"우리는 우리의 삶에서 하나님의 위대한 구원을
얼마나 빨리 잊어버리는가? 하나님이 과거에 행하신
기적들을 얼마나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는가?" - 데이비드 윌커슨

"How quickly we forget God's great deliverances in our lives. How easily we take for granted the miracles he performed in our past." - David Wilkerson


모세는 신명기 1장에서 가데스 반역사건을 회고한다. 희망찬 가나안 행보를 절망의 심연으로 곤두박질시키고 비극의 40년 광야 유배를 낳게했던 38년전의 가데스 반역 사건을 다룬다.

그 반역의 원인은 영적인 기억상실 때문이다. 그들이 애굽을 떠나던 그 날의 감격과 홍해를 지나며 불렀던 그 벅찬 구원의 찬양을 잊어버린 결과였다. 만나와 불기둥과 구름기둥의 인도를 외면했기 때문이다.

모세는 그 때의 상황을 중의법으로 '크고 두려운 광야'(신 1:19)로 묘사했다. 이 광야는 가데스 바네아의 거역 사건(민 14)으로 인해 이스라엘이 40년간이나 방랑했던 시내 반도 북쪽, 아라비아 광야 서쪽의 거친 사막 지대를 가리킨다. 그곳은 메마른 시내만이 널려있어 물이 귀하며(민 21:5), 뾰족하고 울퉁불퉁한 암석과 거칠은 모래 사막에는 불뱀과 전갈이 득실거리는(8:15) 피폐하고 황폐한 고원 지대로, 종종 죽음의 모래 폭풍까지 휘몰아치는 실로 크고 두려운 광야였다. 한편, 오늘날 이곳은 그 이름이 '방랑'(wandering)이란 뜻을 지닌 '엣-티'(et-Tih) 광야로 추정된다 (풀핏주석).


• 올라가서 얻으라(신 1:21)
'올라가다(to go up)'에 해당하는 원어 '알라(עלה)'는 한 자리에 안주치 아니하고 일어나 분투하는 것을 가리킨다. 따라서 이는 하나님께서 예비해 놓으신 약속의 땅을 믿음으로 차지하고자 하는 인간측의 '적극적인 노력을 독려한 말이다. 나아가 이 말은 오늘날 천성을 향해 진군하고 있는 성도들에게도 동일하게 필요한 권면이다(히 12:1-3). 한편 '얻으라'(레쉬, ירשׁ)는 말은 '소유하라'란 뜻인데, 원어상 이말과 앞의 '올라가라'는 말 사이에는 통상 쓰이는 접속사 '와우'(and)가 없다. 이것은 두 낱말의 불가분적 관계를 강조하기 위해 접속사를 생략한 것인데, 곧 '올라가는 것'과 '얻는 것' 사이에는 아무런 장애도 없음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스라엘 백성들은 올라가기를 거부했다(민 14:2-4).

이유는...

"이 일에 너희가 너희 하나님 여호와를 믿지 아니하였도다"(신 1:32)

하나님께서 그들에게 그 땅을 그들에게 기업으로 주시겠다고 약속하셨다. 이스라엘의 맹목적인 믿음이나 그들이 쥐어짜낸 적극적인 노력을 주문한 것이 아니다. 하나님의 약속에 기초한 믿음이며, 이전에 행하신 하나님의 놀라운 기적을 발판삼아 나아가는 적극적인(행동하는) 노력이라는 것이다.

"너희 하나님 여호와께서 이 땅을 너희 앞에 두셨은즉 너희 열조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너희에게 이르신대로 올라가서 얻으라 두려워 말라 주저하지 말라"(신 1:21)

그러나 이스라엘은 영적인 기억상실증에 걸린 사람들처럼 행동하고 말았다. 그들의 눈을 가린 것은 그들이 잔꾀였다. 그들은 정탐꾼을 먼저 보내겠다고 했다. 이유는 너무도 그럴듯하다. 매우 합리적이고 전략적이었다.

"그 땅을 정탐하고 어느 길로 올라가야 할것과 어느 성읍으로 들어가야 할것을 우리에게 회보케 하자"(신 1:22)


• 정탐꾼을 보내다
모세는 이러한 백성들의 요구를 "선히여겼다". '선히 여겨'의 원어 '야타브(יטב)'는 '올바르게 취급하다'는 뜻이다. 즉 백성들의 정탐꾼 파송 제의가 비록 불신앙에서 비롯된 것이긴 하나, 정복 전쟁을 수행하기에 앞선 작전의 일환으로 최대한 수용하여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는 뜻이다.

