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를 세우는 원리(신명기 1:9-18)

"그런즉 나 홀로 어찌 능히 너희의 괴로운 것과 너희의 무거운 짐과 너희의 다툼을 담당할 수 있으랴 너희의 각 지파에서 지혜와 지식이 있는 유명한 자를 택하라 내가 그들을 세워 너희 두령을 삼으리라 한즉"(신 1:12-13)


• 홀로... 질 수 없도다(신 1: 9-12)
당시(출애굽 제 1년 3월 경) 모세는 사건의 대소(大小)를 막론하고 모든 이스라엘 백성들의 소송 문제를 거의 혼자 처리하고 있었다(출 18:13-18 참조).

당시 이스라엘은 일찍이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약속하신 대로 "크게 번성하여 하늘의 별같이 많아졌다" 이는 신실하신 하나님의 언약(창 13:16;15:5)의 성취이다. 요셉의 초청으로 애굽에 내려간 야곱 일행은 고작 70명에 불과하였는데(창 46:27), 출애굽할 때의 수는 성인 남자의 수만 60만가량(출 12:37)이었으니, 별같이 많게 되었다는 표현은 전혀 어색하지가 않다. 혹자는 사람이 하늘의 별을 셀 수 있는 숫자가 고작 3,000여개 정도 밖에 되지 않으므로, 이 표현은 고대인의 개념상 오히려 부족한 감이 없지 않다고 한다(풀핏 주석). 그러나 이 표현은 '바닷가의 모래'라는 표현과 같이(창 22:17;32:12), 셀 수 없을 정도의 많은 수를 문학적으로 표현한 것이라 하겠다.

백성들이 많아짐 만큼, 백성들의 삶속에서 일어나는 일들도 다양하고 많아졌다. 무엇보다 이 일들은 서로 실타래처럼 얽혀있어 자칫 이웃과의 갈등의 씨앗이 되고 공동체의 행복과 불행의 원인이 될 수 있었다.

이러한 문제들은 결국 리더인 모세에게 무거운 짐이 될 수 있었다.

"그런즉 나 홀로 어찌 능히 너희의 괴로운 것과 너희의 무거운 짐과 너희의 다툼을 담당할 수 있으랴"(신 1:12)

그는 당시 민족의 리더들이 했던 것처럼 사법적 판결도 담당해야 했기 때문이다. 모세는 당시 백성들 사이에 발생한 일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1) 괴로운 것
'괴로운 것'으로 번역된 '타라흐'(טרח 과도하게 싣다)에서 파생된 말로, 곧 무겁게 누르는 '고역'이나 그로 인해 '지친 상태' 또는 '낙망한 심리(心理) 상태'(욥 17: 11)를 의미한다. 이는 어떤 일로 인해 마음의 스트레스가 되고 있는 심리 상태를 말한다고 볼 수 있다.

2) 무거운짐
'마사'(משּׂא load, burden)는 홀로 감당하기엔 너무 버거운 일이나 이웃과 갈등의 원인이 되는 문제를 일컫는다.

3) 다툼
다툼의 원어 '리브(רב)'는 '루브'(רוּב, 논쟁 하다)에서 유래한 말로, 사소한 말다툼 뿐 아니라 법정 소송까지 뜻한다(출 23:2; 사 1:23). 이웃과의 갈등은 방피하면 자칫 공동체의 커다란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시시비비를 공정하게 가리는 일은 중요하다.


• 리더들을 세워라(신 1:13-15)
"너희 두령을 삼으리라"(출 1:13)
여기서 '두령'(로쉬)으로 번역된 말은 출 18:25에서는 '두목'이란 말로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보다 구체적으로는 천부장과 백부장과 오십부장과 십부장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이러한 행정 체계는 평상시에는 재판관으로서의 역할을 감당하다가, 전시(戰時)에는 군사 우두머리로서의 역할을 감당하는 준군사 조직 체계로 구성된 것임을 알 수 있다(출 18:21, 25참조).

리더를 세우는 원칙은 다음과 같다.

1) 지혜
원어 '하캄(חכם)'은 생득적(生得的)인 영특함을 뜻하는 말이 아니라, 하나님을 온전히 경외하는 신앙심과 도덕적으로 선한 성품을 의미한다.

