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리지(連理枝)와 비익조(比翼鳥)

연리지[오산시 문헌공원 산자락에 있는 '굴참나무/밤나무' 연리지] 위의 굵은 나무가 굴참나무, 아래 나무가 밤나무이다.

한 번은 남녀가 모여 즐기고 있는 파티에 쇼펜 하우어가 초대를 받아 갔다. 여자들이 "남자와 여자는 원칙적으로 누가 더 현명하냐?" 하고 그에게 물었다. 그러자 그는 "그야 물론 여자지요. 왜냐면 여자는 남자와 결혼을 합니다. 하지만 남자는 여자와 결혼을 하니까요."

그의 대답의 의미는 남자는 어리석어 여자랑 결혼을 하지만, 여자는 현명하여 남자랑 결혼을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행복한 결혼을 꿈꾼다면 이 말보다는 그가 결혼에 대해 본질적인 정의를 내린 말에 우리는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결혼이란 권리를 반으로 하고 의무를 두 배로 하는 일이다."

*이 말은 독일의 철학자 '쇼펜 하우어'(1788-1860)가 '의지와 표상으로의 세계' 제2권에서 한 말이다.

누구나 행복하려고 결혼을 한다, 그러나 결혼했다고 다 행복하진 않다. 아마도 쇼펜 하우어가 보기엔 그 이유가 의무는 반으로 하고, 권리를 두배로 주장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남편이 아내에게 권리를 반으로 하고 의무를 두 배로 한다면, 그리고 아내가 권리를 반으로 하고 의무를 두 배로 한다면 어찌 행복하지 않겠는가? 그런 부부는 서로 아끼고 사랑하며 행복한 결혼생활을 영위할 것이다.

그래서 부부의 참 모습을 보여준다는 '연리지'와 '비익조'를 살펴보고자 한다.


•연리지(連理枝)
두 나무의 가지가 서로 맞닿아서 결이 서로 통한 것을 이르는 말이다.

* 連理枝(연리지):
連: 이을 연
理: 이치 리
枝: 나뭇가지 지

'연리지'는 화목한 부부나 남녀 사이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쓰인다. "하늘에 올라가서 비익조가 되고 떨어져선 연리지가 되어 세세생생에 부부가 되어지라고…."≪박종화, 다정불심≫

또 예전에는 효성이 지극한 부모와 자식을 비유하기도 하였다. 


•비익조(比翼鳥)
비익조는 동아시아 문헌에 등장하는 전설(상상)의 새이다. 하나의 눈과 날개만을 지니고 있어 한 쌍이 되어야만 서로에게 의지하여 날 수 있다.

* 比翼鳥(비익조):
比: 나란할 비
翼: 날개 익
鳥: 새 조


부부의 사랑을 말할 때 하늘의 '비익조'와 땅의 '연리지'를 말한다. 연리지와 비익조는 부부가 무엇인지를 잘 설명해 준다. 부부란 세상에서 오직 하나라고 말할 수 있는 유일한 관계이어야 한다. 온전한 하나됨(한 몸) 사상은 인류 역사에서 결혼이라는 제도가 생겨났을 때부터 부부관계의 핵심원리였다.


•그 아내와 연합하여 둘이 한 몸을 이룰찌로다
창 2:23-25/ 아담이 가로되 이는 내 뼈 중의 뼈요 살 중의 살이라 이것을 남자에게서 취하였은즉 여자라 칭하리라 하니라 이러므로 남자가 부모를 떠나 그 아내와 연합하여 둘이 한 몸을 이룰찌로다 아담과 그 아내 두 사람이 벌거벗었으나 부끄러워 아니하니라


본절에 나타난 바 최초 결혼에 나타난 3대 원리는 (1) 책임을 지닌 성숙한 존재로서 부모로 부터 떠나는 '독립성' (2) 동등한 두 인격체가 만나는 '연합성' (3) 두 몸이 사랑으로 하나되는 '합일성'이다.

창 2:18/ 여호와 하나님이 가라사대 사람의 독처하는 것이 좋지 못하니 내가 그를 위하여 돕는 배필을 지으리라 하시니라

돕는 배필(에제르 네게드 עֵ֖זֶר כְּנֶגְדּֽוֹ) '조력자', 반려자'란 뜻이다. 이것은 남편에 대한 아내의 마땅한 역할이 어떠한 것인지를 암시해 준다(고전 11:9 ; 엡 5:24). 그러나 이 말이 여성이 단지 남자를 돕는 동역자로 지음받았다는 의미가 아니다.