그렇게 하여 매 지파에 한 사람씩 12모이 정탐꾼을 파송했다. 여호수아와 갈렙을 포함한 열 두 정탐꾼의 명단은 민 13:4-15에 나와 있다.

그들은 에스골 골짜기에서 그 땅이 얼마나 기름진 땅인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에스골'은 '포도 성이'란 뜻으로, 가나안 정탐꾼들이 이곳에서 거대한 포도 송이를 취한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민 13:21-24). 또한 이곳은 헤브론 북쪽에 위치한 골짜기인데, 이 지역의 포도 농원에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질 좋은 포도가 생산되고 있다고 한다.

거친 광야에서 생활하던 정탐꾼들에게 있어 가나안 땅의 풍성한 소산은 기쁨과 희망의 보장물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러므로 그들은 직접 그곳 산물인 포도 송이와 석류, 무화과를 따가지고 그들의 손에 가지고 와서 백성들에게 돌아와 그 사실을 증명했었다(민 13-23-27).

"우리에게 주시는 땅이 좋더라"(신 1:25).

일찍이 하나님께서는 가나안 땅을 가리켜 '젖과 꿀이 흐르는 땅'(출 3:8, 17)이라고 말씀하셨다. 이는 1차적으로는 주변의 사막 지대와 비교한 상대적 의미로, 또한 2차적으로는 하나님 안에서 누릴 이스라엘의 복된 가나안 생활을 가리키는 절대적 의미로 사용된 말이다(28:1-14). 실제로 지중해 연안의 가나안과 유프라테스, 티그리스강 유역의 메소포타미아 지역은 고대에 소위 '비옥한 초생달'(Fertile Crescent)지역으로 불릴 만큼 좋은 땅이었다(신 11:9).


• 가나안 정복을 거역하다
가나안 정복은 단지 하나님의 약속만이 아니다. 하나님의 명령이기도 하다(신 1:43). 여기서 '명'(命)에 해당하는 원어 '페(פּה)'의 문자적 뜻은 '입'(mouth)이다. 이는 하나님의 의지(will)가 함축되어 그분의 입으로 부터 나오는 준엄한 말씀이 계명(commandment)임을 뜻한다.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거역은 그분의 뜻에 대한 반발일 뿐 아니라 인간의 뜻을 고집하는 어리석음이다. 그 결과는 항상 패망인데 이는 이스라엘의 역사, 더 나아가 세계 역사가 증명해주고 있는 생생한 교훈이다(민 14:26-37).

하나님의 약속과 명령을 따라 축복의 땅을 올라가 취하는 대신 오히려 그들은 하나님을 원망하였다. 여기의 '원망'은 소극적으로 불평하거나 투덜대는 것과 함께 적극적으로 반항하거나 대적하는 행위까지도 뜻하는 말이다. 사실 그때 백성들은 모세와 아론을 배격하고, 새로운 지도자를 세워 애굽으로 다시 돌아가고자 했다(민 14:4).


• 두려워하지 말라
모든 두려움은 온전한 사랑과 믿음이 결여된 결과이다(요일 4:18). 그러므로 죄인은 쫓아오는 자가 없어도 도망하며 두려워 떤다(잠 28:1). 따라서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은 하나님의 권능과 도우심의 손길을 분명히 인지(認知)하고 그분께 대한 신앙을 회복하라는 뜻이다.

모세는 영적인 기억상실에 걸린 이스라엘을 일깨우기 위해 과거 하나님께서 그들에게 하신 일들을 상기시킨다.

1) "애굽에서...모든 일을 행하신 것같이"
구체적으로는 애굽인에게 내린 이적적인 10대 재앙(출 7:14-12:36)과 홍해 도하 사건(출 14:1-31)을 가리킨다.

2) "사람들이 자기 아들을 안음같이"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을 비유로 들어 이스라엘을 향한 하나님의 자상하고도 한없는 사랑을 생동감 있게 표현한 구절이다(사 46:3,4;호 11:3). 예수께서도 이러한 표현을 빌어 자기 백성에 대한 사랑을 나타내셨는데 (마 23:37), 그러나 실로 인간의 사랑 가운데 가장 헌신적이고도 희생적인 부모의 사랑으로도 하나님의 큰 사랑을 완전히 묘사할 수는 없다.

