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섭리

이 개념을 함축하는 단일한 성경 용어는 없다. 일반적으로 섭리는 기독교 신학에서 모든 피조물을 보살피시는 창조주의 부단한 활동을 의미한다.

하나님은 모든 피조물을 규정된 질서 안에서 인도하시고(행 17:28;골 1:17;히 1:3), 모든 사건들을 주관하시고 지배하신다(참고. 시 107편). 그리고 하나님은 만물을 자신의 영광이라는 약속된 목표로 이끄신다(엡 1:9이하).

골 1:17/ 또한 그가 만물보다 먼저 계시고 만물이 그 안에 함께 섰느니라

히 1:3/ 이는 하나님의 영광의 광채시요 그 본체의 형상이시라 그의 능력의 말씀으로 만물을 붙드시며 죄를 정결케 하는 일을 하시고 높은 곳에 계신 위엄의 우편에 앉으셨느니라

엡 1:9-12/ 그 뜻의 비밀을 우리에게 알리셨으니 곧 그 기쁘심을 따라 그리스도 안에서 때가 찬 경륜을 위하여 예정하신 것이니 하늘에 있는 것이나 땅에 있는 것이 다 그리스도 안에서 통일되게 하려 하심이라 모든 일을 그 마음의 원대로 역사하시는 자의 뜻을 따라 우리가 예정을 입어 그 안에서 기업이 되었으니 이는 그리스도 안에서 전부터 바라던 우리로 그의 영광의 찬송이 되게 하려 하심이라

이같이 하나님이 세상을 돌보신다는 견해는 다음과 같은 여러 견해와 명백히 구별되지 않으면 안 된다. 즉 하나님이 세상에  흡수되셨다는 범신론, 하나님은 세상으로부터 등을 돌리셨다는 이신론, 세상을 다스리는 존재를 하나님과 다른 세력으로 구분하는 이원론, 세상을 다스리는 그 어떤 능력도 부정하는 비결정론, 인간의 책임을 무시하는 결정론, 세상을 다스리는 세력의 합리성을 부인하는 우연설과 그 세력의 유익성을 부정하는 운명설 등이 그것이다. 섭리는 어디까지나 하나님의 주권의 기능을 말한다.
    


자연 질서에 따라 하나님은 만물을 다스리시고(욥 38-41장), 폭풍과 재앙(시 29편; 출 7-11장)으로부터 참새 한 마리의 죽음(마 10:29)이나 제비뽑기(잠 16:33)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건들을 다 관장하신다.

인간의 생명과 건강을 주시는 분도 하나님이시고, 거두어 가시는 분도 하나님이시다(욥 1:21).

욥 1:21/ 가로되 내가 모태에서 적신이 나왔사온즉 또한 적신이 그리로 돌아 가올찌라 주신 자도 여호와시요 취하신 자도 여호와시오니 여호와의 이름이 찬송을 받으실찌니이다 하고

세상의 규칙성도 하나님께 의존하기 때문에 성경은 때때로 일어나는 이적에 대해서도 아무런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그의 세계에서 지나치게 어려운 일이란 아무것도 없다(창 18:14). 인간 역사 속에서 하나님은 범세계적인 교회의 창조(엡 3:3이하)라는 목적을 가지고 구원 계획을 실천하시고, 나아가 이로 말미암아 그리스도 재림의 때 그리스도의 지배 아래(엡 1:9이하) 현재의 무질서한 우주를 재통합(롬 8:19이하)하신다. 하나님은 자신의 영광을 위하여  대적자에게도 그의 계획을 적용시키신다(시 2:1이하;행 4:25이하).
    
섭리의 교리를 개인에게 적용시킬 때에는 문제가 생긴다. 어찌하여 악인이 번영하는가 ? 성경은 악인의 번영이란 일시적인 것이고, 하나님은 그들에게 회개할  시간을 준 뒤 결국 심판하실 것이라고 증언하고 있다(시 73:17이하;롬 2:3이하). 또한 어찌하여 의인이 고난받는가? 성경 기자들의 기록에 따르면 의인은 하나님이 악을 진멸하실 때 변호를 받을 것이다(시 37편). 의인은 고난을 통해 오히려 악으로부터 정결해지고(잠 3:11,12;히 12:5이하), 나아가 최고선이란, 외적인 상황과는 상관없이  하나님을 아는 것이다(합 3:17,18).