4세기 기독교 신학자 아우구스티누스는 하와의 별명을 '아담의 갈빗대'라 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남자를 주관하지 못하도록 아담의 머리뼈로 만들지
않았고, 남자의 노예가 되지 않도록 그의 발가락뼈를 취하지 않았다. 오직 둘이 한 몸이 되어 동반자가 되도록 옆구리로부터 취한 것이다."

또한 이 말이 남성 우위론의 근거로 오용(誤用)되어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남녀의 차이는 신체적, 기능적 문제이지 인격적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나님 앞에서는 남자든 여자든 다 그분의 성품을 함께 나눠 받은 동등한 인격체일 뿐이다(고전 11:11).

한편, '갈빗대'는 '옆구리'를 가리키는 말인데, 독일의 종교개혁자 마틴 루터는 “남자는 옆구리의 갈비뼈가 없어지는 고통과 공허를 통해 여자를 얻게 되며, 여자를 얻음으로 그 고통과 공허는 기쁨으로 변했다”라고 했다.


그리고 성경은 부부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는데, 그 과정이 참으로 신비롭고 그 섬세한 의미가 깊다. 다만 여기서는 부부관계의 연합성에 대해서만 살펴보기 원한다.

창 2:20-23/ 아담이 돕는 배필이 없으므로 여호와 하나님이 아담을 깊이 잠들게 하시니 잠들매 그가 그 갈빗대 하나를 취하고 살로 대신 채우시고 여호와 하나님이 아담에게서 취하신 그 갈빗대로 여자를 만드시고 그를 아담에게로 이끌어 오시니

'만드시고'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바나(בּנה)'는 '수선하다', '세우다', '짓다'는 뜻이다. 이는 마치 미완성된 건물을 마침내 완공한 것 같이 여자 피조 사건은 아담만으로는 미흡했던(18절) 인간 창조 사역을 충족시켰다는 의미를 지닌다. 여기서 하나님께서 여자를 남자처럼 흙으로 짓지 않으시고 아담의 갈빗대로 만드신 것은 다음과 같은 의미를 지닌다. (1) 아담과 하와는 서로 분리될 수 없는 완전한 합일체이다. 이러한 관계는 서로 정당한 부부의 연을 맺은 모든 자들에겐 영속(永續)되는 것이다(마 19:3-6). (2) 여자는 남자에게 있어서 마땅히 소중히 여김을 받아야 하는 존재이자(엡 5:25-33) 서로가 인격적인 면에 있어서 동등체이다(고전 11:11, 12). (3) 따라서 하나님 안에서 새로운 가정을 이룬 부부는 서로간의 부족한 점을 사랑과 신뢰로 메꾸어 나가면서 하나님께 감사와 영광 돌리는 삶을 살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고전 10:31).

이러한 연합과 합일의 원리는 장차 신랑되는 예수 그리스도와 신부되는 그의 교회와의 완전한 '연합'을 예표한다(엡 5:31, 32).


엡 5:31-32/ 이러므로 사람이 부모를 떠나 그 아내와 합하여 그 둘이 한 육체가 될찌니 이 비밀이 크도다 내가 그리스도와 교회에 대하여 말하노라

한편, 어떻게 아담과 하와가 벌거벗었는데 전혀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했을까?

에덴동산

'부끄러워'에 해당하는 히부리어 '부쉬(בּוּשׁ)'는 몰상식한 일을 당하여 수치심에 빠지거나 비상적인 것에 접하여 당혹스러워하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아담과 하와가 벌거벗었으나 부끄러워하지 않았다는 것은 (1) 그들의 몸과 마음이 모두 하나님의 영에 의해 성화되어 있었으며 (2) 그들의 전인격이 하나님께로만 집중되어 있었기 때문에 아무런 수치심도 틈탈 겨를이 없었음을 나타내 준다. (3) 그러나 이후 그들이 범죄하자 곧 부끄러움을 느끼게 되었는데(3:7) 이는 그들이 감각적 충동과 욕망에 끌려 하나님의 거룩한 명령(16, 17절)을 파괴한 결과 그들의 정상적인 영육도 파괴되었음을 시사해 준다.