"예루살렘아 예루살렘아 선지자들을 죽이고 네게 파송된 자들을 돌로 치는 자여 암탉이 그 새끼를 날개 아래 모음 같이 내가 네 자녀를 모으려 한 일이 몇번이냐 그러나 너희가 원치 아니하였도다"(마 23:37)

3) "너희 앞서...찾으시고"
하나님께서 친히 구름으로 이스라엘이 행진할 시기와 장막을 치고 머무를 시기 및 장소 등을 지시하신 사실을 가리킨다(출 40:36, 37).

4) "밤에는 불로, 낮에는 구름으로"
'구름 기둥과 불 기둥'은 하나님의 임재와 인도의 상징이며 하나님께서 그 백성을 더위와 추위로부터 보호하시고 대적으로부터 지키시기 위해 적을 무찌르는 도구였다.


• 너희의 말소리구매 귀에 들린대로 되게하리라
불신앙적인 10정탐꾼들의 보고를 들은 백성들이 밤새도록 울부짖으며 차라리 죽는 것이 낫겠다는 망언(妄言)과 함께 '애굽으로 돌아가자'고 소리친 것을 뜻한다(민 14:1-4).

그들이 뱉은 말대로 그들에게 임했다.

그들은 한 마디로 "이 악한 세대 사람들"이다. 애굽과 광야에서 행하신 하나님의 이적을 친히 목도하고도, 오히려 인간적인 두려움에 사로잡혀 하나님을 원망하며 반역한 당시 20세 이상의 사람들을 가리킨다(민 14:29).

그러나 그들과는 대조되는 믿음의 사람 둘이 있었다.
1) "오직...갈렙은...여호와를 순종하였은 즉"
불신앙적인 10정탐꾼들의 불신앙적 보고에 맞서 백성을 안심시키며 하나님께서 주신 가나안 땅을 능히 정복할 수 있음을 역설한 갈렙의 믿음의 행위를 의미한다(민 13:30-33).

2) 여호수아
ㄱ. 종자
문자적인 뜻은 '네 앞에 서있는자'(who standeth before thee)란 의미이다. 이는 여호수아가 오랫동안 모세 곁에서 그를 도와 보좌관 내지 수행원 역할을 담당한 것을 뜻하는 말로, 곧 '부관' 또는 '보좌관'을 가리키는 말이다.

ㄴ. 눈의 아들 여호수아
본명은 '호세아'(구원)이나 그 이름 앞에 '여호와'를 뜻하나 '예'가 붙어 '여호와는 구원이시다'라는 뜻(민 13:16)이 되었다. 여호수아는 모세의 뒤를 이어 출애굽 제 2세대의 지도자가 되었는데(34:9), 그는 갈렙과 더불어 가나안 땅을 밟은 유일한 출애굽 제 1세대였다(민 14:30).


• 너희의 연고로 내게도 진노하사
불순종은 결과는 끔찍했다.

하나님은 진노하셨다. 모세에게도 그리하셨다. 이 진노(anger) 사건은 정탐꾼 사건과는 별도의 사건으로, 출애굽 제 40년 정월에 있었던 므리바 반석에서 물을 낸 사건(민 20:2-13)을 가리킨다. 그때 모세는 백성들의 거듭되는 불신앙에 격분한 나머지, 반석을 명하여 물을 내라하신 하나님의 지시를 간과하고 지팡이로 반석을 두번이나 내려쳐 물을 냄으로써, 백성들에게 하나님의 거룩함을 온전히 드러내지 못하였다. 그 결과 출애굽의 위대한 지도자 모세도 가나안땅에 들어가지 못하게 되었는데, 이것은 하나님의 뜻과 거룩함을 드러내어야 하는 지도자의 책임이 얼마나 막중한지를 단적으로 증거해 준다.

한편, 이 사건이 정탐꾼 사건과 어울려 여기 나타나는 것은 이 사건이 38절에 나타나는 바 후계자 여호수아 선정 사건(민 27:15-23) 보다는 앞서 일어난 사건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불순종한 세대는 광야의 무덤에 장사지내시고 그들의 자녀들을 가나안으로 이끌어 가실 것을 말씀하신다. "사로잡히라 하던...그들은 그리로 들어갈 것이라"(신 1:39)

정탐꾼의 보고를 접한 후 가나안인들에게 처자(妻子)가 사로잡힐 것이라고 원망했던 백성들의 불신앙적 추측(민14:3)과는 정반대되는 결과이다.