합 3:17-19/ 비록 무화과나무가 무성치 못하며 포도나무에 열매가 없으며 감람나무에 소출이 없으며 밭에 식물이 없으며 우리에 양이 없으며 외양간에 소가 없을찌라도 나는 여호와를 인하여 즐거워하며 나의 구원의 하나님을 인하여 기뻐하리로다 주 여호와는 나의 힘이시라 나의 발을 사슴과 같게 하사 나로 나의 높은 곳에 다니게 하시리로다 이 노래는 영장을 위하여 내 수금에 맞춘 것이니라

신약은 그리스도와 교제한다는 것은 그 분의 고난에 참여하는 것임을 알려 준다(마 10:24,25;요 15:18이하;빌 3:10이하;벧전 4:12이하).

그리스도인은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도록 하시는(롬 8:28)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받는다(고후 1:3이하;빌 4:19).

고후 1:3-4/ 찬송하리로다 그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하나님이시요 자비의 아버지시요 모든 위로의 하나님이시며 우리의 모든 환난 중에서 우리를 위로하사 우리로 하여금 하나님께 받는 위로로써 모든 환난 중에 있는 자들을 능히 위로하게 하시는 이시로다

빌 4:19/ 나의 하나님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영광 가운데 그 풍성한대로 너희 모든 쓸 것을 채우시리라

하나님의 섭리를 신뢰하는 자들은 인내함으로 하나님을 기다릴 수 있다(약 5:7이하;벧전 5:6,7). 개인의 결정은 스스로 감당해야 하고, 그 개인은 비록 하나님의 섭리가 절대적이라고 해도 그 결정에 대한 책임을 도덕적으로 지게된다.

벧전 5:6-7/ 그러므로 하나님의 능하신 손 아래서 겸손하라 때가 되면 너희를 높이시리라 너희 염려를 다 주께 맡겨 버리라 이는 저가 너희를 권고하심이니라


한편, 하남님의 뜻과 섭리는 일반적으로 같은 의미를 가지고 쓰인다.

"율법의 교훈을 받아 하나님의 뜻을 알고 지극히 선한 것을 좋게 여기며하나님의 뜻을 알고"(롬 2:18)

인간을 향하신 하나님의 뜻을 알 수 있는 길은 하나님께서 친히 계시해 주셔야만 가능하다. 하나님께서는 유대인들에게 모세와 선지자들을 통해서 여러 모양으로 계시하셨기에 유대인들은 이방인들과 달리 하나님의 뜻을 아는 백성이 되었다. '하나님의 뜻'은 구체적으로 '구원 계시'를 가리키지만 좀더 폭넓게 하나님의 섭리까지도 포괄할 수 있는 용어이다. 성도는 하나님의 구원 계시 뿐만 아니라 하나님의 섭리를 통한 '하나님의 뜻'을 알기 위해 계시된 성경을 읽고 기도하는 생활이 요청된다.


위에서 언급한대로 그리스도인은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도록 하시는(롬 8:28)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받는다(고후 1:3이하;빌 4:19).

롬 8:28/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

성도가 하나님께 '부르심을 입은 것'이 '하나님을 사랑한 것'에 대한 보답으로 주어졌다는 인상이 본절에 나타나 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성도를 선택하시고 부르시는 것은 인간의 어떤 행위에 대한 보답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사람이 성도로 선택함을 받은 것은 오직 하나님의 주권적인 은혜에서 비롯된다. 또한 본 구절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와 '부르심을 입은 자'를 동격(同格)으로 취급하고 있다. 즉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는 하나님께 부르심을 입은 자이며, 하나님께 부르심을 입은 자는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이다.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에 대한 헬라어 본문은 '판타 쉬네르게이 에이스 아가돈(πάντα συνεργεῖ εἰς ἀγαθόν)'으로 직역하면 '모든 것이 선을 위해 함께 역사한다'이다. 즉 만물 또는 모든 일이 선을 목표로 하여 협조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본 구절이 나타내는 진정한 의미는 하나님께서 만물로 하여금 선을 위해 역사하도록 하셨다는 것이다. 그러나 본절에서 '하나님'이 주어가 되지 않고 '만물'이 주어가 된 것은 만유의 주인이신 하나님을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사본에는 '하나님'(호 데오스 τὸν θεὸν)을 주어로 삽입시키고 있다. 만물은 하나님의 섭리안에 포함되어 있으므로, 그 모든 것은 선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따라서 성도를 위한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되는 원동력은 성령께서 하나님의 뜻대로 성도를 위해 간구하신다는 사실에 있다(롬 1장 27절).

하나님의 섭리는 성도에게 위안과 구원의 확신을 주지만 오해하여 성도의 의무인 믿음과 행함을 등한시하는 것을 용인하지 않는다. 성도는 온갖 역경과 불합리한 세속의 질서를 경헌할 때 하나님의 선하심과 섭리를 믿고 기도하며 역경을 주님의 은혜로 이겨나가야 한다. 그럴 때 역경은 오히려 합력하여 선을 이루는 하나님의 재료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