2) 지식
원뜻은 '인지하다'(빈, בּין)로 인간 지성에 근거한 이해력(understand), 분별력, 통찰력 등의 종합적 사고력을 의미한다.

3) 유명한 자
'유명하다'에 해당하는 원어 '야다(ידע)'는 경험적으로 속속들이 알려진 것을 뜻한다. 따라서 이는 거짓이 없는 진실된 언행으로 널리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자를 가리킨다.

한편 출 18:21에서는 모세를 보필하여 백성들의 여러 문제를 판결해 줄 수 있는 자에 대한 그 택함의 3대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즉 그것은 (1) 하나님을 경외하는 자, (2) 거짓됨이 없는 진실한 자, (3) 재물에 청렴 결백한 자이다.

"그대는 또 온 백성 가운데서 재덕이 겸전한 자 곧 하나님을 두려워하며 진실무망하며 불의한 이를 미워하는 자를 빼서 백성 위에 세워 천부장과 백부장과 오십부장과 십부장을 삼아"(출 18:21)

4) 택하라
모세가 독단적으로 지명하는 것이 아니라, 백성들이 리더들을 선택하도록 하였다. 백성들도 이를 좋게 여겼다("좋다하기에" 신 1:14).

이스라엘의 행정 체제 정비는 이드로의 현명한 충언, 모세의 과감한 결단, 백성들의 전적 동의가 어우러져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특별히 백성들의 문제를 직접 다룰 판관 제도를 세움에 있어서 모세가 백성들의 뜻을 물어 시행한 것은 백성을 다스리되 독단적으로 하지 않고 그들의 협조를 얻어 행한 모범적인 통치 자세이다. 물론 다수의 뜻이 항상 선하거나 옳은 것은 아니지만, 대개는 백성의 뜻이 곧 하늘의 뜻과 일치되는 것임을 기억할 때 이러한 모세의 자세는 비단 위정자(爲政者)뿐 아니라 목회자도 본받아야 할 점이다.


• 판결의 원리(신 1:16-18)
1) 양방간에 공정히
재판의 제 1원리는 '공정성'(公正性)이다. 따라서 어떠한 이유로든지 간에 이 공정성의 원리가 무너질 때 그 판결은 왜곡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하나님께서는 부사와 권력자라고 하여 그들을 두둔하는 것은 물론, 가난하고 비천하다고 하여 그들을 두호(斗護)하는 것 역시 엄격히 금지시키셨다(레 19:15). 재판은 오직 하나님의 공의(公義)의 성품을 따라 공정하게 시행되어져야 했다(출 23:1-9).

2) 재판은 하나님께 속한 것
모든 일에 있어서 최종 판결자 되시는 하나님의 주권(렘 32:27)을 시사하는 말이기도 하다.

"나는 여호와요 모든 육체의 하나님이라 내게 능치 못한 일이 있겠느냐"(렘 32:27)

그러나 근본 의미는 율법 자체가 하나님의 의로우심과 신실하심에 근거하고 있으므로, 그 율법을 다루는 재판관 역시 모든 일을 공정하게 판결해야 한다는 것이다(출 23:6-9).

"스스로 결단하기 어려운 일"이란 인간적인 정황만으로는 섣불리 판결할 수 없고, 하나님의 뜻을 물어 처리해야 할 신중하고도 중대한 성격의 소송건을 의미한다(출 18:26).

"그들이 때를 따라 백성을 재판하되 어려운 일은 모세에게 베풀고 쉬운 일은 자단하더라"(출 18:26)

3) 내가 들으리라
백성의 대표자이자 중재자인 모세 자신이 직접 하나님께 물어 최종 판결하겠다는 뜻이다(출 32:30-35).

여기에 나타난 재판의 기본 판결 원리는 인도주의적 평등 정신과 신본주의적 공의사상이다. 고대 사회의 법들이 대개 빈부의 차이나 신분의 귀천, 자국인(自國人)과 타국인의 구별에 따라 현저히 차등 적용되었던 점에 비추어 볼 때 실로 여기에서 모세 율법의 탁월성과 고귀성이 단적으로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