그들은 아직 "선악을 분별치 못하던 자들이었다." 그들은 도덕적으로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했던 어린아이 뿐 아니라, 당시(제 1차 인구 조사, 민 1:1) 20세가 되지 아니했기 때문에 이스라엘의 반역행위에 대하여 성인(成人)으로서의 법적 책임이 면제되었던 자들이다.


• 회정하여
1년의 여행 끝에 '크고 두려운 광야'(19절)를 지나 겨우 가나안 땅의 문턱에 다다랐는데도 불구하고 기껏 가나안 원주민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다시금 광야로 되돌아가게 된 어리석은 이스라엘 백성들은 마치 '바람에 밀려 요동하는 바다 물결'(약 1:6)처럼 맥없이 밀려왔다 다시 밀려가는 물거품과 다를 바 없었다. 실로 신앙의 세계에서 이러한 자들이 하나님께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다(약 1:7,8).

그들은 다시 '홍해길'로 물러가야만 했다. 하나님은 그들에게 "올라가서 얻으라"(신 1:21)하였으나 그들은 여호와와 그의 약속을 믿지 않았다. 그 결과 그들은 "뒤로 물러나 얻지 못하게 되는" 운명에 처했다.

한편 홍해길은 사해(死海) 남단의 성읍인 다말(Tamar)에서 아카바(Aqaba) 만(灣)의 어귀인 에시온 게벨이나 혹은 엘랏으로 내려가는 길을 가리킨다(민 14:25).


• 때 늦은 용기(객기)
"올라가서 싸우리이다"(신 1:41)

처음 올라가기를 즐겨 아니하던 것(26절)과는 대조되는 태도이다. 그들은 어리석게도 분별함이 없이 우쭐댔고 교만하시까지 하였다. 이때는 이미 광야로 되돌아 가라는 하나님의 절대 명령이 선언된 때이니 만큼, 올라가면 징벌을 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말씀을 거역한 데 대한 배가의 징벌이 있을 뿐이었다. 그들이 먼저 해야 할것은 불신앙과 불순종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회개였다.

인간이 살 수 있는 길은 어떠한 경우에서라도 오직 하나님의 말씀에 절대적으로 순복하는 것밖에 없다(삼상 15:22).

불신앙과 불순종의 행위가 가져오는 결과는 끔찍하다.

1) 내가 너희 중에 있지 아니하니
즉 여호와께서 이스라엘 백성들로 부터 도우심과 보호의 손길을 거두어 들이셨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그 결과는 백성들이 무슨 일을 경영하든 실패와 좌절이 있을 뿐인데(시 127:1), 따라서 이때 그들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최우선적인 과제는 다시금 하나님과 정상적인 관계를 회복하는 일이었다.

이스라엘 백성들의 통곡은 전쟁의 무참한 패배로 인해 자탄삼아 터져나온 통곡일 뿐, 진정한 회개의 통곡이 아니었기에 하나님께 상달되지 못했다.

2) 너희의 소리를 듣지 아니하시며
백성들이 하나님의 말씀에 귀기울이지 않았던 당연한 결과이다. 이는 복음에 있어서만 마찬가지인데, 그 성격에 있어서는 천하 만민을 위한 생명의 메시지이나(마 24:14), 오직 들을 귀가 있어 그 말씀에 귀기울이는 자만이 역시 하나님의 은혜를 입을 수 있다(마 13:9-17).


이스라엘은 아모리 족속에게 대패(大敗)하였다.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분명한 금지명령이 있었는데도(40절), 이를 오히려 무시하고 독단적인 행동을 취하였던 것이다. 출애굽 후 이스라엘이 당한 최초의 패배인 이 수치스런 기사는 민 14:39-45에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신명기 1장은 가데스 반역으로 유보되었던 가나안 정복 전쟁이 약 38간의 광야 방랑 기간을 거친 후 마침내 허락된 사실 즉 신명기에 기록된 모세의 율법 강해와 고백 설교가 있기 직전의 상황에 대한 회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